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2월의 어느 날이었다. 나는 모 작가가 1년 연회비 1200만원을 받는 협회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 역시 무척이나 관심 있는 영역이라 얼른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해 안가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서너 명의 전문가가 120명의 비즈니스를 컨설팅한다는 사실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 역시 비슷한 일을 하지만 한 회사조차 약속된 석 달 정도의 컨설팅 일정을 넘길 때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산상 한 사람이3,40개의 브랜드를 케어할 수 있다고? 그게 정말로 가능한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비판은 쉽고 대안 제시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스몰 브랜드 연대'의 결성이었다. 비슷한 성격의 모임이지만 회비를 49만원만 받았다. 그렇게 모인 회비로 내노라 하는 강사 9분을 모셨다. 박종윤, 전우성, 한명수, 신수정, 최장순, 김윤경, 박신후, 황부영, 이선종 대표까지... 여간해선 모시기 어려운 분들을 초대할 수 있었던 스브연의 모임 취지 때문이었다. 오히려 소박하고 작은 브랜드들의 모임에 강사분들이 흔쾌히 응해주셨다. 그 기쁨이나 감격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세바시 대표님은 세트장까지 흔쾌히 내어주셨다.
물론 모임이 쉽지만은 않았다. 일단 줌과 병행을 하다보니 현장 참여를 끌어내기가 너무도 어려웠다. 편하게 안방에서 강연을 들을 수 있는데 굳이 목동까지 와주는 분들이 생각보다 적었다. 그때마다 운영진은 골머리를 앓으며 참여를 유도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중 한 방법이 스브연 회원들을 강사로 세우자는 아이디어였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강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고 참여자는 비슷한 스몰 브랜드의 사례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하지만 실패는 더 많았다. 다양한 전문가 모임, 소모임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래도 송년회 모임은 뜨겨웠다. 1년 간 부대끼며 정든 회원들이 그날따라 얼마나 고맙고 든든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 다시 두 번째 출발점에 섰다. 다음 달이면 이 모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구글폼으로 신청서를 만들었던 그때로부터 정확히 1년이 된다. 그러나 나는 이 모임을 관성으로 억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모임을 위한 모임은 절대 하지 말자고 운영진과도 약속을 했다. 그렇다면 올해의 모임은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아니 그보다 정말로 이 모임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냉정하게 스스로 되묻고 있다. 경기는 늘 안좋았고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는 무쌍했다. 올해는 아마도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입회비를 내고 참여할 이유와 명분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최근까지 수업을 진행한 '12단계 브랜딩 프로세스' 과정을 올해 스브연 모임의 교육 과정으로 확대해보자는 것이다. 한 권의 교재로 완성한 이 책의 커리큘럼을 따라 1년 동안 함께 브랜드를 공부해보면 어떨까. 매달마다 12단계에 맞는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과 병행하는 것이다. 거기다 Chat GPT처럼 현장의 브랜딩에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함께 학습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와 함께 실제적인 마케팅을 병행하는 것도 함께 고민 중이다. 그라나 핵심은 바로 '스몰 브랜딩'이다. 작은 브랜드에 필요한 마케팅과 브랜딩 지식과 노하우를 전파하는 것, 그것이 바로 스브연의 존재 이유다.
이 글의 서두에 모인 협회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모임을 주도한 담당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내 번호로 전화를 해온 적이 있었다. 그가 말했다. 1년 뒤에 반드시 성공시켜서 당당하게 나를 찾아오겠노라고. 그런데 그 협회의 활동은 인터넷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들의 사이트는 로그인 창만 노출되어 있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도 없다. 그러나 부디 1년 간 성장하고 많은 이들을 도왔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안간힘을 쓰며 이 스브연을 이끌어온 것처럼 그들 협회도 작은 기업들을 도와 올해의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시간 홀로 다시 되묻는다. 작은 기업에도 브랜딩은 필요할까? 나는 이런 질문을 지난 해 내내 던지며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고가의 수업을 포함해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워크샵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올해의 출발점에서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고 있다. 작은 회사에도, 가게에도, 기업에도 브랜딩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동네 과일가게 사장님이, 골목 깊숙한 곳 디저트 가게 주인이, 시장통 입구에 있는 2층 카페 사장님이 자신의 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답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시즌 2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 답을 올해 2월이 가기 전에 꼭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