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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스토리

숨은 브랜드 찾기 #09.

“요즘 미국의 영화사들이 왜 우리 영화의 판권을 많이 사가는지 아세요? 리메이크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혹 있을지 모를 저작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예요. 이대로라면 우리 고유의 이야기 ‘심청전’을 영화화하기 위해 오히려 비용을 지불하는 날이 올지도 몰라요.”

하나의 가정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스토리 대국 미국은 '포카혼타스', '뮬란', '쿵푸 팬더' 등 동양의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었고, 우리는 이 영화들을 고스란히 디즈니의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다. 고작 200년에 불과한 미국의 역사에서 한계를 느낀 그들이 이제는 동양으로 눈길을 돌린 탓이다. 올댓스토리 김희재 대표는 5,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의 이야기 중에서 현대화된 전설이나 설화가 하나도 없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 우리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만한 콘텐츠 결과물은 사실상 전무하다. 

'스토리 왕국’ 디즈니는 '겨울왕국'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야기는 영화, 공간, 외식, 숙박, 문구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 디즈니 덕분에 인어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수많은 이국의 이야기들을 듣고 자라온 우리지만, 정작 우리의 고유한 이야기를 기억해내기란 쉽지 않다. '올댓스토리'의 김희재 대표는 5,000년의 역사는 5,000년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제주도에만 4,000개가 넘는 설화가 있다는 것,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혹시 알고 있었는가? 문득 우리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과연 우리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을까? 어떤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일까? 그리고 그 이야기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올댓스토리, 사는 게 힘든 당신에게 엿 먹이다

"엿츠는 이야기 자체가 콘텐츠라는 옷을 입지 않고도 그 자체로 팔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야기에는 세 가지의 핵심 요소가 있다, 인물, 사건, 배경이 그것이다. 우리의 제품, 다시 말해 우리가 쓰려는 이야기의 인물이 사는 배경인 대한민국을 보니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거다.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왜 모두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할까?

우리는 그 이유가 급속한 경제 성장의 과정에서 치열하게 살다 보니 진이 빠지고 기(氣)의 밸런스가 깨진 탓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단 것'에 우리 이야기를 담아보기로 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엿’이다. 물론 엿 말고도 초콜릿, 사탕 등의 단 것은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남들이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것을 굳이 우리가 또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당신의 기를 살리고자 가상의 인물, 신선 '기(氣)'가 긴급 처방으로 만든 제품이 바로 '엿츠'이다. 그는 우리의 삶이 힘들고 행복하지 않다는 진단을 내린 후, 그 치료책으로 '달달한 이야기'를 처방한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지에 따라 에너지원이 되고 기분도 달래주는 '단 것'이라는 처방 말이다.

얼핏 보기에는 재치 넘치는 카피나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한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약초 하나하나의 약성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한 후에야 비로소 엿에 첨가하는 과정을 거쳤다. 두뇌 회전에 좋은 뽕잎이 들어가면 '시험이 엿 먹일 때', 피로 회복에 좋은 숙지황이 들어가면 '야근이 엿 먹일 때', 뼈에 좋은 홍화씨가 들어가면 '세월이 엿 먹일 때' 하는 식이다. 엿 자체가 워낙 예민한 제품이라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은 채 국산 재료만 사용해 만들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제품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재미와 보람 덕분에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력'으로 '이야기 산업화'를

"올댓스토리는 세상의 이야기가 모이고 세상으로 이야기를 보내는 곳, 이야기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이야기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에 행복과 긍지를 느끼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구성원들을 보면 20대부터 50대까지, 창작하는 사람에서 상품기획을 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의 공통분모는 한 가지, 바로 '이야기'다.

지금의 시장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상품화하려면 '컨텐츠'라는 옷을 입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야기가 컨텐츠가 되려면 굉장히 어렵고 긴 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이야기가 샘 솟는 작가라 하더라도 대사를 뽑는 능력은 떨어질 수 있다. 배우가 연기를 못 해서 이야기 자체의 가치가 폄하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사장되거나 재능 있는 이야기꾼들을 잃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가 팔리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품으로 입증하고 싶었다."

김희재 대표는 이야기로 먹고사는 작가로 지내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이야기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미는 물론 의미를 지닌 이야기들이 컨텐츠로 가공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이야기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상품이 되고, 그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올댓스토리'를 창업했다. 디자인이 상품에 부가 가치를 더하듯이 5000년 역사에서 비롯된 한민족의 이야기력이 다양한 상품이나 브랜드에 입혀져 엄청난 가치를 더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문화, 우리 역사, 대체 '우리'는 누구인가? 

"없는 것으로부터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신의 영역(무유창조)이다. 있는 것과 있는 것의 연결을 통해서 마치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국엔 창조에 있어서 인간의 영역(유유창조)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한국 사람들은 그 연결성에서만큼은 대단히 뛰어난 창의력의 소유자들인 셈이다. 온돌과 마루 문화를 결합해서 쓰고 있는 전세계 유일의 주택 구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뿐 아니다. 타악기, 그중에서도 장구 같은 경우는 좌우의 가죽 두께를 다르게 하고 채도 두 개를 사용해 무려 네 가지 요소를 조합해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창문이라는 개념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창은 창이면서 문이고, 문이면서 벽이다. 분명히 창인데 들어 올리면 문이 되고 세워 놓으면 벽이 된다. 이렇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있는 것과 있는 것의 연결을 통해서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시키는데 타고난 재주가 있는 듯하다. 그게 바로 현대 사회에서 말하는 '창의력'이 아닐까?"

김희재 대표는 우리 민족이 지구 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민족이라고 믿는다. 인간은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예전에 입력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는 없다. 뇌공학자들조차 지구 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것은 인간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결국 진정한 '독창성'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뇌에 입력되어 있던 것들이 극적으로 연결돼 세상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을 법한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에 더 가깝다.

김희재 대표는 독창적이기 위해서는 일단 결합할 블록(이야깃거리)이 많아야 하고, 결합의 방법에 있어서 숙련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5000년 역사의 이야기'를 품고 사는 우리는 이미 많은 블록을 가지고 있고, '연결'에도 능하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민족임이 분명하다. 지루한 것도 남에게 지는 것도 도무지 못 견디는 사람들, 이토록 에너지가 넘치는 이들이 모여 사는 작은 땅, 대한민국에서의 삶이 유난히 치열하다 못해 피곤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때로는 이민을 가고 싶을 만큼 고단한 삶에 염증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쩌면 저렇게 아등바등 살까?' 싶어 연민이 느껴지는 이 땅에서의 삶. 하지만 그 엄청난 흥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조심스레 희망을 품게 된다. 오늘 하루 야근이, 세월이 당신을 엿 먹이는가? 그럴 때면, ‘엿츠’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신선 '기(氣)'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가 당신에게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살 수 있는 기를 넘치도록 부어주기를 살며시 기대해보자.





* '올댓스토리'와 '엿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 '엿츠' 페이스북 : http://goo.gl/XWrL09
- '올댓스토리' 사이트 : http://goo.gl/D9m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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