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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를 훔치는 한 가지 방법

“그런데 왜 그냥 훔치지 않았죠?”


“하나가 부족하니까… 맥도날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시스템뿐이 아니에요. 이름이죠. 영광스런 이름. 맥도날드. 이건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게 될 수 있죠."


1954년의 미국. 한 물 간 세일즈맨 레이 크록은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팔며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던 중 캘리포니아에서 ‘맥도날드’라는 식당을 발견한다. 주문한 지 30초 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혁신적인 스피디 시스템과 식당으로 몰려드는 엄청난 인파에 매료된 ‘레이’는 며칠 뒤 ‘맥도날드’ 형제를 찾아가 그들의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를 제안한다. 그리고 결국 '맥도날드'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맥도날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날, 맥도날드 형제 중 한명이 화장실에서 만난 레이 크록에게 위와 같이 묻는다. 사실 스피디 시스템을 본 사람들은 레이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맥도날드 형제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이들 형제도 알지 못했다. 오직 레이만이 그 사실을 알 수 있었기에 맥도날드라는 거대한 브랜드를 '훔칠 수' 었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맥도날의 모든 것이 바로 그 네 글자의 '이름' 안에 담겨 있음을.


맥도날드 형제는 여전히 내게 진정한 '파운더'다. 그들은 모든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핵심이자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스피디'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그리고 고집스럽게 그들의 '철학'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레이 크록이 냉장 보관이 필요없는 분말 형태의 밀크 쉐이크를 제안했을 때도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기세의 부담을 안고서라도 '진짜' 밀크 쉐이크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형제는 돈과도 바꿀 수 없는 'Do & Don't'를 갖고 있었으며 지키고 있었다. 그들도 프랜차이즈를 원했지만 자신들과 같은 철학을 가지고 가게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결국 수완 좋은 레이 크록에게 맥도날의 '창업자'라는 타이틀을 결국 빼앗기고 만다. 이건 비극일까, 필연일까. 


(내 생각과 달리)의외로 수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창업자는 레이 크록이라고 말한다. 시스템을 만든 것은 맥도날드 형제지만 그것을 전 세계로 전파한 사람은 레이 크록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레이 크록은 단순히 '햄버거'를 파는데 그치지 않고 '부동산'을 팔았다. 업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버린 것이다. 목 좋은 장소에 햄버거 가게를 연 후 그 곳 부동산의 가치를 높여가는 것, 이 원리는 스타벅스가 고스란히 따라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가 그린 꿈은 맥도날드 형제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그것이 '위대'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자본주의 사회게 꿈꾸는 그것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그는 모든 것을 걸었다.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인정할 수는 있다. 물론 그가 나의 인정을 기뻐할 일 따위는 없을 테지만 말이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와 스피디 시스템은 그것을 완성하는 일부의 조건일 뿐이다. 정작 맥도날드를 완성하는 것은 바로 '이름'이다. 그 이름에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 이름을 믿고 가게를 찾으며, 그 이름에서 미국다움을 연상한다. 전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발견하면 일단 안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맥도날드 형제가 '이름'을 빼앗긴 것은 맥도날드의 거의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랜드를 빼앗긴다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을 빼앗긴다는 것에 다름 아닌 말이다.


맥도날드 형제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름없는 가게가 성업하는 요즘의 동네 가게 사장님들에게 이렇게 훌륭한 스승은 다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동네 가게 사장님들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이름'을 만들어내라. 단지 몇 년 간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오랫동안 자신들의 가게가 같은 이름으로 사랑받기 원한다면, 레이 크록과 같은 사업가들에게서 반드시 지키고 싶은 맛과 서비스의 본질이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이름'을 만들어내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빼앗겨도 그 '이름'만큼은 빼앗기지 말라. 맥도날드 형제의 이름,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무지가 만든 결과는 그저 '돈' 이상의 무엇이기 때문이다. 무한한 가치를 담은 '이름'마저도 빼앗을 수 있는 이 세상이 때로는 섬뜩하게 다가오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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