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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우동가게의 '축적'의 브랜딩

좋은브랜드란 어떤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하면 흔히들 애플이나 삼성 같은 큰 기업을 많이들 떠올린다. 물론 틀린 답은 아니다. 하지만 내 경우는 조금 다르다. 자기 일을 ‘자기답게’ 하는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예를 들어 충주에서 작은 우동가게를 하시는 강순희씨 같은 분 말이다.

 

아주머니가남편의 사업 실패로 우동가게를 시작한 지는 20년이 훌쩍 넘었다. 메뉴역시 특별할 게 없다. 무언가 비법을 찾기 위해 김밥 써는 장면을 촬영하던 PD의 당황하던 리액션이 지금도 생생하다. 거짓말처럼 김밥 옆구리가터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해서 다시 찍은 우동의 비법도 다시마 몇 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작은 반전이 있었다. 그 가게의 브랜딩은 전혀 다른 곳에서완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방 벽면에 가득한 사연들... TV 프로그램 촬영진이 직접 세어보니 4,000장을 훌쩍 넘겼다

 

이우동가게의 사방 벽은 무언가 사연이 빼곡히 적힌 종이들로 가득하다. 이 가게를 찾은 사람들에겐 A4 한장이 주어지고 원하는 내용을 쓸 수 있다. 그러면 사장님이 가장가까운 벽에 그 내용을 붙이는 식이다. 그렇게 수십년간 수천 장이 넘는 사연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있다. 그런데 이게 ‘브랜딩’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어느 날 사업에 실패한 한 남자가 이 가게에찾아와 우동 한 그릇(물론 소주 한 병과 함께였으리라)을먹었다. 그날 처음 본 이 분을 아주머니가 찾아가 자신의 일처럼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날의 각오를 쓰게 한 후 벽에 붙였다. 과연 이 남자는그후로 이 가게를 다시 찾았을까, 찾지 않았을까.

 

좋은브랜드란 넓은 의미에서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모든 결과물이다. 그런 사람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인생 자체를 ‘브랜드’로 부르기도 한다. 오늘소개한 우동 가게 아주머니가 ‘맛’의 차별화로 수십 억의연매출을 올리고 계신 것 같지는 않다. 옆구리 터진 김밥 때문도 아닐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들어주는 ‘진심’어린 ‘관계’를 보고 찾아갔을가능성이 더 크다. 그런 경험들을 고스란히 글에 담아 벽에 붙여둔 경우라면 더욱 특별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10년, 20년된 단골들이 즐비한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행복한 경험의 ‘축적’이 빚어낸 결과다. 그게 이 작은 우동가게가 보여주는 ‘브랜딩’의 실체다.


내 이야기를 들은 지인이 직접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말한 그대로라고 전해주었다.

 

요즘만나는 작은 기업의 대표님들은 하나같이 이런 ‘축적’의 결과물들을갖고 계셨다. 열명 남짓한 에스테틱 브랜드의 대표님은 8포인트로쓰인 10센티미터의 매뉴얼을 갖고 계셨다. 충무로의 카페사장님은 자신의 이름을 딴 롤케잌을 7년 이상 만들고 있다. 연극영화과입시 학원의 원장님은 자신의 블로그에 700편에 이르는 글을 지금도 쓰고 계신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브랜딩에도 쉬운 방법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그것을 하되 아주 오랫동안 지속하고 반복하는 것이다. 바로 ‘축적’의 브랜딩이다.

 

그렇다면 1인 기업인 나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최선을 다해 일할 것, 결과에 책임을 질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꾸준히 계속할 것. 그 결과가 대단한 브랜드와는 무관하더라도 말이다.



이 글은 '1인기업가 매거진'에 소개한 칼럼입니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http://bit.ly/2gs4Y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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