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출판사와 포르체, 이 두 곳은 규모보다 태도로 브랜드를 만들어온 대표적인 예다. 유유는 “작고 단단하게, 재미있게”라는 말 그대로 출판사를 운영한다. 대형 출판사처럼 많은 책을 찍어내기보다, 한 권의 책을 완성도 높게 만들어 독자에게 천천히 스며드는 방식을 택했다. 책의 판형은 늘 일정하고, 표지는 단정하며, 색은 절제되어 있다. 타이포그래피만으로도 브랜드의 기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미니멀하다. 그래서 서점에서 유유의 책을 집어 들면 제목보다 먼저 ‘유유다운’ 스타일이 전해진다.
유유출판사의 독자는 분명하다.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꾸준히 읽고, 생각의 깊이를 쌓는 사람들. 그래서 유유는 이들을 ‘함께 성장하는 친구’로 대한다. 뉴스레터 ‘보름유유’는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티다. 독자들은 유유의 뉴스레터를 통해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때로는 인생의 문장을 받아 적는다. 출판사가 독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포르체는 또 다른 결의 단단함으로 존재한다. 그들은 “작지만 강한 출판사”라는 말을 스스로의 철학으로 삼았다. 출판을 ‘사업’이 아닌 ‘작품 제작’으로 여기며,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세상에 정확히 도달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직원 네 명 중 두 명(지금은 직원이 더 늘었을 것이다)이 마케터라는 구조는, 책의 완성도가 내용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편집이 시작이면, 마케팅은 두 번째 편집인 셈이다.
포르체는 유명인보다는 ‘콘셉트가 뚜렷한 저자’를 선택한다. 작가의 이름보다 메시지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장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컨트롤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겠다는 선언은 겸손이라기보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한정된 자원을 진심이 닿는 곳에 쓰는 것, 그것이 포르체가 브랜드로서 존중받는 이유다.
이 두 출판사의 공통점은 ‘선택과 집중’이다.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오래 지속되는 구조를 만든다. 책의 개수보다 브랜드의 일관성을, 단기적 반응보다 장기적 신뢰를 택한다. 시리즈 기획, 통일된 판형, 뉴스레터나 구독 서비스 같은 커뮤니티 운영 등은 모두 ‘한결같은 인상’을 만들기 위한 장치다.
작은 출판사의 브랜딩은 결국 정체성의 문제다. 어떤 독자를 위한 출판사인지, 어떤 문장을 세상에 남기고 싶은지, 왜 책을 만드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유유와 포르체는 그 답을 이미 갖고 있다. 유유는 “함께 읽는 즐거움”으로, 포르체는 “단단한 콘텐츠의 힘”으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책 한 권의 크기는 작아도, 그 안의 철학은 결코 작지 않다. 작은 출판사의 브랜드는 바로 그 ‘태도’에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