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트랙'은 동네 카페다. 안경 쓴 훈남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그런데 개성으로 충만하다. 무엇보다 선명한 오렌지 컬러가 압권이다. 로고의 컬러에서부터 전반적인 톤앤매너를 지배할 뿐 아니라 아주 작은 소품에까지 일관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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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카페는 음악으로 충만하다. 주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간직한 앨범과 스피커가 즐비하다. 매장에는 몇 권의 매거진 B와 운동화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주인장의 아주 사소한 취미까지 확인 가능하다. 가구 역시 컬러는 물론 구조까지 심플 그 자체다. 몇개의 베이직 나무 박스를 툭툭 던져놓은 인테리어는 탁 트인 2층 매장에 울려 펴지는 우퍼 소리와 묘하게 어울린다.
3.
심플, 어반, 오렌지라는 몇 개의 단어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한 이 카페는 20년 넘게 이 동네에 살았던 내가 아는 한 가장 오래 버티고 있다. 아니 갈 때마다 손님이 늘고 있다. 커피 맛도 훌륭하다. 플랫 화이트는 이 가게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떼 메뉴다. 그러나 주인장은 언제나 수줍은 듯 말이 없다. 가게 전체는 웅변하듯 말이 많은데 정작 사람은 말이 없다. 나는 그게 편해서 이제는 이사를 왔음에도 굳이 이 가게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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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좋은 날 바로 근처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갈 때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자신의 취향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하는 카페의 존재감, 이것 역시 하나의 브랜드 전략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나만 알고 싶은 작은 카페, 어쩌면 이것 역시 동네 카페가 생존하는 한 방법이지 않을지. 조만간 한 번 주인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해야겠다. 다음 주는 날씨 좋은 날 다시 한 번 이 카페를 들러야겠다. 들르는 김에 머리도 손질할 겸, 디 오래 오래 더 오래 견뎌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p.s. 이름이 어려워서 사잔을 찾아봤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카페를 찾는데는 무리가 없다. 이 낯설음이 카페 분위이와 묘하게 어울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