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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 오픈한 강된장 가게는 왜 망했을까?

어느 식당 홀 매니저의 고군분투 운영 이야기 #05.

와이프는 순두부 가게에서 홀 매니저로 일한다. 그런데 이전 홀 매니저가 3개월 만에 식당을 그만 두고 바로 옆 옆 강된장 가게를 오픈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러니까 그 석달은 상권과 메뉴와 유동 인구를 분석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위장 취업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그 식당이 오픈한지 일주일만에 순두부 가게의 매출이 원상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식당 오픈빨?이 한 달 간다는 이야기는 이미 옛 이야기가 되었다. 1,2주 안에 자리를 잡지 못하면 강된장 가게처럼 망하기 십상인 것이 자영업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강된장 가게는 나름 치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왜 망해가는 것일까?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식당 오픈한지 한 달 동안 주방장이 벌써 4번이나 바뀌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위장 취업했던 홀 매니저 출신의 사장님 남편이 주방을 맡고 있겠는가. 그렇게 너댓 번이나 셰프가 바뀌었는데 맛이며 서비스가 유지될리 만무하다. 그러니 식당은 결국 사람 장사다. 사람, 사람, 사람이 전부다. 인터넷에서는 이렇듯 잘 되는 식당에서 대여섯 달 일한 후 똑같은 식당을 차렸다가 망한 사레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식당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다.


와이프가 일하는 식당은 점심 매출 100, 저녁 매출 50이다. 점심 장사 때는 홀 매니저와 셰프를 포함해 6명이 일하지만 저녁 장사는 셰프와 매니저 두 사람만 일한다. 그러니 오피스 상권인 판교에서 월 매출 3,000을 갓 넘기는 가게에서 사장이 가져잘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사장은 이 가게를 접지 못한다. 그동안 투자한 모든 비용(아마도 대출이나 빚일 것이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식당이나 자영업자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식당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판교는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이나 오는 손님들이 정해져 있다. 결국 제한된 손님을 두고 새로 생겨나는 식당들과 끊임없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한 가지다. 객단가를 높이는 방법 뿐이다. 그러나 주방이 움직이지 않는다. 빡빡이 셰프는 '1인 실속 메뉴' 같은 히트 메뉴를 더 이상 추가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와이프는 빡빡이 셰프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잘 되는 식당을 똑같이 복사해도 망하는 이유는 이런 사람 관리가 핵심임을 모르거나 간과하기 때문이다. 일개 홀 매니저인 와이프가 이런 사실에 기반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지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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