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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스텝 저널링(Journal+Ring)을 만든 이유

나만의 퍼스널 브랜딩 완성을 위한 최고의 도구


내 삶을 바꾼 하루 세 줄의 일기


영국 영국왕립소아병원에서 일하는 한 일본인 의사가 있었다. 그는 약 20년 간 스트레스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당시 일하고 있던 병원에서 쓰는 환자용 차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 차트는 환자의 모든 상태를 단 7줄로 매일 기록하고 있었다. 어떤 응급 상황에서도 한 번에 환자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차트였다. 그는 이 기록의 방법을 자신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써보기로 한 것이다.


그 세 줄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쓰여졌다. 맨 첫 줄은 그 날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썼다. 다음 줄은 가장 안 좋았던 기억을 기록했다. 마지막 한 줄은 내일의 각오를 다지는 내용으로 채웠다. 그런데 이 세 줄의 일기가 그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뿐 아니었다. 두통, 어깨결림, 불면증, 우울증, 자율신경실종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하루 세 줄의 일기로 건강을 되찾았다.


나는 이 기록을 내게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약 7년 이상 세 줄의 일기를 썼다. 예닐곱 권의 노트가 쌓였다. 세 줄 일기는 무엇보다 쓰는데 부담이 없다는게 좋았다. 바쁠 때는 5분의 시간으로도 충분히 기록할 수 있었다. 그렇게 노트가 쌓이던 어느 날 나는 지난 기록을 엑셀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 내가 어떨 때 가장 행복했는지, 어떨 때 가장 힘들어했는지를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결과가 내게는 조금 뜻 밖이었다. 평소에 내가 알고 있던 내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남과 소통, 교감있는 대화 / 46

미루는 습관, 나태함 / 42

가족들에게 짜증, 화냄 / 25

관계, 소통의 불편 / 20

산책 등 스몰스텝 / 17

용기있는 도전 / 13

걱정과 염려 / 6


미루는 습관이나 걱정, 염려는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가족들에게 자주 짜증을 내고 있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1년에 25번이라면 거의 2주에 한 번씩은 가족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평소 온화한 성격의 사람으로 인정받던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기억하게 마련이다. 순간 불같이 화를 내놓고는 그 다음날 미안한 마음에 더 잘해주던 기억들이 새삼 떠올랐다. 그리고는 잊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세 줄 일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발견도 있었다. 관계의 어려움, 소통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은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만남과 소통, 교감있는 대화를 통해 가장 큰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도 새로웠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마침 나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자기발견'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이 프로그램의 강사로 처음 참여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나는 노트를 뒤져 그 날의 가슴 뛰는 기록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때로는 소심하기도 하다. 약간의 강박도 있다. 집을 나설 때면 반드시 가스 밸브를 잠그는 사람이다. 모임을 가면 가급적 뒷풀이는 피하곤 했다. 회식 자리는 늘 불편했다. 그대신 금요일 밤 혼자 미드를 보며 맥주 한 캔을 마실 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런 내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왔다.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파일럿 강사가 필요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내가 그 첫 강의를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이 왔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강의 전날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강의 당일은 오만 가지 생각이 밀려 들었다. 사람이 안 오면 어쩌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떻하나, 강의 중에는 식은 땀에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렸다. 어찌어찌 강의는 마무리 했지만 굳은 표정의 청중들을 보고 이미 나는 낙심해 있었다. 그러나 담당자가 가져다준 강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8을 기록할 만큼 엄청난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신규 강의 개설자로서는 유례가 없는 높은 평가라고 했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버스 안에서 나는 일찌기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다. 내 존재의 이유를 찾은 것 같은 기쁨이 밀려왔다.


10년 여가 지난 지금, 나는 최소한 백여 회 이상의 다양한 강연을 다니고 있는 중이다. 주제도 다양하고 청중도 다양하다. 한 번은 해군 함대에 초청을 받았을 때의 일이었다. 군 규정상 USB 사용도 금지된 상황에서 화면을 띄울 수 없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으나 모두 실패였다. 결국 나는 PPT 없이 강의를 해야만 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하지만 수 년간 강의를 다니다보니 내용이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한땀 한땀 기억을 되살려 그 날의 강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 뒤로는 강연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준비된 내용이 있다면 강의 중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보상은 가장 '나다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데 있었다. 세 줄의 일기는 가장 나다운 모습이 언제 발현되는지를 고스란히 알려주었다. 어떨 때 내가 에너지를 얻는지, 어떨 때 내가 에너지를 빼앗기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 드라이빙 포스(Driving Force)라는 이름을 붙였다.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대표님이 지어준 이름이었다. 나는 그렇게 나의 드라이빙 포스를 찾아 다양한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우연한 시작, '모두'의 스몰 스텝


