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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8시 46분에 도착한 문자

어느 식당 홀 매니저의 고군분투 운영 이야기 #16.

1.


어렵사리 구한 보조 셰프가 출근 당일 8시 46분에 못 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가게가 난리가 났습니다. 덕분에 평소엔 같이 일할 일이 없던 셰프와 점덕이 언니가 함께 일하다 결국 사단이 났구요. 간만에 주방에서 큰 소리가 나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식당은 사람, 사람, 사람이 전부입니다.


2.


와이프가 일하는 식당은 저녁이 되면 혼밥의 성지가 됩니다. 이유는 아직도 확실치가 않습니다. 그런데 와이프가 이들을 유심히 바라보다 아이디어를 하나 냈습니다. 혼밥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와이프는 네이버에서 920원짜리 스마트폰 거치대를 5개 샀습니다. 혼밥족의 국룰은 유튜브 보면서 밥 먹기기기 때문입니다.


3.


식당 사장들은 장사가 안되면 저마다 담배 피는 장소가 따로 있습니다. 빡빡이 셰프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근처 가게 사장님들은 점심 무렵이 지나면 계단 계단마다 자기만의 장소에서 너구리 한 마리가 됩니다. 오늘도 와이프는 그런 너구리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합니다. "요즘 장사 참 안되죠?" 너구리가 말합니다. "그러네요. 진짜 불경기는 불경기인가 봐요." 와이프가 답합니다. 여러분이 만일 판교를 지나다가 너구리굴을 만난다면 이렇게 생각하십시오. 아, 저기가 바로 그 순두부 식당이 있는 너구리 골목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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