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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북스톤'은 어떻게 브랜딩할까?

이들의 책을 한두 권 읽고 나면, 독자는 어느 순간 “이건 북스톤스럽다”라는 말을 입에 올리게 된다. 표지의 미니멀한 감각, 문장 속의 단정한 결, 그리고 무엇보다 일과 삶에 대한 사유가 공통된 결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일관성은 우연이 아니다. 북스톤은 애초에 ‘모든 사람이 지적 생산자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자기다운 삶을 탐색하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고 선언해왔다. 이 출판사는 ‘무엇을 낼까’보다 ‘왜 이 책을 내야 하는가’를 먼저 묻는 곳이었다.


북스톤의 마케팅은 단순히 홍보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책을 기획할 때부터 이미 마케팅을 시작한다. 저자의 스토리, 문체, SNS에서의 대화 방식까지 모두 책의 연장선으로 설계된다. 『마케터의 여행법』이 좋은 예다. 마케터가 유럽 마트의 진열대를 관찰하며 얻은 통찰을 엮은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는 법’에 대한 제안이었다. 북스톤은 그런 시선을 가진 저자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관점을 브랜드 자산으로 만든다.


그들은 또한 하나의 출판사 안에서 여러 서브 브랜드를 운영한다. ‘비컷(B Cut)’은 자기 일을 주도적으로 디자인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쏘스(so·s)’는 실무에 필요한 지식과 감각을 담는다. 이처럼 세분화된 브랜드 구조는 독자에게 명확한 신호를 보낸다. “이 책은 당신의 일과 삶에 직접 도움이 될 것이다.” 북스톤의 독자층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흥미로운 점은, 북스톤이 책을 중심으로 하지만 결코 ‘책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독자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뉴스레터 ‘책돌이 편지’, 인스타그램 피드, 저자와의 토크 행사, 심지어 리워드형 리딩크루 프로그램까지. 이 출판사는 ‘판매’보다 ‘관계’를 설계한다. 그 관계의 중심에는 늘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있다. 그래서 북스톤의 독자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의 동료가 된다.


북스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소규모 조직의 빠른 판단력과 실행력이 돋보인다. 큰 조직의 절차 대신, 작은 팀이 가진 민첩함으로 창의력을 키운다. 이들은 출판을 하나의 실험으로 대한다. 표지의 활자 크기 하나를 두고도 “이 책의 태도는 무엇인가”를 논의하고, 문장 하나에도 “이건 정말 북스톤답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결과, 그들의 책에는 일관된 기류가 흐른다. “Better is not enough. Be different.” — 더 나은 것보다, 다른 것을 추구하는 태도 말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단기적인 대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북스톤은 대형 광고 캠페인을 벌이지 않는다. 대신 ‘팬을 만드는 출판사’로 불릴 만큼 꾸준히 신뢰를 쌓는다. SNS에서, 서점의 한켠에서, 혹은 누군가의 책상 위에서 천천히 퍼져나가는 방식이다. 책 한 권이 아닌 출판사 자체가 브랜드로 각인되는 순간, 그들은 이미 성공한 셈이다. 북스톤을 보고 있으면 출판이라는 일이 단순히 ‘내용을 담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것은 하나의 철학을 세상과 나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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