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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퍼스널 브랜딩' 논란에 대한 짧은 생각...

1.


최근 유튜브 쪽이 심상치 않네요. 한 유튜버(동기부여 뒤집기)가 자청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고, 이에 대해 자청은 해당 유튜버의 신상을 제보해달라며 현상금?까지 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 유튜브 방송을 듣던 분은 단톡방에 해당 영상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방송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 분을 단톡방에서 내보내자 메일로 '법적 조치'를 운운하는 협박성의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이분 블로그를 찾아가보니 자청에 관한 글들로 가득하더군요. 최근 이 유튜버는 한 발 더 나아가 퍼스널 브랜딩의 폐해에 대해 다시 한 번 자극적인 영상을 올렸습니다. 인터넷에선 이른바 '자청 유니버스'라는 계보 이미지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들 중엔 제가 아는 얼굴도 있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다소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


우리가 만일 사람이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퍼스널 브랜딩'에 동의한다면 한 인물을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고 구본형 작가입니다. 저는 이 분을 여전히 제 인생의 롤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젋은 시절 읽었던 그의 책들이 제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자부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998년 IMF로 인한 대혼돈의 시대에 더 이상 회사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선언과 함께 그 자신이 이를 실천하는 삶을 살다 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유용함과 가치의 가장 큰 증거는 그 분의 제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구본형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사사받은 제자를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10주기 행사도 성대하게 열었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었지요. 이런 제자들을 가진 작가들이 그리 많지 않을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3.


이쯤해서 저는 퍼스널 브랜딩의 정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전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때 가치의 사전적 의미는 쓸모와 더불어 사람들의 욕망, 즉 소비자들의 문제와 불안, 결핍과 필요를 채우는 과정을 말합니다. 즉 브랜드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서 사람들의 내적 외적 욕구와 필요를 채워주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퍼스널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한 사람이 그의 존재와 역량을 통해 타인의 욕망과 욕구를 해소해주는 과정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구본형씨는 사람들로 할여금 매일 새벽 2시간의 독서와 사색을 통해 '자기답게' 사는 법을 고민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를 실천했고 그 방법을 제자들과 저 같은 독자들에게 전파해주었지요.


4.


제가 쓴 책 '스몰 스텝'은 전적으로 그의 영향을 받은 책입니다. 매일의 작은 실천이 내 삶을 바꾼다는 메시지는 구본형씨가 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을 오마주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그분이 말한대로 실천했고 기울어진 제 삶을 일으켜세우는데 너무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책의 제목은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라는 도서에서 발견했지만 정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구본형 작가가 평생 강조했던 나 자신을 위한 혁명에서 기인했다고 자신합니다. 그러나 저는 구본형씨가 월천이나 연 십억의 소득에 말한 것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가 쓴 '일상의 황홀'은 자기다움을 발견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감동적인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5.


그러나 요즘의 퍼스널 브랜딩은 지나치게 소득과 부를 강조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마치 월천을 벌고 연 십억을 벌면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이어야 하지 그 자체가 퍼스널 브랜딩의 필요 충분 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는 결과이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그 자신이 부자가 아니어도 구본형씨와 같은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퍼스널 브랜딩을 자신의 부를 쌓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데 있습니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거짓된 정보로 자신의 부를 자랑한 뒤에 이를 추앙하는 사람들로부터 이익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거짓과 허세와 부도덕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저조차 퍼스널 브랜딩이란 말을 쓰기 거북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습니다.


6.


다시 이 글의 주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저는 이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이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녀 체력'이란 책을 쓴 이영미라는 에디터 겸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자신이 고혈압을 비롯한 온갖 육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기록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철인삼종 경기를 통해 건강은 물론 삶의 기쁨과 희열을 깨닫게 되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흥분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저는 이런 분이 살아있는 하나의 퍼스널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구요. 이 분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저 같은 평범한 독자의 행동과 변화를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그 자신이 가진 '건강'과 '도전'이라는 가치를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이지요. 아마 이 분이 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크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 책이 끼친 영향력은 자청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생각합니다.


7.


최인아 씨의 책 제목은 최근의 퍼스널 브랜딩 논란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케 합니다.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는' 과정의 또다른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가진 글과 말이라는 도구로 작은 브랜드를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저 자신을 치열하게 연구했고 도전했고 실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숱한 좌절도 겪었지만 얻는 것도 많았습니다. 비록 저는 엄청난 부를 얻거나 유명세를 얻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작은 재주로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기쁨과 보람은 충분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브랜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아주 소수일지라도 그건 그렇게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도 브랜드라 자부한다면 누구나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8.


최근에 아들이 삼수에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저는 6수를 했더군요. 첫 번째 입학한 학교가 마음이 들지 않아 군대를 다녀온 후 다시 수능 시험을 쳤거든요. 그래서 저는 91학번이 아닌 97학번이 되었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충분히 가치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들의 작은 실패를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내 삶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 대학교 입학만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역량과 한계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가장 자기다운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가치, 즉 자신이 가진 강점과 역량으로 타인의 필요와 욕구, 불안과 결핍을 채워주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지요. 세상엔 빅 브랜드만 있는게 아니라 아주 작은 스몰 브랜드도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9.


여러분이 생각하는 퍼스널 브랜드란 어떤 것인가요? 저는 TED 역사상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한 영상 중 하나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상 소심한 한 여성 작가가 나와 랍비였던 자신의 할아버지를 이야기하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그 할아버지는 너무나 소심한 나머지 자신을 따르는 성도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땐 구름처럼 인파가 모여들어 마을을 가득 메웠다고 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가치있는 삶을 살았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일까요. 이런 분이야말로 진정한 퍼스널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과한 것일까요. 물론 모두가 이 할아버지 랍비처럼 살 필요도 없고 살 수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성공을 담보로 하는 세상의 현혹에 쉽게 흔들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는 열매를 낳고 가짜는 가라지가 되어 바람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이야기하는 그들의 이름은 5년, 혹은 10년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삶을 선택할지는 오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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