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스 에이프럴’이란 이름의 스몰 웨딩홀이 있었다. 그런데 전망이 밝지 않다고 여겼는지 대표는 주인은 권리금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이 웨딩홀을 넘겼다. 그런데 이 사람조차도 2주를 앞두고 인수를 거부했다. 게다가 주중 활용을 위해 계약한 어느 예술가 팀조차 새로운 공간 인테리어를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결혼식 계약을 받아놓은 상태라 두 달 안에 무슨 수를 내야만 했다. 그래서 내가 이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심지어 디자인조차도 내가 직접 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렵사리 오픈한지 6개월 만에 거짓말처럼 코로나가 시작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49명까지만 웨딩이 가능하다는 정부 정책도 세워졌다. 거의 모든 웨딩홀에 충격으로 넋을 놓고 있을 그 시기 나는 홀로 생각했다. 아 이번 일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스몰 웨딩이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이를 실천할 사람은 몇 되지 않는 것도 현실이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할 정도라면 엄청 개성이 강한 사람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누구나 할 것 없이 스몰 웨딩을 해야만 하는 환경이 왔다. 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웨딩홀도 어차피 49명 밖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1층의 웨딩홀은 물론 지하의 연회홀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게다가 한 시간짜리 웨딩에 익숙한 대형 웨딩홀과 달리 4시간 반에 달하는 웨딩이 가능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49명의 제한을 지키되 하루 두 번의 웨딩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니까 1부는 친인척과 함께, 2부는 친구들과 함께 한 번 더 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예식 시간이 충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우리는 법을 지키면서도 사실상 네 번에 걸친 웨딩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한 번에 무려 196명의 웨딩이 가능한 곳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번에 250여 명의 하객이 한 번에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3시 예식이면 하마 2시 반만 되어도 식장은 시장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양쪽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보여준다. 넓은 연회홀과 화려하게 진열된 식사들, 그러면 MC가 멘트를 한다. 지금 내려가면 식사를 하면서 결혼식을 보실 수 있다는 안내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이렇게 물흐르듯 식이 진행되다보니 결혼식 후기도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결혼식은 코로나가 끝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웨딩업은 적극적인 홍보가 필수다. 어떻게 하면 이 작은 웨딩홀을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발레 주차와 셔틀 버스 서비스를 무료로 하는 대신 신랑신부가 상담 후기와 예식 후기를 각각 5개씩 쓰도록 했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예식장은 5만원 짜리 혜택으로 후기를 요구하곤 했다. 그러나 내가 제시한 조건은 무려 88만원의 혜택을 주는 서비스였다. 예산으로 고민하고 있을 신랑신부라면 거절할 수 없는 조건임에 분명했다. 그 중에서도 예식 후기는 이미 식이 끝난 후였으므로 우리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그래서 35만원 환급 시스템을 만들어 후기 링크를 올리면 바로 환불토록 했다. 이렇게 1년 160여 회의 결혼식이 치러지는 동안 무려 3천 개가 넘는 후기가 온라인에 업데이트 되었다. 구글이나 네이버는 물론 카카오 맵이나 웨딩 관련 카페를 통해 이 후기들은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이런 시도가 있기 전 웨딩홀의 1년 평균 예식 수는 80여 회 정도였다. 그런데 2022년 이 수는 무려 159건으로 두 배의 성장을 이뤄냈다. 심지어 2023년은 인테리어와 휴가로 2주를 비운 상태에서도 156건을 했다. 또한 이렇게 쌓은 경험과 노하우로 2024년엔 예식횟수를 주말 하루 2건에서 3건으로 늘릴 수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하객으로 왔던 손님들을 우리의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이들 중 대부분이 결혼 적령기의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브랜드다. 이 웨딩홀이 어떤 철학과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하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몰 웨딩에 대한 편견을 벗고 우리 예식장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 간 무려 300여 커플이 우리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렇다면 이들의 결혼 기념일 파티를 이곳에서 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아울러 토요일이나 일요일 늦은 오후는 알뜰 패키지로 만들어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신랑신부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비어 있는 시간대를 활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운영 방안인 셈이다. 게다가 요즘 고객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서비스를 무척이나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에게 견적에 관련한 모든 자료를 미리 제공하기로 했다. 신랑신부별로 개설된 단톡방은 모든 상담 자료와 자료, 사진, 후기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경험하는 결혼식이니만큼 웨딩홀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이 없을 수 없다. 게다가 거의 모든 언론이 5년 이내에 결혼식장 중 절반이 폐업할 거라는 뉴스를 내보는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의 결혼식이 극도의 럭셔리, 혹은 가성비 위주로 양분화될 거라 예측하기 때문이다.
가성비 웨딩홀의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는 커스터마이징이다. 개성 강한 커플들이 선택한 결혼식인만큼 이들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가미된 웨딩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전 리허설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메리스 에이프럴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예식 4주 전 사전 미팅을 한다. 신랑신부와 웨딩 디렉터, MC가 한 자리에 모여 식순을 포함한 결혼식 전체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이 시간엔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런 시스템은 신랑신부와 MC 간의 유대감과 친밀함으로 이어져 매우 자연스러운 예식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 결혼식에서 퀴즈쇼를 하기도 하고 그 결과로 하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특히 신부는 이런 이유로 훨씬 더 자연스러운 표정의 사진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결혼식 설계부터 신랑신부가 참여하게 됨으로써 여느 결혼식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주도적인 웨딩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꽃이 메인 컨셉인 메리스 에이프럴의 자랑 중 하나가 바로 플라워 아치다. 신부가 2층 계단에서 내려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한껏 돋보이는 연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플라워 아치를 신랑신부가 선택할 수 있다. 2개 혹은 3개까지의 아치까지 가능한데 그 선택권은 전적으로 신랑신부에게 주어진다. 한 번의 결혼식 때 하객들에게 주어지는 꽃다발만 약 30여 개에 이른다. 여기에는 코사지와 부토니에도 포함된다. 무엇보다 신부가 원하는 꽃의 종류와 컬러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신부들이 어떤 꽃을 골라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사람이 우리 웨딩홀의 전문 플로리스트다. 그런데 이렇게 전문가에게 의뢰할 경우 비용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아진다. 하루 세 번의 웨딩을 할 경우 직접 선택하면 꽃의 교체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로리스트 스페셜 오퍼를 선택하면 약 70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신랑신부는 물론 웨딩홀도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메리스 에이프럴은 주방장은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이 점 역시 음식을 중요시 여기는 하객들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기존의 스몰 웨딩이 가진 또 하나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사진 작가들의 동선이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서 두 세명의 작가만 왔다 갔다 해도 하객들의 시선이 가려지고 예식의 흐름이 방해받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리스 에이프럴은 사전 미팅과 리허설 때 반지 교환과 같은 필요한 근접 촬영을 미리 찍어둔다. 그리고 웨딩 당일에는 최대한 뒤로 물러나 신랑신부와 하객들이 서로 교감하며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찍을 수 있게 배려한다. 한국의 웨딩 스탭이 특히 근접 촬영을 선호하는 만큼 단점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미연에 해결하는 방법으로 결혼식에 대판 평가가 훨씬 더 좋아질 수 있었다. 그야말로 식 중심의 살아있는 하우스 웨딩홀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