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ttlest Brands #04.
여기 행복에 관한 한 가장 오래된 연구가 있다.
무려 724명의 미국인 남자를 대상으로 시작되었으며,
75년간 네 명의 책임자가 이를 이어받았고,
60여 명의 생존자를 대상으로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가 그것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다름 아닌 한 가지,
무엇이 사람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알아내는 것,
과연 그들이 찾아낸 '단 하나의 정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대표님, 왜 잘 나가는 직장을 그만 두고
창업을 선택하셨나요?"
"왜 상사 시절 다루던 가전이 아닌
화장품을 선택하신 거죠?"
콧수염이 인상적인 '스킨미소'의 사장님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없는 말투로 답했다.
너무 빨리 시장이 변하는 전자제품 보다는
클레임도 많지 않고 재고 부담도 없어서 시작했노라고.
화장품 개발에 관한 눈물 겨운 도전기나
놀라운 시장 개척과 제품 성공의 스토리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브랜드 스토리 개발을 의뢰받은 나로써는
난감한 노릇이었다.
뭔가 극적인 이슈들을 찾아내야
스토리를 정리할 수 있을텐데...
그후로도 사장님과의 미팅은 계속되었고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의 공정을 직접 견학하기도 했다.
직원들과는 한 주에 한 번씩 만나
내가 아는 브랜드 관련 지식들을
스터디 형태로 나누었다.
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다만 무언가 있다면 사장님과 직원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제품들 사이 어딘가에
숨어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조용한 사장님의 성격에 비하면
주변에 사람들이 이상하게 많다는 점이었다.
40대 후반 남자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이
그렇게 북적일 수 없었다.
주말 밤에는 지인들을 불러 영화 번개를 하곤 했다.
수 년간 이어온 독서모임은 양과 질에서 새삼 놀라웠다.
그 바쁜 회사 대표님들을 모아
현직 대학교 교수님을 섭외하셨고,
나름의 커리큘럼을 직접 만들어
몇년 간 모임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첫 미팅을 마친 후
받은 선물 역시 책이었다.
한 권은 신영복, 다른 한 권은 안도 다다오,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책은
아예 쌓아놓고 계셨다.
매번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세상 모든 브랜드의 차별화는
바로 그 '업'이 가진 '본질'의 이해에서 시작한다.
창업자의 생각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사업 그 자체 보다는
그 사업을 대하는 창업자의 철학에서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가 아닌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제프 베조스가 온라인몰이 아닌
도시의 빌딩을 건축했다면?
미루어 상상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장담할 수 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혹은 일하는 방식)이
우리가 흔히 보는 그것과는
많이 달랐을 거란 사실이다.
이 조그만 화장품 브랜드의 사장님에겐
'관계'가 중요했다.
직원들을 향한 배려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한 듯 보였다.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
주말마다 저녁마다 자신을 불러대는
그 때의 부장님에 대한 기억 때문에
지금의 '스킨미소' 직원들은 야근은 커녕
저녁 식사 자체가 생소한 것이 되어 있었다.
이 삭막한? 복지를 커버하기 위해
한달에 한 번 점심 시간의 맛집 탐방이 시작되었고
무려 한 달에 가까운 휴가 기간도
놀랍지 않은 것이 되어 있었다.
비용 대비 효율을 생각한다면,
가파른 매출과 기업의 성장만을 고집한다면
결코 생각해낼 수 없는 복지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이건 복지가 아니었다.
그저 사장님이 이 업을 시작한 이유에 따른
결과일 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다름아닌 나의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날, 무심코 내뱉은 사장님의 말을
나는 기억해두었다.
누군가의 말을 옮긴 것일 수도 있고
어느 책에선가 읽은 구절을 옮겨 말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건 그 말 자체가 아니었다.
이 사장님의 주변에는 '오래 된' 사람들이 많았다.
