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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동네 카페 '앱스트랙'이 살아남는 법

1.


오늘 단골 헤어샵에 갔다가 불경기에 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분당에서도 이마트 근처에 위치한 곳이니 아주 외진 동네도 아닙니다. 그런데 곳곳에 공실이 나고 있네요. 헤어샵도 2,000원을 올려받는다며 머리를 조아리셨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잘 되는 커피샵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제가 종종 소개했던 '앱스트랙'이란 카페입니다. 한글 간판도 없는 어려운 카페 이름인데도 주인은 정확히 그 이름을 말하더군요.


2.


사실 이 카페는 오픈할 때부터 눈여겨 보던 곳입니다. 오렌지 컬러로 도배된 이곳은 주인장의 개성과 취향이 아주 강렬하게 묻어 있었습니다. 2층으로 된 카페 곳곳은 LP판과 CD, 애플 컴퓨터, 고가의 앰프들이 가득합니다. 브랜드 전문지인 '매거진 B'도 빼곡하고 포스터 하나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자신이 수집한 신발이며 로고를 새긴 티셔츠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커피가 맛있습니다. 일찌감치 라떼 맛집으로 소문나 있었으니까요.


3.


주인은 많아봐야 30대로 보이는 굵은 뿔테 안경을 쓴 훈남 청녕입니다. 짐작컨대 디자인이나 패션 관련 학과를 나온듯 해보입니다. 종종 선후배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여럿 드나들곤 했으니까요. 게다가 오늘 미용실 원장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밤에는 술도 판다고 하네요. 2면이 탁트인 통유리로 된 2층이 밤이면 고성능 앰프와 함께 한 잔 하기 딱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낼 것이 분명합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이미 팬덤이 생긴게 확실합니다.


4.



이 가게의 인테리어는 베이지와 오렌지로 된 컬러 가이드를 명확히 지키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커피와 물잔 받침대로 선명한 오렌시 색이니까요. 베이지색 의자와 탁자는 모듈형의 나무 박스로 되어 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엉덩이가 아파서라도 오래 있지 못하십니다. 다른 카페는 등산 갔다 들른 중녕의 아저씨 아줌마들의 수다로 장사진을 이루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인테리어 못지 않게 찾아오는 고객들의 타겟도 아주 명확합니다.


5.


동네 카페에 브랜딩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 동네에 20년 넘게 살았기 때문에 수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카페가 놀랍습니다. 미용실에 있던 다른 가게 주인 아주머니도 여러 마디 거들었습니다. 이 가게가 특별함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분당에 들르신다면 이마트 옆, 하이마트 옆에 있는 이곳 앱스트랙(Abstrc)을 꼭 한 번 들러보세요. 간판도 없으니 무조건 오렌지색을 찾으면 됩니다. 저도 조만간 인터뷰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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