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이 우리집을 다녀갔다

일상의 황홀 #06.

올해까지 8년 째,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혁이는

가정체험 형식의 교회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났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이 되면 *혁이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교회를 옮기던 해부터는

와이프가 직접 내려가 아이를 데려오고 데려다주었다.


특별한건 없었다.

먹던 밥 그대로 먹고, 가던 곳 그대로 함께 갔을 뿐이다.

아빠와 엄마의 자리를 대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모와 이모부 역할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엔 잊고 지내다가

명절이면 만나 친척임을 확인하고

칭찬과 격려, 걱정 그리고 용돈을 받고 즐거워하는 사이

그러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남이 아닌

가족처럼 걱정해주고 위해줄 수 있는 그런 사이.


올해도 어김없이 *혁이는 우리 집을 다녀갔다.

이제 의젓한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 알뜰폰 하나를 해주고,

(이모부라면 당연히 해줄 일이다.)

부쩍 큰 탓에 맞는 여름옷이 없는 아이에게 티셔츠와 반바지를 사주고

함께 새로 나온 '어벤저스2'를 보고

시험 마친 기념으로 신나게 롤을 하게 내버려두고,

너무 오래 한다 싶으면 불러내어 맛난거 먹으러 가고

때마침 놀러온 막내이모한테 용돈도 받고

그러다가 어린이날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들은 교회 사람들이

와이프에게 부탁한 모양이다.

교회 차원에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어보자고.

와이프는 세상 어떤 일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도

예전엔 미처 볼 수 없었던 흥분으로 제안자료를 만들고 있다.

시큰둥한 나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그런 아내를 돕기 위해 가벼운 PT작업을 준비하다가

와이프가 짤막하게 옮겨놓은 인터뷰 내용을 우연히 보았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와이프 : "가정체험을 하고 온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보육시설 지도사 : "아이들이 가정체험을 하고 돌아오면 ‘우리 이모가 이렇게 해줬다!’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옆에 있던 다른 아이가 ‘우리 이모는 이렇게 해줬다!’하고 말해요. 들어보면 정말 사소한 것들입니다. 이 사소한 이야기를 아이들이 1년 동안 말하며 지냅니다."


나는 오랫동안

우리가 그동안 해온 '사소한'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내의 유난스럽던 흥분이 그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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