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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고객의 'Pain Point'는 무엇인가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찾아가는 반려동물 주치의 서비스’라는 말만으로도 인터뷰를 진행하던 나와 나머지 두 사람은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집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기르고 있어서였다. 그동안의 크고 작은 불편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가 매력적으로 보인 이유는 그것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었다.일단 ‘숫자’가 매력적이었다. 강남과 강북의 동물병원 진료비의 차이가 최대 557%라는 사실은 그날 처음 알았다. 길고양이를 입양해 부득이하게 중성화 수술을 하러 갔다가 가격에 놀랐던 기억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매년 600명씩 새로 배출되는 수의사 수 때문이라는 것, 그들 중 많은 수가 월급이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페이닥터라는 사실, 동물 수 대비 수의사 수가 미국의 6.7배에 이른다는 숫자들이 나열되자 저도 모르게 설득이 되었다. 왜 그렇게 반려견 키우기가 부담스럽고 고달픈지를 이들 숫자가 낱낱이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안다. 이런 행복한 장면은 아주 가끔 찾아온다는 것을.


최근 5년간 유기된 반려동물 수가 약 45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 50%는 안락사하거나 불행한 자연사를 당하게 된다. ‘나만 고양이 없어’ 병에 시달리다 얼떨결에 두 마리의 고양이를 입양하게 된, 그리고 새끼까지 태어나 세 마리의 고양이가 집 안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내게는 이 숫자들이 남달라 보였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는 작금에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쉽게 해볼 수 있다. 그래서 드는 생각, 왜 이런 ‘찾아가는 반려동물 주치의 서비스’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왜 많은 이들이 반려견의 사료나 용품 시장에만 매달리고 있었을까? 왜 기존의 동물병원에 대한 불편과 불합리함을 당연하게 감내하며 지내고 있었던 것일까?

 

이 서비스를 런칭한 서귀동 '러브펫(lovepet)' 대표는 상품기획 13년 차의 베테랑 MD 출신으로 불과 몇 달 전까지는 공무원 신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공무원 생활이 자신의 업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몸담고 있던 반려견 보호 봉사 활동을 통해 비즈니스의 모델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해외에는 유사한 서비스가 있지만 국내에는 이런 비즈니스를 구체화한 사례가 아직 없다고 했다. 서울창업허브센터에 입주한 회사들의 브로슈어 제작을 위한 인터뷰를 하다가 이 브랜드를 만났고, 곧 매료되었다. 무엇보다 모든 비즈니스의 가장 ‘기본’을 다시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와 브랜딩의 가장 큰 목적은 사람들의 니즈(Needs)와 원츠(Wants), 그러니까 필요와 욕구에 관한 ‘문제해결’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시장과 고객의 'pain point(통점, 필요와 욕구)'를 선명한 숫자로 말할 수 있는가?


너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40여 개에 이르는 스타트업 중 단 몇 분만에 자신의 회사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제대로 설명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구체적인 숫자로 설득한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것은 모든 비즈니스의 시작인 ‘PainPont’, 그러니까 일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불편과 문제’, '필요와 욕구'에서 접근한 경우가 그만큼 작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많은 창업자들이 자신의 시각으로만 시장을 바라보고 소비자를 해석한다. 일부의 경우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극대화하는 쪽에만 신경을 쓰는 장인 정신을 발휘한다. 이 경우 대부분 ‘제대로 설명하려면 두어 시간은 걸린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하지만 20분을 들어도 이해가 어려운데 2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그 비즈니스의 '필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성공한 많은 이들은 ‘트렌드’에 먼저 올라탈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게 아니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었다. 최고의 비즈니스모델은 사람들이 필요를 느낄 때 ‘이것이 필요하지 않냐’며 솔루션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68조에 이르는 미국 시장, 15조에 이르는 일본 시장을 보면 2조에 그치는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다. 하지만 동물병원의 포화상태와 페이닥터로 일하는 수의사들의 현실은 이 수요와 공급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불편하고 동물병원을 신뢰할 수 없으며, 정작 일하는 수의사들은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비즈니스의 시작이자 끝이요,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브랜딩의 모든 것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집 고양이 '루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돈'도...


‘러브펫’은 성공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반려견 주치의 서비스’로 뿌리를 내리고 마치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듯 왜곡된 반려견 의료 시장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일단 출발은 순조로워 보인다. 정식 오픈 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시험 서비스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듯하고,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제휴까지 끝마쳤다는 사실 역시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만난 그 어떤 CEO보다도 밝은 표정의 모습이 원래 그의 성격이나 기질 탓인지, 아니면 실적 탓인지는 따로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말 곳곳에서 드러나는 확신에 찬 숫자와 시장에 대한 이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진 특유의 역동적인 에너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재료만큼 요리에 필요한 요소는 다시 없다. 좋은 재료로 나쁜 음식이 나올 수는 있어도 나쁜 재료의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것은 최고의 셰프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비즈니스의 시작은 ‘PainPoint’의 발견과 사람에 대한 이해다. 그리고 그것은 단 5분간의 대화로도 이해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쉽고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이라고, 작은 기업이라고 이 필요충분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자신이 비즈니스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기업의 ‘Pain Point’에 대한 이해는 이보다 훨씬 더 분명해야 할지 모른다. 자신의 '업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서 진짜 차별화된 경쟁력이 나온다. 그래서 모든 고민은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매일 시작되어야 한다.

 

“당신이 해결해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숨은 ‘필요’와 ‘욕구’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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