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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 사토와 생활의 달인

스몰 스텝 스케치 #17.

'넨도'라는 일본의 유명한 디자인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대표인 오키 사토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눈을 뜬다.

일곱살 짜리 반려견을 산책시킨 후 늘 같은 카페의 같은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항상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한다.

점심에는 항상 같은 국수집에서 같은 메뉴를 먹고

단골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그에겐 40벌의 하얀 셔츠와 20벌의 검정 바지가 있으며

속옷과 양말 역시 검은색만 입고 신는다.

항상 같은 색의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었던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컬러의 후드티를 입는 마크 주커버그가 떠오른다.

문득 궁금해진다.

왜 그들은 매일 같은 옷을 입었던 것일까?

독보적인 창의성과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일까?


디자인 회사 '넨도' 대표인 오키 사토는 항상 같은 옷을 입는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시간 절약'이다.

그들은 매일 먹고 마시고 입는 것에 들이는 시간을 아까워 했고

그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고자 했다.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에

본질에 충실한 삶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의도치 않은

그들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리라.


하지만 그 뿐일까?

매일 반복되는 그들은 습관을

그저 시간 절약의 노하우 정도로만 이해해도 되는 것일까?

앞서 소개한 디자이너 오키 사토는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며 '관찰'의 힘을 기른다고 했다.

매일 카페를 찾는 그에겐 망가진 의자 하나도 크게 다가오고

요리사가 바뀐 것과 같은 변화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생각없이 카페와 식당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어쩌면 발견할 수 없는 변화를 그만은 아는 셈이다.

기존의 제품과 아이디어와 제품에 약간의 변형을 더한 그의 작품은

어쩌면 이처럼 보이지 않는 매일의 훈련에서 나온 결과일지 모른다.


'넨도'가 다지인한 자, 흰 종이, 검은 종이 어디서건 눈금이 읽힌다


즐겨 보는 프로그램 중에 '생활의 달인'이 있다.

그 누구도 가치있게 보지 않는 아주 단순한 작업들을

최소 수십 년간 반복하면서 그야말로 '달인'이 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무슨 일이든 그렇게 오래 하면 다 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큰 돈도 벌 수 없는 그 일을

수십 년간 하는 사람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설사 오랜 시간 같은 작업을 한다 하더라도

그 목적이 그저 생계를 그저 잇는데 그친다면

방송에 나오는 '달인'들처럼 그렇게 신명나게

창의적으로 일하진 못할 것이다.

과연 그렇게 단순하고 평범한 일을

수십 년간 비범하게 해내는 달인의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쩌면 자신의 일에서

아주 작고 사소하고 미묘한 변화를 알아채는

세밀한 '관찰'의 힘에서 온 것은 아니었을까?


스몰 스텝이 주는 또 하나의 유익은

일상의 작은 변화를 알아채는 '관찰'의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같은 길을 산책하다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다 똑같아만 보였던 나무들도

전혀 다른 잎와 줄기와 열매를 가진 독특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시간과 계절에 따라 펼쳐지는

전혀 다른 풍경을 알아차리게 된다.

매일 쓰는 세줄일기를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나의 생각을 알아차리기도 하고

전혀 변하지 않는 나의 게으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매일 반복하는 작은 습관을 통해

나도 모르게 성장하고 도약하는 자신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주변의 누구도 몰라볼만큼 아주 작은 변화일지라도.



일상이 지루하고 무료해지는 것은

그 일상에 변화가 없어서가 결코 아니다.

그 변화를 알아챌만한 세밀한 관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것들 속에서 비범한 차이를 발견하고

때로는 그 차이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이 시대가 필요로하는 '창의성'을 지닌 진짜 '달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꼭 '넨도'의 오키 사토같은

유명한 디자인 회사의 오너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깨달을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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