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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이

숨은 브랜드 찾기 #07.

“브랜드는 소리치지 않는다, 속삭인다.”

한 때 <유니타스브랜드>의 표지를 장식했던 이 한 줄의 카피에 조금이라도 ‘공감’했다면, 오늘 소개할 <오보이!>의 김현성 편집장을 이해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눈에 튀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회색’ 같은 사람, 동물의 복지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치고는 옷차림도 말투도 지나치다 싶게 조용하다.

하지만 그는 독자, 광고주, 연예인 모델 등 함께 일하는 누구와도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타협 없는 자신만의 길을 지켜왔다. 그의 관심은 단 한 가지, 약자들도 행복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는 무엇을 말하고 또 어떻게 소통해왔을까?

▶ (내가 아니라) 네가 정말 행복했을까?

“동물을 좋아하는 어머니 때문에 28마리의 고양이, 강아지와 가족처럼 함께 자랐다. 그러다 결혼을 하면서 자식처럼 키운 개가 바로 먹물이와 밤식이다. 안타깝게도 심장이 좋지 않아 빨리 떠나보냈는데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아이들 덕분에 행복했지만, 과연 그 아이들은 나처럼 행복했을까 하고.”

“물론 사람이 먼저다. 다만 같은 생명이라는 점에서 동물도 소중히 여기자는 거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약자로서 살아가는 생명이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을 <오보이!>에 담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다. 자연스럽게 약자들은 소외되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세상에서 스스로 자신을 지킬 힘이 없는 연약한 생명의 이야기를 잡지에 담고 싶었다.”

자식처럼 키운 반려견들의 죽음을 계기로 창간한 잡지임에도 정작 동물의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표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간간이 한두 컷씩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주인의 품으로 뛰어든 반려견 뭉치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선 세상의 약자들을 대하는 그의 시선과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오보이!>는 그런 그의 생각의 전하는 일종의 메신저인 셈이다.

사실 그도 한때는 멋진 옷을 입고 포르셰를 몰고 싶어 하는 평범한 젊은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돈을 주고 옷을 사 입은 지 몇 년이 되었을 정도로 자신만을 위한 집착과 욕심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 이 모두가 <오보이!>를 만들면서 그에게 생긴 변화들이다. 과연 그는 무엇을 깨닫고 배웠던 것일까?

▶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소통

“동물보호단체들과 같이 사진전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대부분 철창에 갇혀 있거나 도살당하는 모습 같은 강한 이미지들이 보여주려 한다. 물론 당장 반응이 있어야 예산을 받을 수 있기에 그런 선택이 이해는 된다. 다만 강하고 자극적인 이미지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공감을 이끌어내고 행동하게 할지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의 힘이 너무 크다는 것에 불만이 많다. 그래서 가장 싫어하는 말이 바로 ‘완판녀’이다. 대중들이 수동적으로 연예인에게 휘둘리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연예 권력이 강하다면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활용해보자고 생각하게 됐다.” 

동물 복지, 현명한 소비, 환경 등 자칫 묵직할 수 있는 메시지들을 수년간 한결같이 전함에도 아무도 오보이를 어렵거나 불편해하지 않는 비결이 뭘까? 아마도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는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만 갇혀 상대를 비난만 한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오보이!>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매체이면서도 독자, 광고주, 연예인 모델 모두의 만족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패션, 문화잡지이다. 광고주의 주문대로 사진을 찍지 않았음에도 창간 이후 단 한 번도 광고가 끊기거나 폐간의 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 그렇게 힘들다는 연예인 섭외를 하느라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없다. 오히려 연예인들이나 소속사 측에서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오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 나를 죽이고 상대를 존중한다

“혼자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아마 내가 시각적인 예술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신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신앙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금욕적인 삶을 선호하는 성격이 그렇다는 거다. 그래서 애플이 싫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집착하고 매달릴 대상이 없으면 기계 하나에 그렇게 매달릴까 싶어서이다. 물론 아내는 애플빠지만.(웃음)”

“사실 나는 외골수다.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많고 때로는 욕하고 싶은 것도 있다. 그런데 내키는 대로 표현한다 해서 상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비록 시간이 걸린다 해도 상대를 비판하기보다는 인정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동물 복지를 얘기하면 사람부터 도우라는 충고를 많이 듣는다. 그럴 때면 사람이건 동물이건 약자를 돕는 게 중요하니 당신 말이 맞다고 말씀드린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누군가를 돕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는 동물복지나 환경 문제와 같이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이슈를 말할 때면 더더욱 자기 자신을 죽이고 상대를 존중해야 마음을 움직이고 작게나마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거나 동물복지에 대해서 반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이돌의 사진이 표지에 실린 <오보이!>를 읽다가 동물 복지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독자의 반응을 들을 때가 가장 기쁘다.

김현성 편집장은 자신의 말을 백 퍼센트 완벽하게 지키는 사람은 없다고,누구나 모순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종종 연예인들이 이미지 관리를 하거나, 기업에서 마케팅이나 홍보 수단으로 동물복지 이슈를 이용한다고 느껴질 때조차 비난을 하는 대신에 되도록 더 잘,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협조를 자처한다.

이렇듯 김현성 편집장은, <오보이!>는 동물복지를 비판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나지막이 속삭인다, 무작정 대중을 향해 소리치는 대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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