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한창인 '메리스 에이프럴'의 천정에서 꽃으로 장식된 구조물이 내려온다. 신랑 신부는 그 꽃들 사이에서 하객들이 정성스럽게 쓴 축하 카드를 한 장을 고른다. 이내 그 카드를 쓴 하객이 무대 중앙으로 등장해 축하글을 읽는다. 그리고 신랑 신부가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이 주어진다. 그렇게 몇 번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며 결혼식 분위기는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그런데 이 웨딩홀은 여느 식장처럼 시간이 쫓기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소수가 참여하는 스몰 웨딩이지만 식장의 행복과 감동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 덕분에 매리스 에이프럴은 코로나 기간에도 역성장을 했다. 연 매출 20억에 수익률은 40%에 달한다.
이 웨딩홀의 대표인 조 브랜드는 호주에서 대학을 나왔다. 그의 꿈은 어릴 때부터 사업가였다. 젊은 시절의 그는 매일 10개씩의 사업 모델을 작성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 훈련은 그에게 남들이 보지 못하는 사업의 기회를 열어 주었다. 그 중 하나가 호주의 명함 시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호주 사람들은 20만 원에 달하는 명함을 당연한 듯 주문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다 건너 한국에서는 3,000원이면 같은 품질의 명함을 만들 수 있었다. 그는 당장 디자이너를 고용한 후 한국에서 명함을 찍어 공수했다. 이 작은 사업은 이후 디자인 및 인테리어 회사로 이어졌다. 그 덕분에 서른이 될 무렵 그는 수영장 딸린 2층 저택을 마련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슨 창의적인 사업 모델이냐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 아니야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가 손을 대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런 명함의 가격에 의문을 달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주와 한국을 잇는 이런 사업은 이후 서점 사업으로 이어진다. 호주에 사는 한인들은 여전히 한국의 책과 TV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했다. 그런데 수입해서 파는 책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나 할 것없이 한국에 다녀오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구매를 부탁했다. 이 틈새 시장을 노린 조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 사장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시작한 사업은 이후 호주의 대표적인 한인 마켓으로 성장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시장이기도 했다.
이런 조 대표가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사업은 호주의 주요 호텔에 한국의 젊은이들을 인턴십으로 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300만원을 내고 이 인턴십에 참여하면 1년 만에 2천만원을 들고 나올 수 있는 이 비즈니스 모델은 호주의 호텔들에 한국인의 성실, 근면함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글로벌한 경험과 함께 목돈을 쥘 수 있게 도와주었다. 양쪽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이 사업은 또 한번 그에게 크나큰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이제 한국에 돌아와 웨딩업을 시작하는 그는 오늘도 두세 개 이상의 사업 모델을 기록하는 습관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현재 그와 함께 웨딩홀의 평일 콘텐츠를 함께 기획하고 있는 중이다.
부자란 어떤 사람일까? 단지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부자일까? 일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수익이 나는 시스템을 만든 사람일까? 물론 그들도 부자이다. 하지만 내가 배우고 싶은 부자는 따로 있다. 그것은 자신의 일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인간의 욕망이 흘러가는 길목을 캐치할 줄 안다. 사람들은 누구나 좀 더 싼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사고자 한다. 좀 더 여유롭게 결혼식을 치르고자 한다. 일하면서 영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나는 진정한 부자는 이렇게 사람들의 숨은 욕망을 캐치해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특유의 감각으로 돈이 될 만한 기회, 사람을 연결해 사업으로 연결시킨다. 분명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따로 있다.
어쩌면 이것이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유대인의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성공은 부의 크기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법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재용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성공의 롤 모델은 너무 멀어서는 매력이 없다. 그러나 당장 친구, 지인이 사업에 성공한다면 우리는 자극을 받는다. 아 저 사람도 성공할 수 있구나, 그렇다면 나도 해봐야지. 나는 동갑내기 조 대표를 만나면서 엄청나게 큰 자극을 받았다. 이 사람의 노하우를 더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나도 하루에 한 개 이상의 사업 모델을 기록하기로 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10년 안에는 한 번 도전해볼 수 있는 그런 비즈니스를 상상해보는 일이 나를 자극한다. 만일 당신 옆에 이런 부자가 있다면 얼마나 행운일지 생각해보라. 어쩌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욕망은 바로 이런 '작은 부자'들의 작은 습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