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카레클린트

숨은 브랜드 찾기 #08.

바야흐로 (청년 실업 백만 시대이자) ‘청년 창업 시대’다. 소위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벤처 기업들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정부도 직접 나서서 창의 경제, 창업 국가 등의 다양한 구호들과 함께 창업을 적극 권장한다.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각지의 청년들이 수십억, 수백억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는 뉴스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과연 이러한 창업 붐은 대한민국, 더 나아가 전세계 경제 불황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유니타스브랜드 역시 ‘브랜드 창업’ ‘스마트 브랜딩’ 등의 특집 및 단행본을 통해 창업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다만, 단순한 ‘창업’이 아닌 ‘브랜드 창업’을 말해왔다는 점에서 관점이 조금 다르다. 브랜드 창업이란 창업자가 자신의 자기다움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갈 때 생존을 너머 차별화되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2014년 오늘, 세 청년의 뜨거운 열정이 만든 카레클린트를 통해 브랜드 창업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이 이 청년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였고, 그토록 무모한 창업 전선에 뛰어들게 했을까? 어쩌면 그것은 그 길이 외롭더라도 남들이, 사회가 정한 대로가 아니라 ‘자기답게’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희열 아니었을까?


▶ 가장 자기다운 일, 원목 가구 브랜드 카레클린트

“얼마 전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창업 관련 서적이 많아서 놀랐다. 회계, 재무, 시장조사 등 창업을 위해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더라. 그런데 우리는 수요를 예측하거나 시장 조사를 하고 나서 카레클린트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멋모르고 창업한 만큼 온갖 고생을 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부 꼭 필요한 경험들이었다. 목공예를 전공하다 보니 밤낮없이 원목을 다루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셋이서 웃고 떠들던 중,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며 살까’하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나무를 손으로 다듬고 짜 맞추는 수제 원목 가구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답이 그 자리에서 나왔다. 바로 다음 날, 졸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실행에 옮겼다.”

시골 소년이 아픈 어머니를 기쁘게 하고자 우유 팩에 부어 만든 향초(양키 캔들), 할머니의 전통 레시피를 따라 만든 수제 잼(슈퍼 잼) 등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작은 시작에 대해서 들을 때마다 경이로운 한편, 왠지 모를 막막함이 밀려오곤 했다. ‘과연 유럽도, 미국도, 이스라엘도 아닌 이 땅에서 한 개인의 자기다움이 하나의 브랜드로 서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질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카레클린트의 스토리를 전해 듣게 되었다. 2009년, 세 명의 미대생이 취업 대신 창업을 하기로 결심, 가구 공단을 헤매며 가구 장인을 찾으러 다녔다는 이야기. 블로그 쪽지로 첫 주문을 받고 난 후, 에어컨이 고장 난 200만 원 짜리 새우젓 트럭을 몰고 전국으로 배송을 다녔다는 카레클린트의 런칭 스토리는 유니타스브랜드가 늘 말하던 (화려한) 명품 브랜드나 (큰) 글로벌 브랜드들의 (작은) 시작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카레클린트를 런칭한 2009년 당시, 국내에선 원목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원목 가구를 업으로 삼은 것은 그러한 ‘트렌드’가 아니라, ‘가장 자기다운 일을 하며 살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런칭 후 4년, 연 매출이 70억에 달하는 카레클린트의 성장에 대해 정재엽 대표는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목공예)과 시대의 흐름(원목 가구의 인기)이 잘 맞아 떨어졌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운’ 뒤에는 차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무모한 고생담들이 숱하게 있다는 것을.

▶ 원목가구 시장의 기준, 카레클린트

“하물며 소고기나 커피를 팔 때에도 원산지 정보, 종류 등 다양한 정보들을 상세히 공개한다. 그런데 훨씬 고가인 원목가구 시장만큼은 어떠한 기준도, 정보도 없었다. MDF 상판, 무늬목을 쓰는 가구임에도 일정 부분 나무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원목가구라 부르며 고가로 파는 기성 브랜드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라도 원산지 정보, 제작 공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원목 가구 시장에서 품질의 기준이 되는,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다.”

무엇이든 당당하면 드러내고 떳떳하지 못하면 숨길 수밖에 없는 법이다. 작은 밥집에만 가도 김치에 들어간 배추, 고춧가루 등의 원산지 정보를 모두 표시하는 것이 당연해진 오늘이다. 그런데 유독 원목가구 시장만큼은 그렇지 않다. 미대 재학 시절, 통나무를 다듬을 때면 얼굴이 비칠 때까지 윤이 나도록 닦기를 반복했다는 그들은 MDF, 무늬목을 덧붙인 기성 브랜드들의 제품을 원목가구로 알고 사는 소비자들이 그저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카레클린트는 원목의 원산지 정보뿐 아니라 원목가구가 만들어지는 제작 공정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뭉뚱그려진 하나의 장르로서의 원목가구가 아니라 원산지, 제작 공정 등에 따라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원목 가구를 세분화한 것이다. 실제로 2009년 당시, 고가의 하드우드 원목만을 재료로 해서 가구를 만드는 이들의 행보는 관련 업계에서조차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 웰메이드 가구로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을

“모든 가구 브랜드가 평생 쓸 수 있는 웰메이드 가구를 지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철학이 다르고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듯 가구 브랜드도 다양해야 재미있지 않을까? 다만, 급속한 경제 성장 탓에 거의 모든 제품이 빠른 속도와 대량생산으로 규격화되어 만들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늘 틀에 박힌 스타일만 통용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나무를 손으로 다듬고 짜서 맞추는 다소 느린 가구 제조 공정에 그러한 우리의 마음을 담고자 한다. 가구를 돈을 벌기 위한 사업 아이템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의 문화 컨텐츠로 보고, 우리가 지향하는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을 풀어가고 싶다.”

탁의성 대표에게 IKEA의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해서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부담 없이 구입해 잠깐 쓰다 버려도 전혀 아쉽지 않은 패스트 사이클의 IKEA와 카레클린트는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효율성을 추구, 스피디한 공정을 거쳐 대량 생산되는 IKEA와 원목을 손으로 다듬고 짜 맞춰 카레클린트는 달라도 너무 다른 정반대의 브랜드였다.

IKEA의 진출을 계기로 침체되어 있는 국내 가구 시장이 활성화되고 성장하기를 기대한다는 탁의성 대표의 한 마디에서는 자신감이 한껏 묻어 나왔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란 말이 있듯 상대를 알고 나를 알 때, 어떤 전투에서건 승산이 있는 것 아닐까? 자기다움의 발현으로 남과 다름을 뿜어내는 카레클린트를 보면서 이 땅, 대한민국에서도 사람이 브랜드 되는 ‘브랜드 창업’이 가능하다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유니타스 브랜드는 바란다. 원목의 질도 손기술도 최고인 대한민국에서 부디 로컬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글로컬 가구 브랜드’가 등장하길 말이다. 그 브랜드가 카레클린트라면 더욱 반갑겠다. 


* '카레클린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 '카레클린트' 웹사이트 : http://kaareklint.co.kr/
- '카레클린트' 공식 블로그 : http://kaareklint.blog.me/
- '카레클린트'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kaareklintstory

매거진의 이전글 올댓스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