밤새 알람이 울렸다. 브런치에 올린 글이 폭발했다. 스몰 스텝에 관한 짧은 단상을 적어 올린 글이었다. 사람들이 열광했다. 1,000건 이상의 공유가 일어나고 수만 건의 조회가 이뤄졌다. 브런치 독자수가 순식간에 2,000명을 넘어섰다(현재는 6,000명 정도로 늘었다). 급기야 새벽에는 일부러 알람을 꺼두는 수고를 해야 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의 작고 사소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 밤의 사건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만의 스몰 스텝이 '모두의' 스몰 스텝으로 옮겨가는 이정표와도 같은 사건이었다. 좋은 일은 연달아 찾아온다고 했던가. 출판사로부터 출간 요청이 뒤를 이었다. 브런치에 써두었던 글을 책으로 옮기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나의 경험이 실린 글인 만큼 망설임없이 써내려갈 수 있었다. 글에 힘이 실렸다. 좋은 편집자를 만나 글은 더욱 깔끔해졌다. 2018년 3월 나의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내 생에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첫 책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페이스북 지인들의 서평이 줄을 이었다. 그 해 최고의 책으로 꼽아주는 분도 생겨났다. 이론이 아닌 실제의 경험을 담은 책인 만큼 나 역시 그 평가들에 떳떳할 수 있었다. 나는 거기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온오프믹스에 광고글을 올려 직접 독자를 만났다. 비오는 토요일 오후였다. 대략 여섯 명 정도가 비를 뚫고 강남의 토즈에 마련된 조그만 강연장을 찾아주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강연을 했다. 그 중 두 분과는 뒷풀이도 했다. 나중에 이 분들이 가장 강력한 지지 그룹인 운영진이 되어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머지 네 분 중 세 분 역시 1년 반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행사와 모임으로 함께 하는 중이다. 의기 투합한 우리는 매달 모여 서로의 스몰 스텝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 10명 미만의 작은 모임이 6개월 이상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무슨 일인가로 조금 늦게 출발한 내가 정시에 모임 장소에 도착했을 때였다. 스무 명 이상이 좁은 공간에 빼곡히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면서 그렇게 주목을 받아본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싶었다. 희한하게도 비슷한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였다. 모임의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혼자서 관리가 힘든 상황이 왔을 때 10명의 운영진을 뽑았다. 운영진 선발은 모두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자주 만났다.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엄청난 에너지가 우리를 사로잡았다.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일이 갈수록 자연스러워졌다.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달랐다. 하지만 한 가지 목적만은 가슴 깊이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나답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나름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이니 다양한 아이디어와 즉각적인 실천이 줄을 이었다. 매월 정기모임의 강사를 각자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성공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로 했다. 즉석에서 단톡방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수학학원 원장님이신 길헌님이 '매스방'을 만들었다. 매일 하나의 수학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푸는 방이었다. 대기업 교육 담당자인 희원님은 새벽 6시에 일어나는 '모닝 미라클' 방을 신설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10여 개의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나는 이 모든 변화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베르나르처럼 '나답게' 살고 싶다면


약 7년 간 브랜드 전문지에서 글을 썼다. 그 후 5년 이상 크고 작은 회사들과 함께 브랜드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10년 이상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하다면 아무리 부족한 사람이라도 업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개인과 기업의 '자기다움'을 찾아주는 일이다. 모든 브랜드 컨설팅 과정은 개인과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발견해 이를 선명한 '컨셉'으로 정리해주는 일이다. 여기서부터 회사의 이름이 나오고 브랜드명이 나오고 기업의 슬로건을 도출해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기업도 이렇게 컨설팅을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해낼 수 있다면 개인에게도 이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훌륭한 브랜드 뒤에는 언제나 개성 넘치는 창업자들이 있었다. 애플 하면 스티브 잡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브랜딩을 잘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현대카드와 배달의 민족을 보라. 이들 기업의 브랜딩은 창업자를 빼놓고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기업의 브랜딩도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나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그러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할까? 그래서 나는 '나다운' 삶을 살아간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년 간 약 300여 명의 인터뷰를 찾아 회사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비교나 경쟁 없이, 자신의 길을 개척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리서치의 주된 타겟이었다. 직업과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독특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클라우스 피터슨이라는 56세의 덴마크 사람이었다. 그는 웨이터였다. 그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직업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두 발로 걸어다닐 수 있는 한 웨이터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직업에 대한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깨달았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웨이터들 중 몇 명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함께 소개된 인터뷰 동영상에 나온 그의 모습은 무엇보다 당당하고 멋있어 보였다. 아들은 열쇠공이라고 했다. 여름에 쉴 수 있는 자신의 별장이  따로 있다고 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음에 찾은 인터뷰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18세의 소녀였다. 그녀는 부모의 동의 하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직접 학습 커리큘럼을 짜서 책까지 출간한 상태였다. 다음과 같이 말하는 그녀의 사진 속 모습은 눈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가느냐, 적은 사람이 가느냐의 차이인데 많은 사람이 가도 불안한 길이라면 제가 조금 더 마음이 끌리는 길을 가는 게 이득이지 않을까요?”


