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터지면서 그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영업시간은 줄었고 손님은 사라졌다. 한 달 매출이 600만 원으로 떨어졌을 때, 월세와 재료비를 제하고 나면 손에 남는 건 고작 빚뿐이었다. 생활비는 늘 마이너스였고, 쌓이는 건 통장 잔고가 아니라 이자 고지서였다. 그는 결국 결혼반지와 아이들 돌반지, 집안에 있던 금붙이까지 팔아야 했다. "선수를 쳤죠. 독립하겠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선언하던 그날의 목소리는 씁쓸하면서도 단단했다. 남의 간판 뒤에 숨을 수는 없었다. 이제는 자기 이름으로 승부를 볼 차례였다.
아침 9시, 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가게로 향한다. 문을 열자마자 껍데기 손질부터 시작한다. 등심 쪽에서 나온 두툼한 껍데기를 삶아 숙성하고, 지방과 잡내를 meticulously 제거한다. 기성품을 들이면 편하겠지만, 그는 끝내 손으로 한다. "손님들이 껍데기 때문에 다시 찾아주십니다." 그 말 속에는 자부심과 고단함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5일간 숙성한 껍데기는 그의 비장의 무기였다.
밤 11시 반, 영업을 마치고 나면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주방 청소와 불판 세척기를 돌리고, 새벽 한 시가 넘어야 집에 닿는다. 아이는 이미 곤히 잠들어 있다. 그가 볼 수 있는 건 자는 얼굴뿐. 그래서 매일 아침 일부러 등원을 맡는다. "일주일에 한 번 보는 것보다, 아침에라도 꼭 얼굴을 봐야 하거든요."
주방 안쪽, 불판 위에서 그는 고기를 굽는다. 손님 앞에서 오롯이 자신이 굽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오픈 부스를 만들었다. 두 손에 집게와 가위를 쥐고 200인분을 혼자 소화한다. 손님들이 묻는다. "사장님, 건강 괜찮으세요?" 연기 속에서 눈이 시뻑겋게 변해도 그는 웃으며 대답한다. "괜찮습니다."
그의 원칙은 단순하다. 손님에게 내는 고기는 최대한 정갈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너덜너덜한 고기는 과감히 버린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손질이 무너집니다. 차라리 만 원으로 한 번 남길 걸, 8천 원으로 두 번 남기는 게 낫습니다." 이런 고집이 손님들의 신뢰를 쌓았다. 블루리본 맛집 스티커는 그 노력의 작은 증거였다.
그렇다고 빚이 사라진 건 아니다. 코로나로 늘어난 대출의 이자만 매달 200만 원. 가게는 흑자를 내지만 가정은 여전히 빚더미 위에 있다. "지금도 쌓이고 있어요."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러나 그 담담함 뒤에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있었다.
낮잠 대신 그는 마케팅을 공부한다. 포스터를 직접 디자인하고, 손님들이 QR코드로 불편 사항을 익명으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침을 뱉는 손님들을 막기 위해 재치 있는 문구를 붙여 놓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작은 배려와 유머는 손님들의 사진이 되어 다시 홍보가 된다.
그는 말한다. "자영업자들이 너무 쉽게 포기합니다. 손님이 안 오면,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방법을 바꾸고, 끝까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합니다." 그의 하루는 몸을 불태워 버티는 삶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이 집 고기는 다르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살아날 힘을 얻는다. 7년째 불판 앞에서 땀을 흘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기계가 시간을 줄이고, 사람이 가치를 만든다
- 왓더버거, 경남 양산시
햄버거를 만드는 주방은 더 이상 땀과 소음이 가득한 공간이 아니었다. 토마토와 양파를 단 몇 초 만에 썰어내는 기계, 버터를 자동으로 녹여 균일하게 발라주는 장비, 패티를 앞뒤로 동시에 구워내는 그릴, 그리고 고기의 온도를 끝까지 유지해 주는 홀딩 케이스까지. 주방의 풍경은 마치 작은 공장 같았다. 칼을 잡을 일도, 손목에 무리를 줄 일도 거의 사라졌다.
대표는 이런 자동화 장비들을 ‘사치’가 아니라 ‘생존’이라고 말했다. 인건비는 오르고, 배달 수수료는 점점 더 높아진다. 매출이 늘어도 직원의 피로도가 쌓이면 오래 버틸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전국을 돌며 직접 기계를 찾고, 브랜드에 맞게 개량을 의뢰했다. 비싸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투자였다. “똑같은 인건비를 써도, 주방이 편해지면 직원이 떠나지 않아요. 한 명이 덜 들어가도 운영이 되면, 그것만으로 경쟁력이죠.”
실제로 조리 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다. 원래 2분 30초에서 3분이 걸리던 패티 굽기는 1분 만에 끝났다. 전문가 기준 10분이던 햄버거 한 세트 준비 시간도 이제는 5분이면 충분하다. 기계는 시간을 줄이고, 위생을 높이고, 주방의 온도를 낮췄다. 덕분에 직원들의 피로도는 줄었고, 맛은 일정하게 유지됐다.
그럼에도 그는 사무실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전략과 기획은 책상에서도 할 수 있지만, 주방의 불편함은 현장에서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현장을 돌며 100가지 세세한 개선점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알바생을 직접 스카웃하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봉사비를 챙겨주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철학을 강조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흔한 ‘본사만 돈 버는 구조’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점주님들의 수익을 최소한으로 침해하면서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광고와 물류, 제조까지 효율을 찾아야 하고, 본사 욕심만 부리면 결국 망합니다.” 실제로 폐업하는 매장도 있지만, 그는 그것을 외식업의 본질적 리스크로 본다. 중요한 건 유행을 쫓기보다 구조적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다.
그는 “성장형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회의감이 온다. 그래서 늘 개선점을 찾고, 업그레이드를 멈추지 않는다. 그 에너지는 직원과 점주, 그리고 수백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무게와도 맞닿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외식업은 천성이 있어야 합니다. 힘들지만 즐길 수 있고, 손님이 만족할 때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해요. 기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고,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