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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반짝이던 순간을 찾아서

4월의 마지막 날 밤은 '적당함'으로 가득했다. 적당한 날씨, 적당한 장소, 적당한 사람이 어우러진 곳에서 저녁 나절의 여유로움을 한껏 만끽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얘기냐고? 얼마 전 나는 50대 전후의 나이에 인생의 두 번째 커리어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모임을 제안했다. 그렇게 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첫 모임에 우리는 서로의 생각과 삶에 매료되었다. 자연스럽게 두 번째 모임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어제 함께 모인 것이다.


장소는 은평구의 어느 건물 7층, 루프탑을 연상케 하는 곳에서 주인장?은 허브로 재운 삼겹살로 바비큐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맥주와 약간의 싱글 몰트 위스키까지... 사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곳에서 비슷한 술을 마시며 즐거울 수 있겠지만 이 날 모임은 조금 달랐다. 중년의, 어쩌면 짧은 봄날처럼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내 인생의 반짝이는 순간'을 이야기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을까?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행복한가, 나다운 삶을 살고 있는가, 인생의 후반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좀 더 나아가면 유한한 삶에서 행복을 찾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친구들에겐 차마 그런 '묵직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그저 의미없는 가벼운 잡담으로 무거운 인생을 회피하려 들 때가 많았다. 그게 서로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는 그 모든 얘기를 마음껏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 좋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 인생에 있어 가장 '반짝이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이런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꺼내놓게 만든다.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C는 '성취'를 이야기했다. 쟁쟁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이들과 코칭을 배웠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반도체 회사를 다녔던 S는 스스로의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이며 성취는 있었으나 행복은 부족한 삶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일과 일상이 조화로울 수 있는 워라블(Work, Life, Blending)을 이야기했다. 나도 나의 행복과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서너 시간이 지나갔다. 그즈음 우리는 이야기에, 분위기에, 그리고 약간의 술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었다.


혹시 이 이야기를 듣고 구미가 당기는 40대, 50대가 있을까. 물론 더 젊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 번은 반드시 마주하게 될 세컨드 커리어, 그러니까 첫 번째 직장에서 자의든 타의든 벗어나 두 번째 인생을 고민하며 살아갈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는 단순한 노후 준비가 아니다. 물론 우리도 어떻게 먹고 살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더 깊은 고민도 함께 한다. 바로 가장 나다운 삶을 고민하는 것이다. 일도 일상도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인생에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이 날 모인 다섯 명도 각자 추구하는 삶의 자세와 가치가 달랐듯이 말이다.


나는 이 모임이 4,50대를 위한 트레바리 같은 모임이 되었으면 한다. 이런 '고급진'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어딘가에 있다고 믿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성적을, 직장에서는 성공과 성취를 강요한다. 하지만 인생의 전반전을 한 번 살아낸 우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각자의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그 길이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인생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히 돈과 인맥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모두의 정답은 없지만 각자 다른 개인만의 정답을 찾아나서는 여행. 이 흐뭇한 탐색의 여정에 당신도 언젠가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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