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00명 규모의 모임을 하나 했었다. '스몰 스텝'이란 책을 읽고 함께 실천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10여 명 가까운 운영진도 뽑았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위기가 찾아왔다. 걔중엔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모임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를 추앙하던 사람들이 바로 등을 돌렸다. 그 10명 중 여전히 나와 연락하는 사람은 두 사람 정도다. 그런데 나는 이게 당연한 결과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나와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2.
'스몰 브랜드 연대'란 모임을 지난 1년 동안 해왔다. 그러나 100여 명의 회원 중 의미있는 참여를 한 사람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딱 그 정도의 사람이 재가입 의사를 밝혀왔다. 어떻게든 이들을 돕겠다는 사명으로 1년 넘게 무보수로 고민하고 활동하며 모임을 리드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처럼 안달복달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작은 브랜드를 돕고 싶다는 그 한 가지 가치를 목표로 하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거기에 나만큼 절실하지 않은 사람들이 떠나는건 너무나 당연하거다.
3.
그러나 목표가 거창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용서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중요한 건 그 가치에 부합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브랜딩이란 한 마디로 '문제 해결'이다. 그 문제가 절실한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 바로 회사다. 그리고 이런 회사는 결국 '가치'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가치란 소비자들이 가진 필요와 욕망과 결핍과 불안을 채워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결국 리더 그 자신의 문제에서 나와야 한다. 그 절실함이 결국 해법을 찾아내고 제품과 서비스의 디테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4.
나는 지난 1년 간 그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써왔다. 평소에 모시기 힘든 유명 강사들을 모시기도 하고, 세바시의 도움을 받아 완벽한 온라인 방송을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과 와인이 곁들여진 네트워트 파티도 해보았다. 하지만 모두 다 성공하진 못했다. 애써 강연을 만들어도 굳이 현장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은 소수였다. 그때는 조금 낙담도 되고 서운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건 당연한 거였다. 그들은 나만큼 절실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내가 적절한 해법을 제안하지 못했으니까.
5.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동안 해왔던 1:1 컨설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온라인 실시간 브랜드 컨설팅(ORBC)은 일단 너무 보람되고 재미있다. 하나의 브랜드를 정해놓고 2시간 가까이 그들의 스토리와 문제와 해법을 듣는 일이 얼마나 신나는지 모른다. 아직 10여 명에 불과하지만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이전 행사나 프로그램들보다 훨씬 높다. 나는 이렇게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람들을 온, 오프라인으로 모아 다양한 활동들을 계속해갈 생각이다.
6.
똑같은 이유로 나는 출판사를 만들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기존 출판사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저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제작비를 최소화하고 나의 경험을 쏟아부어 스몰 브랜드들을 위한 책을 만들 예정이다. 띠지를 두르고 박을 한 화려한 책은 아니겠지만 내용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그리고 만 원 미만의 가격을 책정해 가격에 대한 부담없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만든 책을 읽히고 싶다. 오늘 구매한 책은 심지어 2만원 짜리다. 본문만 4도 인쇄에 은박이며 형압이며 온갖 치장을 했다. 그런데 책의 본질이 그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7.
나는 사업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다. 나는 혼자 책 읽고 영화 보고 집에서 뒹굴뒹굴할 때가 제일 좋다. 친한 친구도 가끔음 만나기 귀찮을 때가 있다. 하지만 스몰 브랜드를 돕는 일에는 진심일 뿐만 아니라 절실하다. 내 존재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게 그런 기쁨과 보람이 없다면 이 새벽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이유가 없다. 내가 찾고 싶은 사람은 나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분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작지만 강한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일에 진심을 가진 사람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