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스몰 스텝 저자 박요철입니다 Jan 26. 2024
1.
공저 작업으로 판촉 회사 대표님을 만나고 왔다. 30년 가까운 업력을 지닌 이 대표님은 적어도 겉으로 볼 때는 늘 자신감이 넘친다. 그 자부심은 '판촉 예술가'라는, 스스로 지은 업의 정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그 자긍심의 근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리고 2000년대 초, 어느 회사에서 일할 당시 만들었던 '드림팀'의 이야기를 들었다. 판촉에 관한 한 최고의 인재들 6명을 뽑아 출범한 팀이었다. 그리고 이 팀은 회사의 매출을 2배 이상 올리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2.
나는 그 비결을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조금 뜻밖이었다. 똑같은 물건을 파는데도 열 배 이상을 만들어내는 데는 특별한 전략이 따로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드림팀의 멤버들이 손님들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데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었다.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좋은 가격에 판다는 확신도 있었다. 어느 직원은 스님에게 샴푸를 팔기도 했다. 판매하는 모습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필요도 없는 제품을 산 것이라고 했다(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겠다 하셨다 한다).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팀의 사기도 높아졌다. 6명으로 시작한 이 팀이 확장되어 전국에 걸쳐 32팀이 생겨났다고 했다.
3.
그러나 대표는 드림팀 구성을 4년 째 되던 해에 접었다고 했다. 일단 타 회사에서 비슷한 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원이 늘수록 매출은 떨어졌다. 일부 팀은 드림팀이 아니라 드럼통이라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회사의 회장은 팀의 확대를 강력하게 푸시했지만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교훈을 떠올리며 대표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 그러나 드림팀의 경험이 만들어낸 자부심은 '판촉 예술가' '감정 공감자'라는 이름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4.
소설 '어린 왕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뭘까? 이 책은 말한다. 그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말이다. 대표 자신도 판촉 일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숱한 갑질로 인해 받은 상처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크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은 판촉 일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진심과 정성을 다해 판촉 일을 하다 보면 그 가치를 알아주는 단골이 생긴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살 정도로 자신들을 인정해주고 신뢰한다고 했다.
5.
나는 브랜딩을 제품과 서비스를 통한 가치 전달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 가치란 쓸모 이상의 인간의 숨은 욕구를 채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판촉을 불필요한 소음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게 현실이다. 하지만 결국 제품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치를 교환하는 과정이 판촉이다. 그리고 때로는 이 판촉이 예술이 되기도 한다. 손님을 향한 환대, 스스로를 지탱하는 자존감이 이 예술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 부디 마트에 가면 눈을 크게 뜨고 판촉 일을 하는 분들을 지켜보라. 제품 이상의 가치를 판매하는 이들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