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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리치, 당신 옆의 작은 부자들

1.


어느 날 새벽, 나는 출장을 위해 와이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분당의 대로변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버스 주차장 앞으로 거뭇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철 이른 한파로 인해 군데 군데 흰 김이 서린 그 줄 사이에는 입석 금지 때문에 평소보다 출근을 서둘렀을 사람들이 빼곡했다. 나는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그 줄에 서 있었을 나를 생각하며 괜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출퇴근을 하지 않고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나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낄 사람들(부자)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말이다.


2.


물려받은 재산도, 돈 버는 재주도 없는 내가 가장 크게 자극 받은 한 사람이 있었다. 고졸의 학력으로 용산 전자상가에서 일하다가 스마트 스토어로 서울에 집을 한 어느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였다. 이 사람도 가능한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묘한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 번도 강남의 부자들을 부러워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물려받은 재산은 물론 인맥과 학맥으로 나보다 훨씬 더 앞선 출발선에 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내가 잘하는 일로 사업에만 성공한다면 서울에 있는 집 한 채 정도의 성공은 가능하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3.


나는 그동아는 스몰 스텝을 통해 아주 작은 성공의 힘을, 스몰 브랜드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해 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러한 결과는 다름아닌 '스몰 리치, 작은 부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작은 부자들이 적지 않았다. 나는 그들과 만나고 어울리고 이야기하면서 이들 작은 부자들의 생각과 습관, 철학과 가치관, 돈을 벌고 사람을 얻는 지혜를 간접적으로 상당 부분 학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어만 다르다 뿐이지 스몰 스텝, 스몰 브랜드, 스몰 리치는 같은 생각과 이야기의 선상에 있음이 분명하단 생각이 들었다.


4.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 둘러 싸여서는 가난한 사고와 삶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나의 아버지는 성실했지만 사업적인 주변머리는 없으셨다. 팔리지 않을 제품을 도저히 팔 수 없는 곳에서 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고단한 삶의 동반자는 술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 중에는 다른 선택을 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그렇게 부자로 살아가는 삶의 지식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오직 부자들만이 무리를 지어 서로의 부를 유지하고 물려주기 위해 애를 쓸 뿐이다. 빈부격차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는 (반쪽짜리) 진리일지도 모른다.


5.


앞으로 내가 만난 '작은 부자들'의 이야기를 틈나는대로 써볼 참이다. 예를 들어 철 들자 마자 매일 10개씩의 사업 모델을 기록했다는 대표님의 이야기부터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자 한다. 유학 시절, 이 분은 호주 사람 하나가 20만 원짜리 명함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3천원이면 제작 가능한 명함 사업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수영장 딸린 2층 짜리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는 한국의 책들과 음반을 들여와 팔았고, 급기야 한국 물건만을 취급하는 한인 마트를 세우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한국에 들어와 스몰 웨딩 전문 브랜드를 운영하는 중이다. 이 웨딩홀의 수익률은 놀랍게도 40%에 달한다. 그는 지금도 매일 두 개 이상의 사업 모델을 기록하는 습관을 지키고 있다.


6.


나는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주식, 부동산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들 이야기는 하지 않을 참이다. 돈이 돈을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 세상이다. 그것이 나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내가 따라할 수 없는 부의 로드맵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참이다. 그러나 앞으로 소개할 분들은 한 번쯤은 따라해볼만한 성공의 궤적을 걸어오신 분들이다. 실패와 고난의 경험은 그들에게 변수가 아닌 상수였다. 만일 내가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를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산은 작은 임대 아파트와 현금 2천만 원이 전부였다. 집은 어머니가 여전히 살고 계시고 나머지 돈은 결혼 비용으로 썼다. 그런 내가 도전해볼만한 부의 길이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7.


내가 생각하는 스몰 리치의 기준은 자가 외에 10억 원 정도의 현금, 혹은 현금화할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다. 사업을 기준으로 한다면 연매출 100억 내외의 작은 사업을 하는 분들이다. 또한 그들의 사업은 분명한 색깔을 가진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배울만한 삶의 자세가 있고 사업 역시 편법이 아닌 정도를 걷는 사람들이다. 나는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내 주위에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한 감사하고 있다. 매일 그런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컨설팅을 포함한 책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볼 생각이다. 작지만 작지 않은 부자들, 바로 스몰 리치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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