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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킹

숨은 브랜드 찾기 #05.

라떼킹은 이상한 짓을 많이 하는 까페다.

와사비 라떼, 떡볶이 라떼, 사탕 라떼 등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똘아이 라떼 시리즈’를 무려 '사명감'을 가지고 개발한다. 1리터 짜리 커피를 떡 하니 내놓는가 하면 한겨울에 반팔,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매장에 가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냥 '이상한' 카페만은 아니다. 집 없는 길고양이에게 집을 지어주고, 주먹밥 노점상을 하다 단속에 걸린 청년들에게는 터를 내주는 착한 카페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카페 창업 노하우 바로 알기’를 줄인 ‘카사노바’라는 제목의 전자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들이 직접 개발한 메뉴의 레시피와 노하우가 모두 공개되어 있다. 제발 망하지 말라는 간절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다. '이상한 사람이야'하고 피해 가려다 자꾸만 멈칫멈칫 뒤돌아보게 되는 그런 카페, 과연 이들의 이런 '착한 똘끼' 뒤에 무슨 생각이 숨어있는지 궁금해 직접 다녀왔다. 

▶ 하나, 커피는 나답게 살기 위한 소프트웨어다

“평생 할 수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멋있게 할 수 있는 걸 고민하던 차에 커피를 시작했다. 2008년, 한참 ‘커피프린스’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 때였다. 카페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길 때라 모두 말렸다. 하지만 내게 커피는 하나의 소스일 뿐이었다. 커피 맛은 기본, 나는 커피 사업을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보고 풀었다.”

라떼킹의 김태준 대표는 창업예찬론자다. 이 땅에서 스포츠나 예술을 하지 않는 이상 무한대의 가능성을 발현할 방법은 창업밖에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인터넷 사업부에 취업한 그는 고정된 일과와 뻔한 삶을 견딜 수 없어 회사를 그만둔다. 대신 영화 ‘레인맨’에서 항구에서 스포츠카를 내리던 탐 크루즈에 반해 중고차 세일즈에 뛰어들었다. 차를 워낙 좋아하던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 하지만 존중받지 못 하는 자아가 문제였다. 당시만 해도 중고차를 판다고 하면 눈총을 받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때마침 대학의 제안이 들어오면서 낮에는 강의하고, 밤에는 차를 파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3년 후, 일 년을 꼬박 커피 브랜드 런칭에 매달리며 처음으로 커피를 만났다. 하지만 창업의 기쁨도 잠시, 6개월 후 일본 본사는 수익성이 없다며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다. 워낙 애착을 가졌던 브랜드였기에 상처도 컸다. 이 경험이 몇 년 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라떼킹 창업에 밑거름이 된다.

▶ 둘, 착한 프랜차이즈는 불가능할까?

“미국의 샌드위치 브랜드 ‘SUBWAY’는 매장 오픈 후 가맹점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 점주가 서너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금은 잘 정리된 일이지만 내가 SUBWAY에 입사했을 때 본사와 점주들 간의 갈등 때문에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었다. 국내에선 일반 프랜차이즈처럼 오픈 시 추가 비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통을 위해 노력해도 워낙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라떼킹이라고 해서 늘 대박이 나라는 법은 없지 않나. 잘 되는 매장에 가면 사장님께서 정말 버선발로 뛰어 나오시지만, 어떤 매장은 '왜 왔지?' 하는 반응일 수밖에 없다. 본사가 바꿀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프랜차이즈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굳이 같은 사업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카페 사업을 잘 모르고 창업하는 분들을 구제한다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런칭했다고 했다. 하지만 몇몇 지점들이 폐점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것이 얼마나 건방진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후 라떼킹의 색이 묻어나고, 라떼킹의 (FUN한) 방식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매장을 오픈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 셋, ‘WHY NOT?’을 묻는 똘끼는 ‘사람’에서부터

“라떼킹은 나한테 둘째 아들이다. 필연적으로 ‘김태준’을 닮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나 혼자 키우진 않는다. 워낙 틀에 박힌, 뻔한 생각을 싫어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사람들이 모인다. 애견 동반이 가능해진 것도 라떼킹을 같이 창업한 작가 친구가 키우던 ‘천지’라는 개가 카페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능해진 거다. 그 친구가 사회 풍자 그림들을 그리다 보니 종이컵에 일러스트를 넣게 된 거고. 이후 세 명의 친구들을 더 뽑았는데 다들 매력적이고 똘끼로 충만했다. ‘솔로세요?’ 묻고 그렇다고 대답하면 ‘그렇게 생기셨어요.’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손님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라떼킹만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진짜 아이를 키우는 것과 브랜드가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의 인생은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지만, 브랜드는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게 다르다고 했다. 그는 ‘나쁜 남자 같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매력을 가진 사람’과 같은 라떼킹을 꿈꾼다. '독특한 생각과 돌발적인 행동 뒤에서도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카페 말이다. 그저 라떼킹의 종이컵을 들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라떼킹 특유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을 늘 상상하면서.

김태준 대표가 재미있게,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시작한 라떼킹은 이제 서울에만 30개 이상의 매장을 연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 속에서 라떼킹이 변치 않고 라떼킹다움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동고동락하며 가장 힘든 시절을 특유의 똘끼로 함께 이겨낸 초창기 멤버들도 개인의 계획과 사정으로 많이들 떠나갔다.

여전히 재미난 사람들이 모여들기는 하지만, 매장을 하나 더 열 때마다 ‘라떼킹다움’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태준다움’이 브랜드 '라떼킹’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라떼킹스러운 사람들을 한 배에 태우기 위한 브랜드십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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