무려 35년 동안 떡볶이용 떡만을 만들어온 장인의 인터뷰도 만났다. 그는 한글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새벽 일을 마친 후 매일 한글 맞춤법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나온 그의 딸은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TV 화면 속 그의 모습을 보며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30여 년 전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을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사람들의 이렇게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삶과 업에 몰두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즈음 발견한 인터뷰이 중 하나가 바로 다름아닌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인 그는 어느 일간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만을 만족시키다가 끝나는 삶입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 말만 듣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선생님 만족에만 따르며, 사회에 나와서는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결혼한 후에는 배우자나 아이들에게만 맞춰 주는 삶, 이런 것이 실패한 삶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이 인터뷰 기사를 읽고 뒷통수를 맞은 듯 했다. 그 '실패한 인생' 속에 내 모습이 담겨 있었다. 부모님을 말씀을 크게 어기지 않았다. 선생님께 칭찬받는 아이였다. 상사의 마음에 들기 위해 미친 듯이 일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패한 삶이라니... 하지만 그 말을 차마 부인할 수 없었다. 핵심은 '열심히'에 있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삶에 있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와 경쟁하기 위해, 성공한 사람들과 비교하다보니 내 삶이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나다운 것일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일기 쓰기였다. 그것도 하루에 세 줄만 쓰는 일기였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는 법


마흔 중반에 갑자기 회사를 나와서 혼자가 됐다. 브랜드 전문지에서 7년 이상을 일했지만 개인이 된 나는 무쓸모에 가까웠다. 와이프가 편의점에서 하는 주말 밤샘 알바 하나를 소개해줬다. 그렇게 한달에 8번 밤을 새면 90만원을 준다고 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다음날 바로 나를 '팔러' 다녔다. 다행에서 내가 다니던 회사 대표로부터 일 하나를 땄다. 최선을 다한 결과 대여섯 곳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독립 후 첫 해를 어렵게 넘겼다.


나는 어느 누구보다 나를 브랜딩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유니타스브랜드라는 전문지에서 나의 파트는 '휴먼 브랜딩'이었다. 하지만 유명한 사람을 모델로 개념화하는 작업은 크게 재미가 없었다. '자기다움'이란 책을 비롯해 여러 권의 책을 편집하고 만들었지만 내가 확신이 없으니 책도 잘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라는 책을 읽었다. 거기서 '스몰 스텝'이란 말을 찾았다. 그 책엔 내 일상에 힘을 주는 실천의 노하우가 담겨 있었다. 나는 이 책의 '습관'이란 주제를 '브랜딩'이란 말로 바꾸고 실천을 시작했다.


새벽 기상, 산책, 세줄일기, 영어단어 5개 외우기 등 아주 소소한 실천을 통해 삶의 원동력을 찾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기록들을 브런치에 써내려갔다. 그 중 하나의 글이 터지면서 밤새 알람이 울리는 일이 일어났다. 하나의 글을 10만 명 넘게 읽는 일이 생기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나는 그때만 해도 책을 출간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새벽마다 판매 순위를 챙겼다. 이제서야 고백컨대 그건 부질없는 확인이었다. 책은 출판사가 대신 팔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나는 내 책을 직접 팔기로 했다.


