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by 스몰 스텝 저자 박요철입니다 Jan 26. 2024
1.
간만에 어느 가게 대표님을 만났다. 이곳은 한 디저트 전문 가게인데 떡과 관련한 제품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최근 매출을 물어보니 전년 대비 뚝 떨어졌다고 한다. 설날이 코앞인데도 선물용 매출이 제자리 걸음이라 고민이 크다고 했다. 주된 이유로는 똑같은 아이템을 계속 재구매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대책을 물어보니 어느 티샵(tea shop)으로부터 주문이 있어 B2B로 확장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카페로부터도 주문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2.
그런데 이상했다. 이렇게 새로운 매출과 판로가 열렸는데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생산의 어려움, 승인의 어려움 등을 이야기했다. 나는 되물었다. 그건 어느 정도 계약 성사 여부를 알고나서 해결해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티샵의 경우 차와 잘 어울리는 한식 아이템이라 이미 주문까지 받아놓은 상태였다. 나는 샘플과 브랜드 스토리를 정리한 편지를 서초구만이라도 돌려보는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한 두 군데라도 반응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가게 대표는 망설이는 눈빛이 역력했다.
3.
다시금 따져 묻자 그런 도전이 두렵고 부끄럽다고 했다. 나는 화가 나서 절실하지 않냐고 물었다. 아무리 브랜드 컨셉을 도출하고 전략을 세운들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실전에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나는 아무리 작은 매출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구글 폼으로 신청을 받곤 했다. 안되면 그만이라는 이유로 만든 '스몰 브랜딩의 정석'은 한 달 동안 70여 권을 팔았다. 스브연의 시작도 작년 이맘 때 제안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모임이었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 어떤 결과도 없었을 것이다.
4.
그런데 의외로 이런 브랜드가 많다. 고민도 많고 컨설팅도 받지만 실천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세상에 안될 이유는 백만 가지도 넘을 테니까.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도전할 아이템과 시장이 얼마나 되겠는가.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아주 작은 시도라도 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생각 밖에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책도 읽고 강연도 듣고 사람도 만나지만 실제로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5.
로야디 대표님에게 먼저 연락 온 카페에 꼭 전화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언제나 그렇듯 이론과 실전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 해외의 유수한 사례를 아무리 학습한들, 성공한 브랜드의 이야기에 아무리 감탄한들 무슨 소용인가. 스몰 브랜드는 그 절박함이 가장 큰 무기다. 대기업보다 인력도 자본도 시간도 부족하니 차별화에 더욱 더 목을 메야 한다. 초기에는 입소문에 의지해도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고객 창출이 절실해진다. 과연 이 가게 대표는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낼까. 그건 내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이라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카페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