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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분의 인사이트, TED 인생 공부법

스몰 스텝 스케치 #15.

지난 일 년간 다섯 개의 영단어를 매일 외워왔다.

아울러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TED의 강연 영상을 보아왔다.

그런데 며칠 전 부터 동영상을 보던 중에

몇 개의 단어와 문장들을 알아듣기 시작했다.

분명 모든 내용은 아니지만

강연 사이 사이의 단어들이 귀에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자막을 끈 채 동영상을 보았다.

10여 분이 몹시도 길게 느껴졌지만

도입부를 비롯한 몇 개의 예화들은 지레짐작을 더해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후 자막을 켠 채 한번 더 영상을 보았다.

'이런 내용이었구나' 하는 놀라운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단언컨데 지금까지 보아온 70여 개의 TED 강연 중

가장 오랫동안 기억되리라.

온 힘을 다해 꼬박 두 번을 집중해 들었으니까.


'영어 공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 때 매일 CNN 뉴스를 들으며 귀는 조금 뚫리지 않았나 자부한 잠깐이

내 영어 공부 역사의 전부였고,

무엇보다 영어 공부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나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변명이라 해도 할 수 없다)

내가 그동안 TED의 강연을 즐겨 보아온 이유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다양한 주제로

흥분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발견이 주는자극 때문이었다.


오늘의 강연 제목은 'Near Wins',

그러니까 '미완의 결과'들이 의미하는

강연자의 차분한 논리 전개에 흠뻑 빠져들었을 뿐이다.

강연자 사라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카프카의 '미완'의 작품들을 이야기하고,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큰 자극을 받은 동메달리스트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이미 나도 여러 번 들었던 내용이라 쉽게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었다.

나의 관심사와 그 맥이 닿아있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더욱 좋겠지만)

이 내용을 영어로 완벽하게 알아듣고 옮겨 적는들 무엇 하겠는가.

그것이 자신의 관심과 맞닿아 있지 않다면,

그래서 그 내용에 깊이 공감하고 공명할 수 없다면...


Sarah Lewis:  Embrace the near win


아무리 TED 강연이라지만,

뛰어난 스피커들의 향연이라고 하지만,

모든 내용이 놀랍고 새롭고 감탄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굳이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않아도 수많은 친절한 번역가들이

쉴새 없이 이 멋진 강연들의 내용을 친절히 한글로 옮겨주고 계시다.

굳이 두세 번 반복해서 들을 필요 없이

그들의 힘을 빌어 내용을 이해하고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원어로 먼저 듣고

번역으로 확인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작정이다.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지식'과 '지혜'이며,

그 지적 대상에 대한 열정이 따라오지 않는 '공부'로서의 영어는

내가 원하고 추구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의 강연자 사라 루이스의 강연은 '미완'에 대해

우리가 좀 더 너그러운 시각을 가지자는 제안이었다.

성공 그 자체는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과정의 한 순간이자

세레머니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영어 그 자체에 매달리다가,

그것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원래의 '목적'을 놓친다는 것은

또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원어로 듣기'의 첫 번째 강연이

이렇게 멋진 생각이었다는 점에

조금은 들뜨고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매일 영어 단어 5개씩을 외웠을 뿐이다.

이제 겨우 1년 동안.

일주일에 한두 번 멋진 강연을 들었을 뿐이다.

한 번에 길어야 18분 동안.

하지만 그 두 가지의 스몰 스텝이 준 유익은 결코 작지도 짧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완벽히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을 때까지.

그것이 결국 '미완'으로 그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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