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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어떤 '이야깃거리'가 있나요?

브런치 이름을 'Brandy Storyteller'에서 'Story Finder'로 바꾸었다. 30일 동안 바꿀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 이름을 고수할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이 이 이름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숨은 '작은' 브랜드의 '작지 않은' 이야기를 찾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거대한 브랜드의 압도적인 이야기보다 소소하지만 진정성있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입시학원 원장님을 소개로 만났다.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특이한 것은 '한예종' 입시 전문 학원이라는 점. 가장 좋아하는 김애란 작가가 한예종 출신인 것은 알았지만 그때까지도 그 정도로 유명한 학교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관심 밖의 학교였지만 연극영화를 공부하고 싶은 입시생들에게는 일종의 서울대처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크리에이티브로 가득한 이 학교의 입시 문제 자체가 SNS 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아는 나로써는 잠시 망설여졌다. 일단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신사동의 다소 허름해보이는 4층 건물에서 그 원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또 한 번 놀랐다. 세상에 이렇게 숨은 고수가 많다니... 한 번 더 겸손해졌음은 물론이다.


처음 미팅 땐 상가 4층의 허름한 학원이었다. 불과 몇 달 새에 학원은 새로운 공간으로 이주했다. 

이 학원은 최근 한예종 특별 전형 합격자 8명 중 6명을 배출해냈다. 한 때 이 학원의 출신은 합격자에서 제외할만큼의 초강수를 썼음에도 올해 합격자를 싹쓸이한 것이다. 비결을 물으니 '합격할만한 학생'을 모은다고 했다. 그렇다면 더 대단하다. 합격할만한 학생을 알아볼만한 안목을 가진 셈이니 말이다. 물론 시장은 턱없이 작다. 한예종, 그것도 연극영화과 전형을 지원하는 학생은 한 해에 800명 남짓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작은 시장에서 '압도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니 학원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그야말로 니치마켓 중의 니치마켓을 집요하게 두드린 셈이고 지금은 전국 3,000여 연기학원 중에서도 가장 개성있고 차별화된 '한예종 입시 전문 학원'으로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무엇이 이 학원의 이런 '차별화'를 가능하게 했는지가.


물론 답은 창업자에게 있었다. 그 자신이 한양대와 한예종 대학원을 나온 원장은 '연기'는 자신의 길이 아님을 일찍 깨닫는다. 그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장점이 있음을 깨닫고 일찌감치 학원 강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철저하게 학교와 교수 입장에서 기본과 정석을 가르치는 일에 올인한 것이 성공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매우 집요하고 절실하고 디테일했다. 우선 수년 동안 학원에 자리를 깔고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이 일에 올인했다. 자신을 반으로 가르면 왼쪽은 연기, 오른쪽은 영화로 나눠질거라 호언할만큼 학원 입시와 학생 지도에 모든 시간을 쏟았다. 그리고 그 '날 것' 그대로의 경험을 900여 개의 블로그 글로 옮겨 썼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난 새벽 시간, 피곤과 졸음을 무릅쓰고 그 글들을 기어이 써냈다. 현장감과 절심함이 살아 있는 그 글은 컨텐츠로써 충분했다. 약간의 교열과 윤문을 더하자 출판사가 탐낼만한 단행본 원고가 됐다(메이저 출판사 출신 편집자 두 분과 책을 내기로 했다).


너무 '입시스러운' 광고는 아직도 적응이 안되지만, 어쨌거나 결과로서의 '팩트'는 강력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업이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비슷한 업종의 누구보다도 차별화되길 원하고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진짜' 브랜드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브랜드는 언제나 차별화된 스토리를 원한다는 것을. 입소문은 결국 그 이야기가 좀 더 쉽게 전해지는 과정에 불과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을만큼' 차별화된 스토리가 없다면 그 외에는 (거의) 모두 광고다. 그리고 이 땅의 그 누구도 광고에 시간과 비용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초점은 분명해진다. 브랜드가 되려면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야기가 없는 브랜드는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작은 브랜드라도 이야기가 있으면 가능성이 있다. 차별화되고 진정성있다면, 절실함이 숨어 있다면, 거기에 재미와 감동까지 더해진다면 그보다 좋은 브랜드 스토리는 없다. 나같은 Story Finder에게 그보다 매력적인 '먹잇감'은 다시 없다.


이 학원 원장님의 글쓰기 방식은 다소 독특했다. 원생들에게 정말로 '이야기하듯' 썼다. 때로는 호소하고 때로는 야단도 쳤다. (원고에서는 최대한 완화했지만) 원생들에게 통할 법한 비속어도 아낌없이? 쓰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교수나 아저씨의 꼰대스러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 매일 열심히 썼다. 쓰고자 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몇 개의 최신 글이 '쓰는 중...'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았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쓰다가 지친 날에도 쓰기를 '지속'한 것이다. 완벽한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결국은 단 하나의 글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이 결국 천 여개에 육박하는 미완성의 글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나같은 편집자에게 매력 있는 이야기로 다가왔고 결국 출판으로 이어지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니치마켓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그렇게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선입견'을 버리고 블로그 글을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절실함과 진정성의 실체를 만난다.

제품도 많다. 서비스도 많다. 그러나 귀를 쫑긋하게 하는 '남다른' 이야기는 언제나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귀를 세우게 한다. 좀 더 민감한 소비자와 전문가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제품과 서비스는 잘 되니까 따라하려는 이들에게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다.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시도하고 실패하는 집요함과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는 절대로 벤치마킹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짝 하는 성공은 오히려 쉽다. 그러나 수십 년을 가는 진짜 브랜드는 절대적으로 숙성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시간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가 발효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는 반드시 자신만의 '향기'를 만들기 마련이고, 그제서야 그 제품과 서비스는 뭇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브랜드'가 된다.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그렇다면 묻고 싶다. 당신에게는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는가. 나같은 스토리 파인더의 눈길을 사로잡을, 귀를 쫑긋 세울 '스토리'가 있는가. 그렇다면 얘기해달라. 퍼뜨릴 자신이 있다. 더 많이 알리고 팔리게 할 자신이 있다. 돈을 주고서라도, 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브랜드'로 만들어볼 욕심이 있다. 그 노하우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당신의 그 이야기가 '진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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