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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는 브랜딩이다?

1.


나는 브랜딩을 '제품과 서비스에 가치를 더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때 가치란 쓸모 이상의 욕구를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건을 담는 것 이상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명품 백을 산다.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 이상의 비싼 시계를 구매한다. 이동 수단 이상의 하차감을 느끼기 위해 벤츠를 사고, 벤틀리는 사는 것이다.


2.


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공감'을 팔아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을 살펴 보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갑질의 제국 한국에서 을로 살아가는 지혜를 이야기하고 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세상에 널린 우울증 환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고 대변하고 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는 끝없이 성공을 쫓기는 사람들에게 그것만이 옳은 삶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 공감을 얻었다.



3.


결국 책도 하나의 상품이고 서비스다. 그래서 책 역시 나무 한 그루 값어치를 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위로일 수도, 행복일 수도, 지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가치 제공에 대한 생각없이 막연히 책 한 권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렇게 시작하는 책쓰기는 성공하기 힘들다. 책이란 결국 에피소드와 메시지라는 조합으로 이뤄진 상품이다. 사건은 있지만 전하고 싶은 말이 없는 책은 또 얼마나 공허한가.


4.


이렇게 추상적인 가치를 사람들의 눈에 보이게 하는 결과물이 바로 '컨셉'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좋은 책은 러프하게 말해 결국 잘 팔리는 책이다. 그런데 잘 팔리는 책은 명확한 컨셉이 있다. 그렇다면 책의 컨셉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그것이 바로 제목이고, 저자 소개이고, 서문이고, 본문의 스토리텔링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할 수 있다'는 제목 자체가 갑질의 세계를 살아가는 세상 모든 을들에게 던지는 명확한 컨셉인 것이다.



5.


컨셉은 추상적인 가치를 담아내는 하나의 그릇으로 이해하면 쉽다. 풀무원은 '자연을 담은 그릇'이라는 로고 하나에 이 컨셉을 담아냈다. 에이스침대처럼 '침대는 과학'이라는 하나의 카피에 컨셉을 담을 수도 있다. 건강한 술이라는 말도 안되는 컨셉도 '백세주'라는 이름에 담겨져 있다. 세상 더러워서 며칠을 끓여야 하는 '암반수'가 청량함의 컨셉을 담아내는 컨셉이 되기도 한다.


6.


책의 세계에서 컨셉이란 '내가 저 책을 사야만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작업이다. '90년생이 온다'는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MZ세대를 90년 생으로 표현했다. '82년생 김지영'은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김지영이라는 가공의 인물로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1등은 당신처럼 공부하지 않았다'는 대한민국에서 1등을 하고 싶은 거의 모든 학생과 학부모의 욕망을 자극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컨셉은 수능 만점 30명의 인터뷰라는 컨셉이다.



7.


그러니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면 바로 이 '컨셉'을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 물론 내가 세상에 없는 에피소드와 메시지로 가득한 삶을 살았다면 굳이 컨셉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삶 그 자체가 컨셉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비 작가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위에 소개한 그 어떤 책도 그런 비범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들이다.


8.


그러니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 즉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하자. 그것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더 많이 고민하자. 그리고 그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선명한 컨셉을 더 더 많이 고민하자. 그리고 그 컨셉을 제목과 목차와 저자 소개와 서문과, 그리고 본문의 소제목들에 담아보자. 책은 이제 더 이상 스펙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다양성의 시장으로 가고 있다. 결국 컨셉이 뾰족한 책이 성공할 것이다. 이것이 당신의 책을 팔리게 하는 가장 큰 무기임을 절대로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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