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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실시간 브랜드 컨설팅(ORBC), 두 번째 후기

1.


십수년 임원 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은퇴를 했다. 4억 가까운 퇴직금을 두고 여러가지 의견이 오갔다. 아버지는 안정적인 택시나 편의점 같은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셨다. 그러나 아들 생각은 달랐다. 때마침 눈에 띈 스테이 사업을 권했다.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제주도의 집을 고급스런 숙박 공간으로 바꿔보자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게 3개월을 설득했다. 개인 돈을 투자해 비슷한 공간이 있는 여행을 함께 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그러자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허락을 얻고 보니 덜컥 겁이 났다.


2.


디자인만 8번을 고쳤다. 오픈을 앞두고 상수관이 터졌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계획보다 6개월이 늦어진 어느 날 스테이를 완공했다. 그동안 아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예비 고객들에게 전달했다. 아버지의 인터뷰, 가족 사진, 집의 개조 과정 등을 낱낱이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두 어번의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고, 그 결과 사전 예약자만 2300여 명에 달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3.


소소로이는 큰 고민 없이 지은 이름이다. '소소함을 소중함으로', '작은 웃음이 생기는 길'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컨셉은 명확했다. 아들은 ‘서로를 알아가는 공간’으로 이 공간이 소비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곳은 TV가 없다. 자연스럽게 가족 간의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족욕 공간, 카쿠지는 물론 다락방엔 엽서와 우편함도 비치해 두었다. 가족과 여행객들이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고 대화가 꽃피는 공간을 만들이 위해서다.


4.


아들은 유럽 여행을 갔을 때의 경험을 떠올렸다. 스페인 남부 지역을 여행할 때였다. 전혀 관심이 없던 플라멩코 춤에 열광하는 자신을 보았다.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무용수의 열정을 경험했다. 그 날의 기억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아버지와 여름 휴가를 갔을 때도 그랬다. 아버지는 소주와 육포, 자신은 와인과 하겐다즈를 먹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하겐다즈를 뺏어?먹지 않는가. 아버지고 군것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었다.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5.


2번째 스브연 ORBC(온라인 실시간 브랜드 컨설팅)는 '소소로이'라는 제주 스테이 공간을 만든 임창용 대표와 함께 했다. 나를 비롯한 참여자들은 임 대표에게 컨셉을 강화하는 장치를 둘 것을 여러모로 권했다. 서로를 알아간 대화의 기록, 청결함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매뉴얼북 비치, 숙박객들이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굿즈 개발, 여행 후에 인화된 가족 사진을 보내주는 애프터 서비스, 전경을 볼 수 있는 사진 업데이트, 매달 업데이트 되는 온라인 매거진의 제작... 1시간 반 넘게 수없이 많은 의견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보며 참으로 흐뭇했다.


6.


소소로이는 이제 막 첫걸음을 디딘 브랜드다. 따라서 컨셉에 따른 명확한 차별화를 할지, 대중적인 기호에 맞춰 퍼블릭한 공간을 설계해갈지는 대표의 몫이다. 그러나 집단 지성의 힘을 느낀 ORBC는 망설이던 많은 부분에 대해 확신을 갖게 했다고 대표는 고백했다. 제주의 그 수없이 많은 숙박 공간들 사이에서 이 가족의 작은 도전이 결실을 맺길 원한다. 택시도, 편의점도, 프랜차이즈도 아닌, 아버지의 평생의 수고를 브랜드로 만들고자 한 아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그러나 그 과정이 좀 더 스마트한 브랜딩에 가까워지길 바란다.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 소소로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osoroy_jeju/


* 온라인 실시간 브랜드 컨설팅

https://youtu.be/Fer-SN00RKg?si=3BXWTFZZ3AmvyU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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