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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책쓰기에 관한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하여...

얼마 전 글쓰기와 책쓰기에 관해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에게 설문을 해보았다. 그 결과를 간단히 아래와 같이 기록해본다.


1. 나를 확실히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


-> 사람들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경험하고 충격을 받곤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나 자신의 욕망보다는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오히려 자기 발견의 계기가 된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또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이런 치열한 과정 없이 쉽게 쓰여지는 가치는 세상에 나와도 별 효용이 없을 거라 확신한다.


2. 글쓰기를 위한 나만의 기록, 누적된 자료가 없다.


-> 글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장문의 유려한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내 일상을 기록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세줄 쓰기를 제안해왔다. 이 세줄일기는 나라는 인간이 어떤 욕망과 가치관을 가진 존재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런 작업은 ChatGPT도 대신해줄 수 없다. 오직 꾸준히 기록하는 방법밖에는.


3. 꾸준히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쓰는 것이다. 나는 이를 위해 오랫동안 '황홀한 글감옥'이란 단톡방을 운영해왔다. 만원을 내고 3주 동안 매일 글을 쓴 후 환급받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함께 글쓰는 프로그램이나 그룹들을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생각과 관심사가 비슷해야만 그 효과가 배가될 것은 분명하다.


4. 내가 쓴 책을 사람들이 읽을지, 그만큼 나만의 내공이 충분한지 자기 검열이 심한 편이다.


-> 이 두려움과 자기 검열이 결국 글쓰기와 책쓰기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을 할 시간에 한 줄이라도 일단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새벽마다 글쓰기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그 이름이 지당글, 그러니까 지금 당장 글쓰기다. 내가 아무리 험하게 글을 써도 이를 받아주고 읽어줄 안전한 그룹 안에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5. 머릿 속 생각이나 말로 한 내용을 글로 다시 정리하기가 어렵다.


-> 말을 잘하는 사람이 글까지 잘쓰기는 쉽지 않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꾸준히 연습하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으나 타고난 글쓰기 능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쉽게 글쓰기 실력이 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이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전문가 그 자신도 전문 편집자의 손을 거쳐 글이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쓴 글이 필력은 모자라더라도 시장이 원하는 내용인가의 여부다. 이런 글을 출판사에서 두 손을 벌려 환영하고 편집과 출간까지 도와줄 것이다.



6. 참고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 저작권의 범위 등이 궁금하다.


-> 글쓰기란 기본적인 자신의 주장에 근거를 더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근거는 나의 경험이다. 글은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발로 쓰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관한 글을 쓴다면 힘들게 살을 빼본 경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와인에 대한 글을 쓴다면 오랫동안 와인을 찾아 다닌 경험이 있어야 한다. 참고 자료는 인용 출처를 확실히 밝히면 된다. 저작권을 미리부터 고민한다는 건 그 글이 다른 사람의 지식과 정보를 전하는 딱딱한 글일 가능성이 높다. 그건 정말 평생 한 주제를 연구한 전문가의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7. 책쓰기와 출판 과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 확실한 방법이 있다. 출판사가 진행하는 글쓰기와 책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출판사 전문가 출신의 사람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나 역시 그런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시간도 걸리고 부정확하다. 출간까지 약속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 시간과 돈을 아끼는 방법이다.


8. 잘 읽히는 글, 전달이 잘 되는 글을 쓰는 방법이 궁금하다.


-> 사람들은 자신이 손흥민이나 김연경과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재능과 훈련, 경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글쓰기는 그것이 가능한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15년 동안 전문적인 글쓰기를 해왔다. 그럼에도 잘 읽히는 글, 전달이 잘 되는 글을 쓰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러니 이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9. 다른 책의 내용을 각색해서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 나도 몇 번 그런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글을 썼다가 내용 증명을 받은 일도 있다. 패가 망신의 길이다. 생각도 하지 말라.


10. 주제와 목차, 타겟을 정하기가 어렵다.


-> 내가 무엇에 대해 쓸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먼저다. 내가 지치지 않는 관심과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나는 이것이 곧 앞서 말한 자기 발견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글쓰는 스킬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만이 비로소 시장이 원하는 글도 쓸 수 있게 된다. 주제와 목차, 타겟 정하기는 그 다음의 일이다.


11. 출판 과정을 함께 할 멘토와 동료가 필요하다.


-> 나를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나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타인들과의 만남과 대화이다. '나답다'는 것은 결국 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들께 출판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멘토와 동료가 있는 프로그램을 권하고 싶다. 이 글의 목적이 홍보가 아니냐고 항의해도 할 수 없다. 출간의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출판사가 정해지고 나서도 수년 간 책을 못내는 사람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사치스럽게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어디든 걸어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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