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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브랜드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 #01. Why

안녕하세요, 원장님. 어느 새 또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되었네요. 저는 지금 울산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밤 저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불현듯 제가 아는 스몰 브랜드 대표님들께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딱딱한 이론이 아닌, 제가 직접 만나 영감을 얻은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편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주제는 '스몰 브랜드'에요. 제가 최근 브랜딩의 과정을 12단계로 정리하는 일에 열심이라는 사실은 원장님도 잘 아실 거에요. 그런데 첫 글을 누구의 이야기로 시작할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지금까지 정리한 수많은 브랜들의 'why'를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교대역 근처에 있는 원장님의 치과로 이 긴 이야기를 시작해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치과가 원장님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요.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쓴 브런치 글을 읽고 찾아오실 정도라면, 그것도 한 번의 만남 뒤 여러 달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일을 의뢰해오실 분이라면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더욱 원장님이 던지신 질문이 더욱 묵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치과란 어떤 치과일까?' 그렇습니다. 원장님이 제게 던지신 질문은 자신의 업에 대한 '본질'을 묻고 있었습니다. 이건 마치 '시현하다'의 대표가 던진 질문과도 비슷했습니다. 증명 사진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가? 이 질문 하나가 '시현하다'라는 세상에 없던 브랜드를 만들어냈습니다. 원장님이 운영하시는 치과는 그래서 제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니 반가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치과가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도록 고민했습니다. 어떤 치과가 좋은 치과인가. 그런데 이런 답을 찾기 위해선 때론 정반대의 질문도 던질 줄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야 정답에 가까운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나쁜 치과는 어떤 치과일까요?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양심치과는 있어도 양심내과나 양심외과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치과는 어느 과보다도 환자들의 '불신'과 '불안'이 큰 진료과목이에요. 치료 효과도, 치료 과정도, 치료비조차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불신과 불안을 뒤집어 보니 신뢰와 만족이라는 키워드가 나왔습니다. 의심에 가득차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은 '불신'에 사로잡힌 환자들입니다. 그러나 원장님의 치과에 정착한 환자들은 신뢰에 기반한 만족의 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만족은 치과 이름과 로고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내 인생 가장 만족한 치과'... 이 슬로건은 그런 원장님의 바램을 반영한 것이기에 더욱 가치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도 선명해집니다. 좋은 치과는 어떤 치과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환자들이 믿고 만족하는 병원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런 환자들의 만족을 위해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치료의 과정과 결과가 만족스러울 것, 그리고 병원에서의 모든 경험이 또한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사실 치료를 통한 만족은 목표와 결과가 선명합니다.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로 더 나은 치료 기술을 연마하면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원장님의 치과는 재치료가 많은 병원으로 이미 인정받고 계셨습니다. 문제는 환자들의 경험입니다. 어떻게 하면 무섭고 두려운 치과에서 만족스런 경험을 환자들이 할 수 있을까요? 또 한 번의 오랜 고민 끝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환자는 물론 의사, 직원들이 모두 만족할 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는 거였습니다.


그렇다면 의사도, 직원도 만족하는 병원이란 또 어떤 병원일까요? 그것은 바로 원장님이 부모님, 남편, 자녀들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딸의 콘서트 관람을 위해 원장님의 아버님은 하루 종일 땡볕에 앉아 자리를 맡아두고 계셨습니다. 이윽고 콘서트가 시작되었을 때 딸은 환한 웃음을 짓고 딸을 맞는 아빠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었죠. 그 사랑은 이제 대물림되어 직원과 환자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치과 수술로 외모가 달라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가족을 꾸리는 어느 간호사의 이야기는 나올 수 없었겠지요. 화상으로 나이 마흔을 넘긴 후에야 겨우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가족의 이야기도 없었을 겁니다. 난생 처음 온 가족이 고깃집으로 외식을 갔던 이야기는 저 역시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치과는 단순한 치료가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 역시 함께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미션과 비전, 철학과 가치관들을 쉽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단어의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님을 잘알고 있습니다. 바로 텍스트나 구호로만 머물 뿐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원장님의 병원은 달랐습니다. 치료의 기술과 윤리의식,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데 서툴렀을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원장과 직원과 환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직원들의 만족이 가장 고민되고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우리는 그 답도 찾아낼 수 있었죠. 그건 바로 '윤리의식'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치료와 환자 응대의 모든 과정을 바라보는 직원들이 믿을 수 있는 병원이 되려면 정직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원장님은 그 흔한 키워드 마케팅이나 영수증을 활용한 가짜 마케팅의 유혹을 거절할 수 있었던 것이죠.


얼마 전 원장님은 새로운 원장님을 뽑겠다고 했습니다. 병원의 가치와 철학에 공감하는 마케터를 뽑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병원의 브랜딩에 더욱 힘을 쏟아보겠다고 다짐하셨지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저는 원장님의 병원이 잘 되어서 '좋은 치과'의 기준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치과들이 따라한다면 그 혜택은 불신과 불안으로 가득한 환자들에게 돌아오게 되겠지요. 어느 치과를 가도 믿을 수 있고, 더 이상 양심적인 치과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이것은 하나의 치과가 마케팅을 넘어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 어떤 책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살아있는 브랜딩의 사례가 아닐런지요. 이제 우리는 그러한 가치를 구현하고 전파할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는 거에요. 부디 그 결과가 세상에 없던 '좋은 치과'의 등장으로 열매 맺기를 응원합니다. 그것이 브랜딩의 첫 단 추인 'Why'에 관한 가장 확실한 대답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p.s. 이 병원이 이름은 교대역 근처에 있는 '내인생 치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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