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특급'은 경기도 만든 배달앱이다. 상대적으로 배달료가 저렴하고(없진 않은 듯),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는게 특장점이다. 이 팀 전체가 나를 찾아왔다. 가입자수 140만, 그러나 월사용자 수는 30만이고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배달의민족은 6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쿠팡이츠로만 배달을 시켜왔다. 난감하다.
2.
이미 시장은 기울어져 있다. 앱의 디자인이나 UI, 배달비 경쟁만으로는 도저히 게임이 안될 것 같다. 그러니 드비어스처럼 경쟁의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공룡 앱들이 줄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배달특급이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러러면 이 앱의 주 사용층을 알아야 한다. 확인해보니 3,40대의 주부라고 한다. 가격에 민감하고 지역 화폐 사용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3.
실제 이들이 만난 충성도 높은 고객 중 한 명은 20대 여성이라고 했다. 한달에 서른 번을 주문했으니 거의 매일 배달특급을 사용한 셈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청년 지역 화폐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말한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 일반미가 아닌 정부미로 지은 밥을 담은 도시락을 사들고 간 적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부끄러웠다.
4.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자랑스러운 일 같진 않다. 그 유용함을 잘 활용하는 실리적인 고객층도 있겠지만 나는 이 구매 과정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배달특급을 검색하면 '공공앱'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보인다. 사람들은 이 단어를 보고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네슬레의 인스턴트 커피가 첫 선을 보일 때도, 햇반이 시장이 처음 나올 때도 비슷했다. 사람들은 이런 제품의 사용을 선뜻 꺼렸다. 게으른 사람처럼 보일까봐, 혹은 죄책감을 느껴서다.
5.
이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들이 쥐고 있는 물맷돌이 정확치 않다. 그렇다고 골리앗의 이마를 정조준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이들이 상대하는 고객은 전 국민이 아니다. 경기도에 사는, 지역화폐 사용에 능한, 주부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고정된 생각이 오히려 이 앱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아웃 오브 박스out of box,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6.
배달하는 과정이 즐겁고 유익한 경험이어야 한다. 만일 내가 주문하면 망해가는 한 가게를 살릴 수 있다면 어떨까. 나를 포함한 100명, 혹은 1000명이 주문하면 공공기관이 가진 혜택을 나눠줄 수 있는 프로모션은 어떨까. 나의 소소한 주문 하나가 어려운 가게를 일으켜세울 수 있다는 '가치'를 제공하는 건 어떨까. 주문의 속도가 아닌 음식의 완성도를 더 중시 여기는 '슬로우 배달'은 어떨까. 손님을 대접할 수 있는 고퀄의 음식을 주문한다면 가격이나 시간은 크게 문제가 안될 수도 있지 않을까.
7.
물론 지극히 어려운 싸움이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가 있는 시장은 신한은행이 직접 만든 '땡겨요'도 힘들어하는 시장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브랜딩의 본질인 '가치'에 천착해야 한다. 내가 강조한 지점은 의미있는 경험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나 디자인이나 홍보나 프로모션으로 경쟁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도전을 성공하면 이곳에 일하는 분들의 커리어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공공 배달앱을 성공시켰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어디를 못가겠는가.
8.
선잠이 들었다가 깬 상태에서 7명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만나니 다시금 리프레시가 된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마법과 같은 솔루션을 당장 제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도 그런 기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팅을 통해 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깨어주고 도전과 의욕을 불러일으키길 바랐다. 적어도 그 점에서는 성공한 듯 했다. 오늘 미팅은 정말 유쾌하고 흥분되는 시간이었으니까. 부디 이들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