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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란 무엇인가? - 두 번째 이야기

1.


차별화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사람들의 생각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어 늘 스타벅스에 가는 사람들은 웬만해선 다른 카페를 잘 찾지 않는다. 커피는 스벅이라는 인식이 강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만들어진 생각은 그게 편견이든 선입견이든 고집이든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첫 번째 떠오르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되기 위해 그렇게도 애를 쓰는 것이다.


2.


사실 마케팅의 역사는 이런 '인식'의 벽에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도 바꾸기 힘든 생각을 바꾼 브랜드는 과거에도 지금에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하이트는 좋은 맥주의 기준을 '암반수'라는 컨셉으로 바꾸면서 시장에서 1등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하이트는 어떻게 OB맥주의 아성을 깰 수 있었을까? 사람들에게 좋은 맥주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맥주의 본질을 집요하게 묻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질문이라면 브랜드에 대한 기존의 인식도 바꿀 수 있다.


3.


드비어스는 한때 다이아몬드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다이아몬드가 새롭게 발견되면서 이런 독점이 한계를 보이는 때가 오고야 말았다. 그때 드비어스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좋은 다이아몬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그리고 등급을 나누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생산하는 다이아몬드를 맨 위의 등급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제품에 '영원'이라는 가치를 부여했다. 그렇게 탄생한 카피가 바로 'Diamond is Forever'였다.


4.


나는 브랜딩이란 제품과 서비스에 '가치'를 더하는 과정이라고 오랫동안 설명해왔다. 이때의 가치란 쓸모 이상의 어떤 욕구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 욕구란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사진 한 장이 그 사람에겐 절대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기억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순위로 정할 수 없는 것은 그 아름다움이란 가치가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듯 자신들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에 따라올 수 없는 가치를 더하는 과정이 곧 차별화이고 브랜딩이다.


5.


그렇다면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이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어떤 치과를 갈지 고민될 때 서울대 마크가 그려진 병원을 고르는 것은 그것이 복잡한 선택의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서울대를 나온 의사 선생님이라면 다른 병원보다 못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방의 의대를 나온 선생님은 어떻게 차별화를 해야 할까? 좋은 치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 된다. 선택의 기준을 서울대냐 아니냐가 아닌 '좋은 치과'는 어떤 치과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제시해야 한다.


6.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하기를 어려워한다. 아니 귀찮아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죽의 본질'에 의문을 던지고 아플 때 먹는 죽이 아닌 속이 불편하거나 컨디션이 안좋을 때 먹는 고급 음식으로 차별화해 '본죽'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안경은 으례히 직접 매장에 간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여러 개의 샘플을 보내 고르게 한 '와비파커'란 브랜드도 있다. 남녀가 같이 운동한다는 통념을 깨고 여성만 입장을 허용해 성공한 '커브스'도 있다. 남자 때문에 화장을 해야만 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7.


그러니 남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를 고민하고 있다면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낸 '박스'에서 뛰쳐나와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사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과일 가게의 본질은 '맛'이 아닐 수도 있다. 주인장의 넋살 좋은 생각일 수도 있고(총각네 야채가게),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일 수도 있다(센비키야). 그러니 함부로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잠시만이라도 철학자가 되자. 본질을 파고들자. 그 과정은 어려울테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답을 분명 얻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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