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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프레스 - 책이 좋아 거북목이 된 사람들

터틀넥프레스는 단순히 책을 내는 출판사가 아니다. 책을 좋아하다가 거북목이 되어버린 사람들, 그만큼 책에 몰입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다. 이름부터 ‘터틀넥’이라는 유머와 자조를 담고 있다. 이 출판사는 출판을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태도’로 바라본다. 그래서 스스로를 ‘출판사’가 아닌 ‘출판 브랜드’라 부른다.


처음 책을 낼 때부터 터틀넥프레스는 크기를 좇지 않았다. 그들은 ‘진화’라는 단어를 쓴다. 성장보다 더 느리고, 더 깊은 단어다. 책이 많이 팔리는 것보다, 책을 둘러싼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관계를 맺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 관계는 온라인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프라인 서점 방문, 북토크, 독자 제보 같은 일상의 소소한 교류 속에서 이어진다.


“책이 놓인 공간을 제보해주셨어요.” 터틀넥프레스의 SNS에는 이런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독자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책의 여정을 만드는 동료로 존재한다. 책을 읽는 사람에서, 책의 생애를 함께 기록하는 사람으로 확장되는 경험. 이것이 터틀넥프레스가 말하는 ‘브랜딩’의 진짜 의미다.


터틀넥프레스는 스몰 브랜드다. 그러나 그것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작지만 단단한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한다. 대기업 출판사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대표가 직접 보내는 뉴스레터, 손글씨 편지, 메모 리추얼 같은 사적인 형식의 콘텐츠는 브랜드를 감정적으로 연결시킨다.


그들의 타깃은 명확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함께 배우고 싶은 사람”, “기획과 편집에 관심 있는 사람”. 모두 책을 중심으로 ‘사유’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이다. 터틀넥프레스는 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공동체를 만든다. 그래서 그들의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라 관계다. 이벤트보다는 리추얼, 판매보다는 대화, 독자보다는 동료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SNS에서, 북토크 현장에서, 뉴스레터의 문장 속에서 이 브랜드는 ‘책의 향기’보다 ‘사람의 체온’을 전한다.


결국 터틀넥프레스의 전략은 하나로 귀결된다.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를 만든다는 것. 그 문화 속에서 브랜드는 서서히 단단해지고, 독자들은 자신이 그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는 감각을 얻는다. 터틀넥프레스의 여정은 출판의 미래를 보여준다. 크지 않아도, 유명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온도로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것.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에게 닿는다는 믿음. 그 믿음이 바로, 터틀넥프레스라는 이름이 가진 가장 따뜻한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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