강연 사이트에 무료 강의 공고를 올렸다. 물론 내 책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모인 5명이 6개월 후엔 100명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00명이 넘는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은 없었다. 10여 명의 운영진이 모든 작업을 대신해주었다. 장소를 빌리고, 모객을 하고, 홍보까지 해주었다. 코로나 직전까지 우리는 매달 모여 '스몰 스텝'을 이야기했다. 1주년 행사 때는 1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했다.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 이 모임은 사실상 와해되는 결과를 맞았다. 운영진 중 한 명이 매일 광고 글을 올려 금지했더니 장문의 반박문을 올렸다. 함께 웃고 떠들던 운영진 10명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내 반응이 미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팬덤으로 불리는 커뮤니티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가장 나를 믿고 따를 줄 알았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나를 떠났다. 그러나 그게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나 때문에 모인게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즈음 나는 개인 사업자로 일하면서 60여 개 이상의 작은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대기업의 이야기만 다루던 나는 이제 먹고 살기 위해 이 작은 가게와 학원, 병원, 식당을 브랜딩하는 일을 해야만 했다. 이름도 짓고 카피도 쓰고 마케팅 전략도 짜는 등의 다양한 일을 했다. 그러다 깨닫게 되었다.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내가 배운 브랜딩이 소상공인, 자영업자, 심지어 개인 사업자들 가운데서도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개인과 회사들에 '스몰 브랜드'란 이름을 붙이고(브랜드 전문지에서 특집으로 다뤘던 내용이다) 그 경험담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브런치에 1700여 개에 달하는 글을 썼다.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관련 책도 냈다. 스몰 스텝에서 스몰 브랜드로 자연스럽게 나의 키워드를 옮겨가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관련된 100여 명의 모임도 만들었다. 이제 '스몰' 하면 가장 먼저 검색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조금씩 확장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내 이름 석자를 알렸다. 그리고 꾸준히 그 일을 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끊임없이 물어보고 그 일을 했다. 그 과정을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매일 매일 기록했다. 그 결과 지금은 미술과 음악을 하는 두 아이 과외 정도는 가능한 벌이를 수년 째 이어가고 있다.


브랜딩이 무엇인지 궁금하면 최인아 씨가 쓴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책의 제목을 곱씹어 보면 된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 문장 안에 브랜딩의 비밀이 담겨 있다.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비용을 치루고 나를 찾을 수 있는 일이라야만 한다. 그리고 세상의 필요에 민감해져야 한다. 그 접점에서 한 사람은 비로소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나는 하루 전 자신의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물었다. 내가 쓴 전자책을 보낸 결과 하루 만에 스무 명 이상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내가 집중할 일 중 하나인 '비버북스' 출판사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기존의 출판사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그러나 내가 도울 수 있는 비즈니스의 윤곽이 잡혔다. 이 일을 도와줄 멘토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나는 매일 나의 잠재적인 소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제안을 한다. 그런 지치지 않는 실행력이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다.


나는 유명한 사람이 될 생각이 없다. 나의 가족들을 건사할 수준의 벌이만 있어도 만족한다. 아직 집도 없지만 지금의 전셋집에 만족한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게 있다. 바로 스몰 브랜드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고군분투에 공감하며, 그들이 이룬 작은 성공들을 변변치 않은 내 글솜씨로 소개하는 일이다. 그들의 노하우를 책과 글로 엮어 세상에 배포하는 일이다. 나는 이 일이 정말로 재미있고 보람되다. 올해는 매주 한 번씩 온라인 실시간 컨설팅을 시작했다. 내가 배운 것들로 그들을 돕기 위해서다.


사업 모델 치고는 너무 나이브한 설명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굳이 반박하고 싶진 않다. 결혼식 때 장인 어른이 주례 목사님에게 한 대답도 비슷했으니까. 그런데 어쩌겠는가. 나란 인간은 그런 사람인 것을. 나는 글쓰고 말하는 재주를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 그리고 '스몰 브랜드'란 뚜렷한 키워드를 찾았다. 그것이 수없이 많은 작은 사업자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가.


그러니 월 천, 월 억 수입으로 세상을 현혹하는 사람들을 부디 멀리하기 바란다. 그저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브랜딩의 목적은 아니다. 브랜딩이란 세상에 없는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그것은 내가 가진 재능으로 다른 사람들의 필요와 불만, 결핍과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 일이 아주 작은 일이면 어떤가. 당신이 존재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브랜드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를 돌아보자. 나의 가장 첫 번째 고객인 나를 만족시키자. 내가 가진 것들이 무엇인지 들여다 보자.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도 받아보자. 그리고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세상은 정말 헤아릴 수 없는 '문제'들로 가득하다. 그 문제를 빨리 인식하고 자신만의 해법을 내놓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다. 사회에 공헌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당한 리워드를 얻는게 자본주의다. 다만 그 과정이 행복해야 한다. 당신도, 고객도 만족해야 한다.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 바로 당신의 브랜딩이다.


