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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소함에서만큼은 내가 주인이다

스몰 스텝 스케치 #16.

내게는 매일 반복하는

25개의 스몰 스텝 목록이 있다.

매일 모든 목록들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꾸준히 실행해온 지 1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적지 않은 새로운 목록들이 추가되었고

또 그만큼의 목록들이 사라져갔다.

'매일 한 장 그림 그리기'나 '잠들기 전 스쿼트 50개'는 목록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가계부 쓰기'와 '약속시간 10분 전 도착'이 대신 채웠다.

억지스럽게 이어가지 않으려 애쓴 결과였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스몰스텝들만을 남기고 싶은 이유였다.


'매일 단편소설 한 편 읽기'도 되살리고 싶은 스몰스텝이다.


다시 한 번 25개의 목록들을 곰곰히 살펴본다.

산책, 독서, 강연, 공부, 일기, 집안일 등

하나같이 작고 사소하고 평범한 '습관'들의 목록이다.

누구라도 따라할 수 있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실행이 가능한 목록들이다.

하지만 이 스몰스텝의 진짜 유익은 그 목록 자체에 있지 않다.

중요한 건 그 반복된 실천의 '주체'가 나라는 데 있다.

적어도 하루에 20번 이상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이 사소한 일상의 사소한 습관들에서만큼은

바로 내가 '주인'이라는 점이다.


책을 보고 싶으면 '베스트셀러'를 골랐다.

영화를 보고 싶으면 '대세'를 따르는게 지혜롭다 여겼다.

식당에 가면 '나도 같은 걸로'가 입에 배인 삶을 살았다.

남들이 원하는 학교를 나도 원했고

남들이 갈망하는 직장과 연봉을 나도 갈망했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철이 들고 어른이 된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루저'의 삶이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스몰스텝 리스트들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아주 크고 대단한 도전과 모험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주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삶은 아주 작은 일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의 의지로 하루를 계획하고

나의 노력으로 그 하루의 작은 계획들을 스스로 실천해가며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결과라 해도

내가 내린 결정들의 열매와 쓴맛의 경험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한 번 뿐인 우리의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매일 아침 '세줄 쓰기'를 통해

내 인생의 방향감각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간단한 명언 한 줄을 카톡으로 나누며

사람들과 이어지는 소통의 기쁨을 날마다 회복한다.

하루 한 장 읽는 성경을 통해

신 앞에서 한없이 연약한 나의 존재를 직시하고

매일 외우는 외국어를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힌다.

가계부 쓰기로 삶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논객들의 사설과 칼럼을 필사하며 세상 살이의 지혜를 배운다.

이렇게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내 시간의 주인이 된다.

이 계획은 다름 아닌 내가 세운 것임으로 해서.


이렇게 만나는 사소함은 사소함이 아니다.

자신의 아주 작은 일상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인생 전체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믿는다.

내가 매일 이렇게 스몰 스텝을 실천하고 기록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적어도 이 사소함에서만큼은

다름아닌 내가 그 주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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