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경,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 소재 건물인 '노블 휘트니스&스파'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인해 37명 부상을 입고 29명 사망했다. 젠픽스의 권영철 대표는 자신이 시공한 건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데리고 조문을 갔다. 조문 전날 권 대표는 직원들에게 경건한 마음을 가질 것, 음주를 삼가할 것을 권하는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많은 사망자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천정재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관련 법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플락스틱으로 만든 천정재는 유독 가스를 내뿜는다. 그는 화재 현장에서도 멀쩡한 외장재와 달리 새까맣게 타버린 천정재를 보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마치 자신의 잘못인양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그가 금속으로 된 천정재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된다.
그는 부산에서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이 이 일을 시작했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돈을 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현실을 모른척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했다. 일주일 동안 2,3일만 자고 시공을 마쳤을 때는 제발로 응급실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부산에서 천정재 시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됐다. 하지만 그는 시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조업에도 도전했다. 그러다 만난 이 사건은 권 대표의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금속으로 만든 천정재를 개발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천정재는 무려 1년 간 단 하나의 제품도 팔지 못했다. 가격은 비슷하지만 시공이 어렵고 불꽃까지 튀는 금속 천정재를 아무도 시공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관련 법규가 제대로 적용되기 시작한 지금은 모두가 금속재 천정재를 시공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노력을 비웃었던 경쟁사 대표 조차도 이 제품의 생산에 뛰어들었을 정도다. 이 소식을 듣고 권 대표는 오히려 기뻤다고 한다. 조금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인정받은 기분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관련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래서 그는 3개월 간의 고민 끝에 새로운 회사 슬로건을 만들기에 이른다.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린다'. 이 뿐만이 아니다. 회사의 홈페이지는 이런 금속 천정재로 인해 안전해진 건물의 인원 수만큼을 숫자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명의 목숨을 더 살렸습니다'라는 카피는 그의 이 업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렇다고 신념에 치우쳐 사업을 등안시 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은 260억을 바라보고 있다. 만일 그가 '옳은 일'에만 집중한 나머지 회사 매출을 신경쓰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에 대한 평가도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나는 이 분의 이야기를 듣고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 사업이란 무엇인가, 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그에게는 사업을 돕는 2명의 멘토가 있다고 한다. 한 분은 세무조사를 3번이나 받은 지방의 유력한 학원 브랜드의 창업자이다. 이 분에게선 사업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다른 한 분은 매출 수억의 아주 작은 사회적 기업의 대표이다. 사업에 있어서 옳은 길을 다시 한 번 환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니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부자라는 단어 앞에 '옳은 방법으로'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부만 쌓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의 세상에선 결코 만만한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