ㅇ’개인 브랜딩'을 위해 내가 하고 있는 몇 가지 일들


스스로를 브랜딩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명확한 목표 설정에서 시작된다. 개인 브랜딩은 단순히 마케팅 기술을 넘어서 자신의 정체성, 가치, 열정을 탐색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이다. 다음은 개인 브랜딩을 시작하기 위한 기본적인 단계를 정리한 것이다.


1. 자기 인식


1) 강점과 약점 파악 : 먼저 자신의 강점, 약점, 관심사, 그리고 열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나는 구본형씨의 '구본형의 필살기'와 피터 드러커의 '드러커 피드백 수첩' 등의 을 통해 큰 도움을 얻었다.


2) 개인 가치와 신념 : 자신의 핵심 가치와 신념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이것들이 개인 브랜드의 기반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브랜딩에서도 핵심가치는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면 '노티드' 도넛은 '연결'이라는 핵심가치 안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2. 목표 설정


1) 장기 및 단기 목표: 개인 브랜딩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들을 설정한다. 이러한 목표는 경력 발전, 네트워킹, 교육, 창업 등 다양할 수 있다. 나는 스몰 브랜드의 탄생과 생존, 성장과 성공을 돕는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컨설팅과 출판업 등에 도전하고 있다.


3. 타겟 오디언스 정의


1) 대상 관객 이해 : 누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그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의 필요와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나의 책 '스몰 스텝'이 사랑받은 이유는 습관 만들기가 아니라 '개인 브랜딩', '나답게 산다는 것'에 관한 질문의 해답을 구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4. 개인 브랜드 메시지 개발


1) 독특한 메시지 생성: 자신을 대표하는 키워드, 슬로건, 이야기를 개발해야 한다. 이 메시지는 자신의 개성, 전문성,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스몰 스텝'과 '스몰 브랜딩'이야말로 박요철이라는 브랜드를 차별화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5. 온라인 존재감 구축


1) 소셜 미디어 활용: LinkedIn, Instagram, Facebook 등에서 전문적이고 일관된 프로필을 만든다. 나는 현재 페이스북과 브런치만을 통해서도 충분한 홍보와 사업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명한 채널이 아니라 내게 맞는 SNS를 활용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2) 개인 웹사이트 또는 블로그: 자신의 경험, 지식, 통찰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 그러나 나처럼 SNS로 충분한 경우도 많다.


6. 네트워킹 및 관계 구축


1) 업계 네트워킹: 관련 업계 이벤트, 컨퍼런스, 워크샵에 참여하여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나의 경우 '스몰 스텝'의 오픈 채팅방과 '스몰 브랜드 연대'라는 모임을 직접 만들어 엄청난 효과를 보았다. 매출이 목적이 아니었음에도 수많은 사업 기회와 사람을 만나 나를 홍보하고 영향력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얻었다.


2) 멘토 찾기 및 멘토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의 관계를 구축하고 조언을 구한다. 내게는 '브랜드 워커 파트너스'라는 동료이자 선배이자 멘토가 있다. 슬럼프나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지 모른다.


7.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


1) 스킬 개발: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개발한다. 브랜딩에 관한 책을 읽고 관련된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만나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계속 업그레이드해가고 있다.


2) 피드백 수집 및 반영: 다른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이를 자신의 브랜드 개선에 활용한다. 이번 '스몰 브랜드 연대'나 '브랜드 수업'도 아프지만 진정성 있는 피드백을 듣고 큰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다.


8. 일관성과 진정성 유지


1) 일관된 메시지: 모든 플랫폼과 상호작용에서 일관된 메시지와 이미지를 유지한다. 나의 경우 '작지만 강한 스몰 브랜드를 돕는다'는 메시지를 5년 이상 지속해오고 있다.


2) 진정성: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신뢰를 구축한다. 거짓없이 나의 모든 활동과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것, 그것만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가장 나다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다.


개인 브랜딩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함으로써, 개인적인 목표와 경력 발전을 이루어 나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개인 브랜딩'이란... (feat. 최인아)


사람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스펙을 쌓아가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것과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의 교집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즉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하고 축적하는 과정을 말한다.


