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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를 위한 '좋은 책'은 왜 드물까?

1.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의 브랜드북을 2번 작업한 적이 있었다. 두 번 다 몇 달에 걸쳐 작업을 했고 때로는 회사에 들어가 밤을 새며 글을 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힘들었음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는 그들의 '기록'에 대한 집착이었다. 그 회사는 크든 작든 모든 프로젝트를 문서화해서 책으로 남기고 있었다. 최근 들어 힘든 행보를 보이는 회사지만 그 저력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리리 믿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


기록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이 근대에 그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그들의 '기록'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서양의 앞선 문물을 수용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직접 번역했다. 그 결과 지금의 일본인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영문 원서를 볼 필요가 없다. 번역물의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기술서나 전문서적의 경우 그 매끄러움에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3.


굳이 이런 이야기로 서두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막상 자영업자들이 공부를 하려 해도 마땅한 책이 많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준비 없는 창업이 높은 폐업률로 이어진다는 가정하에 국내의 수많은 경제, 경영서를 매일 같이 들여다보며 쉽게 쓰고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 때 특히 도움이 되는 것이 밀리어의 서재나 리디 셀렉트 같은 서비스다. 양도 양이지만 즉석해서 여러 책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4.


그런데 이렇게 1,000권 이상의 마케팅 브랜딩 책을 '통시적'으로 보다 보면 정말 현장에서 응용할 책은 그리 많지 않음을 금방 깨닫게 된다. 전문가들이 쓴 책은 시장에서 통할지 의문스러운 내용들이 많다. 반면 현장의 사장님들이 쓴 책은 단순한 개인적인 경험담이 많아 일반화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각 책들에서 배울 점이 많긴 하지만 '이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5.


사실 여기에는 또 한 가지 배경이 있다. 특히 마케팅 사례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함부로 책을 쓸 경우 내용 증명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직접 그런 경우를 본 적도 있다. 심지어 퇴사를 해서도 제재를 받으니 현장 전문가들의 살아있는 사례를 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카페, 식당, 학원 같은 현장의 사장님들은 책을 쓸 시간과 경험이 부족하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출판사를 통한 기획 출판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6.


얼마 전 서울이 전 세계 미식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 3위에 올랐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1위는 일본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런 정보를 어떻게 얻고 있을까? 우리나라도 사람들도 구하기 힘든 서울의 미식 지도를 그들이라고 쉽게 얻을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사장님들의 책을 쓰고 있는 나는 묘한 사명감까지 느낀다. 우리나라의 성공한 스몰 브랜드의 성공담과 그 노하우를 책과 컨텐츠로 남기고 있으니 말이다.


7.


나는 지금 톰 크루즈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소개된 역전식당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30억 사기를 당한 후 맨땅에서 시작한 '64김만두'의 이야기도 함께 쓰고 있다. 국내 대기업을 나와 천안에서 가장 유명한 고깃집 중 한 곳이 된 '육화미'의 책도 쓰고 있으며, 원주에서 원생 100명을 가르치는 피아노 학원 원장님의 책도 쓰고 있다. 교대에서 '정직'을 생명으로 환자들을 맞는 '내인생치과'의 책도 함께 쓰고 있다.


8.


나는 기록의 힘을 믿는다. 당장은 큰 반향이 없을지 몰라도 이들에 대한 기록이 차곡 차곡 쌓이면 이후에 자영업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엄청난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일본이 야구를 잘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4000개나 되는 고교 야구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80개의 야구팀이 있다). 저변이 강한 나라에서 명품 브랜드가 나오기 마련이다. 세계 3위의 미식 국가에 맞는 기록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의 더 큰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것도 기록이다. 우리나라에 자영업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세제 할인보다 교육, 그리고 이를 위한 컨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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