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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란 무엇인가? - 첫 번째 이야기

1.


예를 들어 내가 동네 카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가장 안좋은 차별화는 옆 카페가 10평일 때 20평 짜리 카페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옆에 100평 짜리 카페가 들어선다면? 지금까지 내세웠던 차별화 요소가 오히려 장점이 아닌 단점이 되어버린다.


2.


그러나 옆에 20평 짜리 카페가 있어도 10평 짜리 카페로 이기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명확한 '컨셉'을 가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주인장의 개성과 취향을 살려 클래식 전문 카페를 만들면 어떨까? 클래식 애호가들이 멀리서부터 찾아오는 카페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옆에 더 좋은 클래식 카페가 들어설 수 있을까? 적어도 평수로 경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차별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3.


최근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펜싱팀이 금메달을 땄다. 그런데 펜싱은 전통적으로 팔다리가 긴 유럽 선수들이 차별화된 강점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차별화는 팔 다리 짧은 동양 선수들이 따라가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펜싱팀은 어떻게 했을까?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팔 다리를 늘리는 대신) 유럽 선수들이 한 번 스텝 밟을 때 두번 스텝을 밟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길이가 아닌 속도로 차별화한 것이다.


4.


그렇다면 이러한 차별화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신의 장단점, 기호, 취향, 습관, 개성 등을 명확히 아는 사람들만이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다. 내가 음악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깨달음과 경험이 없으면 음악 카페를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팔 다리가 짧다는 자기 인식 없이 어떻게 속도로 승부를 볼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5.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남의 기준으로 차별화하려고 한다. 남의 칼이 1m이니 1.5m 칼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곧 2m 짜리 등장할 거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 그러므로 진정한 차별화는 제대로 된 자기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팔 다리가 짧아서 유리한 '쇼트 트랙' 같은 종목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진짜 차별화다. 알고도 따라할 수 없는, 카피할 수 없는 차별화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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