재미, 의미, 성취, 도전, 성취감과 자신감, 갈등, 스트레스, 기쁨, 인정, 동료애, 팀워크, 극복, 성공……. 우리가 일에서 맛보고 누리며 가져가야 할 것은 돈 이외에도 아주 많다. 이것이 앞서 말한 '가치'를 일컫는 다른 말들이다.


사람들에겐 재밌어하고 즐거워하는 걸로는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이 있다. 나는 자신의 생각과 에너지를 집어넣어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낼 때 충족된다. 예를 들어 좋은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거나 책을 출간하거나 컨설팅을 할 때이다. 나는 그때마다 비로소 충분히 기쁘고 충만해지곤 했다.


내가 세상에서 어떻게 쓰이고 싶은지, 내가 아는 나의 재능과 취향, 선호를 어떻게 썼을 때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내가 속한 곳에 대한 기여도 커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계속 생각해 봐야 한다. 누군가에겐 그것이 글쓰기이고, 누군가에겐 그것이 운동이고, 누군가에겐 그것이 그림이나 음악이고, 누군가에겐 그것이 사람들과 웃고 떠들 수 있는 모임일 수도 있다.


일에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최인아씨는 책방을 시작할 때부터 책만 팔 생각이 아니었다. 뭔가를 다양하게 많이 하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생각이 오가는 곳’으로 우리 책방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이때의 '생각이 오가는 곳'이 바로 이 책방의 '컨셉'이다. 이 책방이 창출하는 가치는 '연결과 교류'인 셈이다.


최인아 씨가 책방을 연 후 가장 먼저 진행했던 강연 시리즈가 바로 ‘쟁이의 생각법’이었다. 내로라하는 카피라이터 여섯 분을 모셔서 그토록 좋은 아이디어의 씨앗은 어디서 얻어 어떻게 갈무리한 것인지 생각법을 공유하는 시리즈였다. 이것이 바로 최인아 씨의 가치가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구현되는 과정인 셈이다. 가치는 추상적인 단어로 머물러선 안된다.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져 세상에서 팔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브랜드라면 고객은 나를 선택할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아야 한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요모조모 따져본 후 결정을 내리는 고객의 입장이 되어 나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고객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그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 때문이다. 과연 당신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통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다음엔 어떤 점에서 내가 선택될 만한지 그 이유를 생각해 적어보. 바로 그것이 여러분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될 것이다. 가치가 선명하고 경쟁력이 충분하면 그 길에서 계속 정진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본인이 생각해도 자신에게 뚜렷한 가치가 있는 것 같지 않다면 그걸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나는 '스몰 브랜드'라는 키워드를 인생의 모토로 걸고 있다. 스몰 브랜드의 탄생과 생존, 성장과 성공을 돕는 것이 세상에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이다. 이 가치가 너무도 선명하기에 나는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브랜딩이란 ‘시간과 함께 가치를 축적해 나가는 작업’이다.


개인이 의미 있는 브랜드가 되는 일은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잘해보려 애쓰는 것이다. 거기서 작더라도 성과를 거두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브랜딩이란 어찌 보면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존중을 얻어내는 것이다.


개인 브랜드의 '컨셉'이란  자신의 강점이자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고유의 가치를 말한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혹은 언제 할지 잘 모르겠거나 헷갈릴 때 돌아볼 기준 같은 것이다.


파워 브랜드라는 것은 꼭 업계 최고나 일등이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 윤여정 배우처럼 나이 들었지만 세련되고 쿨하며 성격이 확실한 인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브랜드다. 오히려 자기 세계가 확실하고 콘셉트가 명확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콘셉트는 결국 자신의 고유한 개성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다시, 스몰 스텝을 시작하며


