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마치 '남이 듣는 자신의 목소리'를 정작 그 자신은 잘 몰라서 놀라는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가진 강점 중 하나는 '실행력'이다. 그러나 소심하고 우울했던 과거의 나는 나 자신이 그토록 실행에 빠르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생각이 나면 그 다음날, 아니 그날 새벽이라도 실행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의 이 글만 해도 그렇다. 새벽에 잠이 깨어 앤돌핀이 충만한 지금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 주제는 다름 아닌 '돈 벌기'에 관한 것이다. 나는 지난 8년 동안 어떻게 돈을 벌어왔는지를 말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스몰 스텝이 아닌 빅스텝, 즉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돈벌기에 관한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글을 쓰고 브랜딩에 관한 일을 해오면서, 그리고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전문가와 사업가를 만나면서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그것은 돈을 버는 모든 일이 결국은 인간의 '욕망', 더 정확하게는 '결핍'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브랜딩 용어로는 그것을 '가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가치라는 단어의 원뜻을 찾아보면 결국 그것이 인간의 욕망과 결핍, 불안에 관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이러한 인간의 결핍을 기가 막히게 캐치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지금은 엑싯했지만 '배민'을 만든 김봉진 대표를 보라. 그는 내가 사는 분당 인근에서 전단지를 모아 올려놓은 사이트로 일을 시작했다. 배달 음식을 먹고 싶은데 일일이 전단지를 확인해서 전화를 직접 걸어야 하는 '결핍과 필요'를 해결한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주변에 돈 잘 버는 사람들의 사례를 몇 가지 찾아보자. 최근에 영화를 소개하는 '지무비'라는 유투버의 얘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전세가 77억의 아파트를 덜컥 계약해서 신문에까지 나버린 그의 수익 모델은 무엇일까. 바로 '영화를 소개하는 일'이다. 혹자는 그것과 인간의 욕망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현대인은 바쁘다. 볼 것도 살 것도 가볼 곳도 많다. 그런데 돈과 시간이 언제나 부족하다. 지무비는 이런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해줬다. 잠들기 전 궁금한 영화를 짧은 시간에 볼 수 있도록 자기만의 스타일로 '정리하고 압축'해줬다. 그 댓가는 유튜버 구독자와 광고 및 협찬 수익으로 이어졌다. 아마 이런 사례를 들자면 일곱 날밤을 새워도 부족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들의 어떤 '결핍'을 채워줬을까? 나는 약 8년 전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의 내용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다만 직장생활에 지친 어느 중년이 어떻게 '아주 작은 실천'으로 삶의 열정을 회복해가는지를 브런치에 기록했다. 책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회사 상사도 아닌, 심지어 자기가 뽑은 직원에게도 치이는 이 소심한 직장인이 어떻게 '자기다운' 삶을 이해하고 개척하고 실천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썼다. 그땐 몰랐다. 사람들이 얼마나 '나다운' 삶을 갈구하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나는 운좋게 그 트렌드에 올라탈 수 있었고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해서가 아니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무엇에 갈급해하는지에 대한 답을 글로 쓰고 말로 전할 줄 알았기에 나는 미대와 음대에 다니는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었다.
내 사업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모든 브랜드의 가장 큰 고객은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 다음이 직원이고, 그 다음이 소비자다. 나 역시 나를 고객으로 삼아 수없이 많은 도전과 실행을 했다.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글을 쓰고, 모임을 하는 그 모든 활동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답을 찾았다. 나는 그 무엇보다 '지적 자극'을 얻을 때 만족하고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내가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책을 만드는 이유는 한 가지다. 그 과정에서 오는 지적인 자극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그래도 자신의 분야에서 크고 작은 성공을 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그들과 인터뷰를 하고, 토론을 하는 과정을 통해 컨설팅을 하고 책을 만든다. 그리고 돈도 번다. 그리고 그것이 다름아닌 '나다운' 삶의 모습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돈을 벌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을 반길 이는 없다. 하지만 내 고민에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을 막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뢰와 진정성을 느낀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우리는 그것을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돈 버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방법이 예전에는 크고 좋은 회사를 가서 월급을 받는 과정으로 압축되어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기를 쓰고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좀 많이 바뀌었다. 그 길 말고도 돈 버는 방법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촘촘히 연결된 사회는 한 개인이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오히려 아웃소싱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혹자는 지구 역사상 가장 돈 벌기 쉬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모른다. 그래서 직장에서 쫓겨나면 지옥이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견디며 존버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마흔 중반 일찌감치 그 지옥같은 트레일에서 내려왔다. 그 대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돈을 벌어왔다. 나는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통해 일상에서 좌절을 맛보는 수많은 소시민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때로는 책으로, 때로는 강연으로, 때로는 모임으로 '나답게 살고 싶다'는 결핍을 가진 이들에게 용기와 해법을 전달해왔다. 8년 차에 이른 지금 그 대상이 사람에서 작은 기업으로 바뀌었을 뿐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흐르며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즈니스의 크기가 커졌음을 생각하고 또 다른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내 일을 '구조화'하고 '협업'의 기회를 늘리는 일이었다. 내가 아닌 시스템이 일하게 하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연대하는 일, 그것이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가장 큰 '결핍'이다.
나는 돈을 벌고 싶다. 돈이 없어서 친구나 가족, 친척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본 적이 있는가. 세상에 그만큼 괴롭고 힘들고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다. 무엇보다 소중한 관계가 깨어지기 쉽다. 돈이 없으면 아이들을 가르칠 수도 없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큰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적어도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정도의, 나이가 들어도 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시작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그리고 그 고민은 대한민국의 아주 평범한 50대 남자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결핍들이다. 커리어, 건강, 재정, 그리고 관계... 이 네 가지만 든든하다면 감히 행복이라고 부르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러한 나 자신의 '결핍'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문제 해결이 바로 '브랜딩'이다) 다양한 방식의 구조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단은 내가 지난 15년 간 쌓은 지식들을 글과 책 같은 콘텐츠로 다시 한 번 체계적으로 '정리'하려 한다. 더 많은 모임을 통해 사람들의 '결핍'을 연구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와 솔루션을 상품화하려 한다. 나와 같은 고민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규모있게 만들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도움과 응원을 받으려 한다. 왜냐하면 그 일이 얼마나 즐겁고 보람있는지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일을 구체화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도 실험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나와 같이 고민을 나누고 해법을 연구할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글로 천천히 나눠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