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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 1. 취미의 발견

새로운 일 때문에 어느 회사의 팀장을 만났다. 마침 그 날 새벽 손흥민이 풀럼 전에서 1골 1도움의 활약을 한 날이라 무심코 프리미어 리그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그 팀장은 10년 째 맨유의 팬이라며 기나긴 얘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박지성과 퍼거슨 이야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리버풀과의 악연으로 시작된 얘기는 펩이나 클롭, 앙게 감독 등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30분 넘게 축구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계약으로 이어졌다. 일 얘기를 한 시간은 프리미어 리그 이야기보다 짧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답게 살고 싶어한다.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SNS의 팔로어 수를 늘리는데 그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울 때가 많다.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나다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훌륭한 브랜딩의 결과물이라야 하지 그 자체가 목적이이선 안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과는, 돈과는 상관없는 그 사람 자체, 그 사람의 취미에 관심을 가지곤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삶의 에너지를 어디서 얻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는 곧 그 사람의 그 사람다움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나이 50에 장난감 총을 수집하는 취미를 이제 막 시작했다. 와이프의 눈길이 곱지 않다. 한 자루 두 자루 모으다 보니 어느 새 여덟 자루의 에어소프트건을 모으게 됐다. 관련 유튜브를 자주 본다. 마음 놓고 총을 쏠 수 있는 사격장을 찾아다닌다. 최근에는 IPSC라는 (김민경 때문에 유명해진) 새로운 사격 스포츠를 알게 됐다. 낯을 가리는 나지만 사격장에서 관련 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장님을 만났다. 저녁 내내 웃고 떠들며 게임을 즐기고 왔다. 다음에는 아들도, 친구들도 데려갈 생각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라는 사람을 '살아있게' 하는 단서가 있다. 내가 밀리터리에 빠진 첫 번째 이유는 무기와 전쟁의 역사가 마케팅, 브랜딩과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마케팅 전략에서의 '전략'은 한 마디로 군사 용어다.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전략이다. 마케팅은 한 마디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한 후 강점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것이 마케팅이고 전쟁이다. 싸움터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보급선과 리더십 역시 필수적이다. 그러다보니 역사에 등장하는 많은 무기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내가 밀리터리에 입문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밀리터리 스포츠는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데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물론 서바이벌 게임처럼 무리 지어 노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총 하나의 영점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 사격장에서 놀다 보면 서너 시간은 금방 간다. 그 어느 때보다 몰입을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풀린다. 어떤 사람은 회식 자리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 반면 나 같은 사람은 에너지를 빼앗긴다. 그래서 회복과 휴식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그러니 사격장에서 총을 쏘는 일은 내게는 한 마디로 충전의 시간이자 리프레시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취미는 단순히 여유 시간을 즐기는 하나의 방편에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미에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나는 첫째가 기타에 빠지고 둘째가 레진 아트에 빠진 이유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유전자를 닮은 아이들은 혼자서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이 아이들의 '그들다움'을 이해하는 하는 단서가 된다. 그렇게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한 후에야 그들은 세상에 뛰어들어 '쓸모'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을 소모하지 않고도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소수의 친한 친구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도 이런 나다운의 삶의 단서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친구는 툭하면 직장을 벗어나 한적한 바닷가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진을 보내온다. 고요한 바닷가에 떠오른 달 사진을 보면 이 친구가 어떻게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푸는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다른 친구는 내 취미를 얘기했더니 '사격장'의 사업화를 고민하고 있다. 이 친구의 취미는 틈 날 때마다 '임장'을 다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부동산에 관련된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이 친구의 취미다. 이 친구가 1조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전략기획 상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니 돈도 되지 않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취미를 연구해보자. 내가 왜 그 취미에 빠지는지의 이유를 따라가다보면 순수한 나의 '욕망'이 보일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내 삶에 동력을 불어넣어줄 소중한 엔진이자 전력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할 일은 그 취미를 통해 나만의 '매력'을 만드는 일이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선 그들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사람이 스스로를 브랜딩한다는 것은 매력있는 사람이 되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취미를 적으라고 하면 영화와 독서, 음악 감상을 이아기하던 시대가 있었다. 모두가 대통령과 과학자를 미래의 희망 직업으로 적어넣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약간의 시간과 돈만 투자해도 나를 발견하고, 나를 충전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나를 이해하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취미와 레저의 영역이다. 그러니 내가 어떨 때 가장 신나고 행복한지, 어떨 때 내 안의 결핍이 채워지고 불안이 해소되는지 연구해보자. 그것이 바로 당신을 '당신답게' 사는 길로 인도하는 작은 지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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