7년이 지났다. 나는 스몰 스텝의 서문을 쓰던 그 날의 저녁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오래도록 쓴 서문은 완전히 잊고 새로운 글을 썼다.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그만큼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스몰 스텝은 내 삶을 바꾸었다. 소심하고 예민하고 늘 일상에 주눅들어 있던 나를 깨웠다. 브런치에 써내려간 그 간증?의 글들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세바시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강의와 커뮤니티와 비즈니스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 꿀 연봉 1억의 꿈을 벌써 몇년 전에 달성했다. 나름 나를 알아보는 팬들도 생겼다. 그러나 그뿐일까? 스몰 스텝은 그저 조금 유명해지고, 조금 더 돈을 버는 그 정도의 변화만 내게 가져단 준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스몰 스텝이 가져다 준 변화는 그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조금 더 과장하자면 뼛속까지 나를 바꾸었다. 걔중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일 것이다. 이제는 그 어떤 일도,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돈을 버는 것은 결과일 뿐이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도전을 한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 실행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나의 일하는 속도에 종종 놀라곤 한다. 예전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뜨아한 표정으로 나를 알아본다. 그 중 하나가 '스몰 브랜드 연대'라는 모임이다. 원래의 직업인 컨설팅의 경험을 살려, 나는 작은 규모의 사업체를 이끄는 백 여명의 사장님들과 함께 하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모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을 때 나는 스몰 스텝을 했다. 구글 폼에 장문의 글 하나를 썼다. 그 글로 인해 100여 개의 스몰 브랜드를 거짓말처럼 모을 수 있었다.


브랜드 공부만 해도 그렇다. 혼자 공부할 거면 '함께' 하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 또 한 번 구글 폼에 내 생각을 적었다. 지금은 이 브랜드 수업의 수강생만 600명이 넘는다. 심지어 세바시의 구범준 대표님이 직접 제안을 해서 서너 명의 피디가 함께 하고 있다. 옛날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이게 다 스몰 스텝 덕분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아이디어를 실행하는데 조금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이 일이 불가능한 100가지 이유를 헤아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걸 하려면 사람도 모아야 하고, 디자이너도 필요하고, 모객도 해야 하고... 어디 그 뿐인가. 만에 하나라도 안되었을 상황을 예견하고 주눅 들어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과 아주 다르다. 그 모든 일들을 거침없이 한다. 안되면 그뿐 아닌가. 스몰 스텝을 시작하는 거다. 그리고 그로 인한 변화에 이젠 아주 재미?를 붙였다.


또 한 가지 변화는 그것이 무엇이든 '함께' 하게 됐다는 것이다. 스브연만 해도 예닐곱 명의 운영진과 모든 것을 기획한다. 내년에는 아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사업화할 꿈까지 꾸고 있다. 격주로 12번을 실행한 브랜드 수업은 세바시에 강연 상품으로 올라와 있다. 6권의 브랜드 마케팅 관련 책을 12주 동안 수백 명의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함께 공부했다. 올해 8월 부터는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아예 사장님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받아 그들의 비즈니스를 함께 공부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작지만 위대한 꿈을 꾸게 됐다. 스브연와 브랜드 수업을 통해 성공한 사장님들이 등장하는 상상이다. 나는 이 꿈이 영화 '월터의 꿈은 현실이 된다'처럼 실재가 될 거라 확신한다.


어디 그 뿐인가. 이 책은 바로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고 써내려간 스몰 스텝의 기록물이다. 지난 1년 간 두 분의 예비 작가님과 함께 스몰 스텝에 관한 변화의 기록을 빼곡하게 기록해왔다. 날 것 같은 토론의 기록도 남겼다. 그 결과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뿌듯해할 수 있었다. 공무원인 김세엽 작가, 컨설팅 회사 대표인 문수정 작가와 함께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이를 통해 내 안에서만 머물던 스몰 스텝의 가능성이 마치 들불처럼 번져나가 타인의 삶을 바꾸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다고 놀랍고 대단한 인생의 변화는 아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유형의 두 사람은 스몰 스텝을 통해 삶을 향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나는 그러한 변화의 기록들을 이 책에 기록했다. 아니 함께 써내려갔다. 그래서 그 어떤 책의 탈고보다도 뿌듯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스몰 스텝은 진짜다. 나의 인생을 바꾸었고, 두 분의 필자를 바꾸었고, 수천 명의 커뮤니티 사람들을 바꾸었으며, 그 변화의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황홀한 글감옥'에서 글을 쓰고 있고(3주간 32번을 했다), '미라클 모닝' 방에서 새벽을 깨우고 있고, '세줄 일기'로 하루를 기록하고 있으며, 필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하루 두 쪽의 독서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그 주체가 내가 아닌 20여 개에 이르는 개별 스몰 스텝의 방장님들엑 위임되어졌을 뿐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감히 권한다. 오늘부터라도 우리들의 스몰 스텝을 당장 따라 해보라. 스몰 스텝은 여타의 자기계발서들 처럼 대단하고 놀라운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작은 변화를 통해 당신 안에 내재된 '당신다움'을 끄집어낼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빅 스텝의 시작이 될 거란 사실을 굳이 숨기진 않겠다. 그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오롯이 당신의 몫일 따름이다. 부디 우리들의 이 여정의 기록이 당신 안에 내재된 놀라운 욕망의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붙일 수 있기를 바란다.


