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에 '글쓰기'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869권이 검색된다. 나는 지난 63일간 이 책들을 샅샅이 훑어 읽으며 매일 새벽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했다. 글 좀 쓴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 나지만 나름 유익한 경험이었다. 알고 있는 걸 확인하기도 했고 새로운 노하우를 익히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크게 배운게 있다면 '글쓰기도 배울 수 있다'라는 확신을 얻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동안 글쓰기란 타고난 재능이며 가르치거나 배우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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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도 공식이 있다. 서문을 쓰거나 제목 짓는 법, 고쳐 쓰는 법, 심지어 팔리는 글에도 나름 따라할 수 있는 매뉴얼과 템플릿들이 존재했다. 감흥이 일면 일필휘지로 글을 쓰던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건 마치 바람처럼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절대 나는 저렇게 잘 달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믿음이 깨지는 경험과 비슷했다. 100미터도 힘들어하던 내가 나름 달리기의 노하우를 깨치면서 매일 5km를 달리게 된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배우면 더 잘 쓸 수 있다. 따라 쓰기만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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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짧게 쓰라는 조언을 듣곤 한다. 확실히 단문은 힘이 있고 의미 전달도 쉽다. 하지만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에 그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장황한 글은 주어와 서술어 사이의 거리가 멀다. 그래서 의미 전달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원리를 알고 나면 짧게도 쓸 수 있고 길게도 쓸 수 있게 된다. 글쓰기의 무기가 많아지는 것이다. 또한 좋은 글은 구체적이다. 구체적으로 쓴다는 것은 오감으로 쓴다는 것이다. 광안리 앞바다에서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글은 독자들을 화자의 세계 속으로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이런 생생함과 흡입력을 가진 글이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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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좋은 글은 리듬감을 가진다. 사람들은 내 글이 쉽게 읽힌다고 말한다. 그것은 내가 글을 쓸 때 이 리듬감에 각별히 민감하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그것은 마치 337 박수와 같은 것이다. 짧게 두 개의 문장을 쓰고 길게 하나의 문장을 쓰면 글 읽는 맛이 살아난다. 이렇게 글을 쓰면 읽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감각의 영역이다. 쓰고 읽다 보면 어디서 끊고 어디서 이어가야할지가 보이게 된다. 마치 춤을 출 때의 리듬과 박자와 비슷하다. 이쯤 되면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워진다. 오랫동안 춤을 배운 사람이 프리 스타일로 자유롭게 몸을 흔드는 경험과 어쩌면 비슷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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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은 수백 권의 책 중에서 내가 공감하고 새롭게 배운 내용들로 강의안을 만들었다. 줄이고 줄였는데 160페이지의 장표가 만들어졌다. 이 강의안을 들고 처음으로 줌 수업을 하다보니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걔중에는 단순히 다른 책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배운 내용의 출처를 정확히 밝힐 의무가 있었다. 또한 수백 권의 책 내용들 중에서 핵심만을 뽑아낸 편집력도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경험하고 동의한 내용들만을 발췌, 정리했다. 무려 두 달의 시간과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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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나 스스로 수없이 복기하고 복습하면서 글쓰기의 핵심 지식들을 정리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게도 이렇게 유익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럴거란 확신이 들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족 생각이 날 때와 비슷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한 개인의 글쓰기 능력이 중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블로그 같은 매체가 각광받는 이유는 그것이 한 개인의 홍보와 브랜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세상에 팔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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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배울 수 있다. 나는 869명의 저자가 쓴 내용들을 매일 수십 권씩 꼼꼼히 살피며 그 노하우의 정수를 뽑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확인하게 된다. 글쓰기의 왕도까지는 아니어도 지름길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이고 또 못한 글인지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내 글쓰기의 역량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읽히는 글을 넘어 팔리는 글을 쓰는 데에까지 나아가고 있다. 최근 브런치에 쓴 영어 공부에 관한 글은 다음 메인에 소개되어 이틀 만에 1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올렸다. 와이프의 식당 홀 매니저의 경험을 담은 글은 식당 주인들의 전폭적인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내가 최근 벌어들인 수입의 70% 이상은 바로 이 글쓰기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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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랜드 컨설턴트다. 하지만 이 컨설팅의 방법은 대부분 글쓰기라는 방법론으로 이어진다. 네이밍, 카피, 상세 페이지는 물론 브랜드북과 단행본 같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글쓰기 능력이다. 특히나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퍼스널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바로 글쓰기 능력이다. 자신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은 필수다. 심지어 말하기 조차 기획과 스크립트 같은 글쓰기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우리는 취미가 아닌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글쓰기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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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기가 즐겁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비교적 빠르고 쉽게 쓸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능력은 나의 영향력은 물론 수입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나선형의 상승 곡선을 그리며 내 삶과 경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주었다. 그리고 이제 그 지식과 지혜, 노하우와 솔루션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에 좀 더 공을 들이고 싶다. '스몰 스텝 글쓰기'란 이름으로 강의와 수업을 계속해보려 한다. 효과적이지만 쉽게, 논리적이지만 재미있게 쓰는 방법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싶다. 무엇보다 글쓰기의 재미와 즐거움과 보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 결과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노하우도 공유하고 싶다. 함께 성장하고 성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