제품의 배송을 맡은 택배 회사 사장님도,
가끔씩 제품 사진을 찍어주시는 사진 작가님도,
지금의 회사가 위치한 건물주인 사장님의 선배님도
하다못해 자신이 반장을 지냈던
뷰티업계 모임의 부반장님도
오래도록 그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어쩌면 화장품이란 사업을 택한 이유도
'속도' 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한 자신의 철학과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북의 컨셉을
'스킨미소의 하루'로 정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자체보다는
그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담고자 했다.
솔직히 제품을 담아본들
크게 경쟁력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시작하는 신사업의 대부분이 화장품일 정도로
국내 화장품 시장은 과포화 상태임에 분명하다.
제품 생산에 관한 진입 장벽이 지극히 낮다 보니
스킨미소처럼 작은 회사에겐
경쟁 요소가 될 수 없다 생각했다.
그렇다면 길게 보아야 하고,
그렇다면 제품의 기능을 쫓아 구매하는 사람보다는
제품을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
그런 믿음을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 작은 회사가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는
그들다운 생존법이자 브랜딩 방법이라 생각했다.
약 두 달의 작업 기간을 거쳐
한 권의 브랜드북이 탄생했다.
무려 7주간 이어진 스터디를 통해
그들이 뽑아낸 세 가지의 핵심 가치를 비롯해
그들을 닮은 소비자,
그들의 고집을 인정하는 전문가,
그리고 그들이 머무는 공간과 그들이 일하는 방식,
그들이 집중하는 제품의 영역을 스케치하듯 담아냈다.
그러나 한 가지 장담할 수는 있었다.
매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
아울러 또 다른 한 가지도 약속할 수 있었다.
이 브랜드북을 훑어본 사람들은
이 작은 회사에 대한 아주 작은
신뢰의 씨앗 하나를 발견하리라는 것,
적어도 매출과 성장에 목숨 거는 회사라면
이런 한가하고 소박한 책은 만들지 않았으리라는
작은 믿음은 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화장품은 과연 '제품'의 기능이 최고일까?
가격 대비 '효과'가 최선일까?
회사의 규모가 주는 신뢰가 '우선'일까?
그래서 '비포 앤 애프터' 말고는
달리 홍보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스킨미소의 브랜드명을 조금씩 뜯어보다보면
외면의 피부(Skin)와
내면의 마인드(Smile)를 동시에 중시 여기는
그들의 균형감각을 읽을 수 있다.
제품의 기본(모공 전문이라는 정체성)에 집착하면서도
사람들의 행복(미소)가
결국은 피부 건강의 핵심이라는 자각,
그리고 이런 행복은 결국,
함께 일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온다는 깨달음,
그래서 주변의 사람들이 '나의 확장'이라는 열린 생각,
이것을 굳이 '철학'이라 부풀려 포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확실히 그들은 '생각대로 일하는' 사람들임을
1년 이상 지켜본 나로서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 이제 글의 맨 앞에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고민했던
'사람은 과연 무엇으로 인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가'에 대한
단 하나의 대답,
그건 다름아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었다.
50대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80대의 건강을 보장할 순 없어도
행복한 배우자와 가족, 지인과의 관계는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라는 사실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 '행복에 관한 연구'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단어 같다면
이 글을 제대로 읽어주신 것이다.
수 천개에 달하는 화장품의 브랜드의 경쟁력은
'깨끗한 피부'나 '놀라운 화장법'에 머무르지 않는다.
화장품의 진정한 본질은
어떻게 하면 '누군가를 미소짓게 하는가'에 대한
답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타인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가'의
답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킨미소'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생존하기 위해,
그들의 속도대로 일하면서도 '성장'하기 위해,
더욱 더 지켜야 할 그들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스킨미소의 '브랜드북'은
바로 그런 그들의 고민의 결과물이다.
그들이 지향하는 철학이자, 방향이자, 속도이다.
그 초심을 잊지 않으려는 작은 몸부림이다.
이제 그들을 닮은 사람들이 화답할 차례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찾아나설 차례다.
이 과정이 '브랜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스킨미소 브랜드북'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