점과 점이 이어질 때, 나만의 별자리를 찾아서


밤하늘의 별은 이름이 없다. 그러나 별과 별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 때 비로소 그들만의 이름이 만들어진다. 그 뿐 아니다. 모든 별자리는 나름의 스토리를 가진다. 나는 이것을 '나다운' 삶과 연결지었다.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과 점을 이어 스토리를 만들 줄 안다. 당시에는 무의미해보였던 사건, 기회, 만남들이 결국엔 서로 연결되어 놀라운 변화들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나 역시 여러 번 했다. 문제는 이 점을 이을 수 있는가의 여부다. 사람에겐 누구나 평생 3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주는 교훈은 그 숫자에 있지 않다. 어떤 기회든 준비되지 않은 사람, 그 점을 이어갈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아마 이 점을 스티브 잡스도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 그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우리는 현재의 일(사건)들을 미래와 연결지을 수 없습니다. 오직 과거와 연결지을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현재의 일(사건)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만 합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배짱, 운명, 삶, 카르마(업) 등 무엇에든 간에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접근법은 나를 결코 낙담시키지 않았고, 내 인생의 모든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This approach has never let me down, and i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in my life.)


나는 내 삶의 점들을 잇기 위해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썼다.


내가 만일 군대를 다녀온 후 두 번째 수능을 치르지 않았다면, 내가 만일 나이 서른 다섯에 직업을 바꾸지 않았다면, 내가 만일 퇴사 후 어떤 대표님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내가 만일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래서 스몰 스텝을 실천하지 못했다면, 그 경험을 브런치에 글로 써내지 않았다면, 오늘의 내 모습이 만들어졌을까? 내가 만일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1년 간 쓴 세줄의 일기를 통계내 보지 않았다면, 그 통계를 통해 진짜 내 모습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내게서 힘을 빼앗아가는 것들에 둘러싸여 평생 루저로 살아갔을 것이다. 이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15년 이상의 직장생활 가운데서 지금과 같은 만족과 성취를 경험본 적은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일 뿐이다. 그는 시대가 낳은 천재였다. 그를 존경할 수 있는 있을지언정 그를 따라 살겠다는 헛된 꿈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전기를 읽고 내가 느낀 소감은 '나쁜 놈'이었다. 아무리 백번 양보한다 해도 그는 직접 낳은 딸을 내칠 만큼 차가운 사람이었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불꽃처럼 자신을 태운 '그만의' 삶을 존중할 따름이다. 우리는 다르다. 나는 다르다. 나는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은 자신을 움직이는 힘(Driving Force)이 깨닫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하면 할수록 힘이 나고 신이 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돈이 되지 않는 일일지라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일상에 에너지를 주기 때문이다. 돈 되는 일, 생계를 위한 일을 견디고 버텨낼 힘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어진 점들이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축적의 힘은 무섭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는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자존감이 높아진다. 자기 통제감이 생긴다. 나도 무엇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 자신감만으로도 이미 그 사람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다.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비슷한 사람들을 만난다. 자신의 역량과 맞닿은 다양한 기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내게는 그것이 스몰 스텝이고 글쓰기였다. 돈벌이와 하등의 관계가 없는 일이었으나,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기록들을 엮어 브런치에 글을 썼다. 점과 점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어느 날 밤 브런치 글 하나가 폭발해 3,000명 이상의 독자가 생겼다. 7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갔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그렇게 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세 줄의 일기를 통해 내게 힘을 주는 것들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는 밤하늘에 수놓아진 이름없는 별들 중 하나다. 아무리 유명하다 한들 그 별들 속에선 무의미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의 삶, 한 사람의 인생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그 이유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일지 모른다. 내가 살다감으로 해서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지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유일한 삶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답게' 살아야 한다. '나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밤하늘의 별을 이어 스토리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만난 어떤 사람도 무의미한 존재는 없었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기회가 찾아와도, 그것을 이어갈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의미할 뿐이다. 오늘도 당신은 수많은 점을 찍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그 점을 잇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써보자. 우리가 누린 경험들에 점을 찍어 보자.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그 점들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연결해보자. 그 점들이 가장 자기다운 삶으로 당신을 인도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당신을 찬란히 빛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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