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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더’s 다이어리 #5.

우리 동네 초입에는 이상한 매장이 하나 있다.


마치 좀비들이 들끓는 세상에서 전설이 되기 위해 세운 듯한 견고한 벽돌 건물에는 오직 하나의 문만이 존재한다. 다섯 개의 알파벳만으로는 이 매장에서 무엇을 파는지 짐작조차 어렵다. 그저 건물 외벽 높은 곳에 럭셔리 잡지 매장의 한 장을 뜯어온 듯한 가구 사진이 드문드문 바뀔 뿐이다(눈치 빠른 이들은 이 쯤에서 짐작하셨겠지만).


그 흔한 창문 하나 없는 이곳이 눈에 띈 이유는 마을 초입 건널목 바로 앞이라는 천혜의 지리적 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철문만큼이나 견고해 보이는 안내문이 씌어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은 아이들의 출입이 철저히 금지된다. 등산을 마친 이들이 등산화를 신고 출입하는 것도 절대 안된다. 바로 앞의 버스 정류장에 이 곳의 비밀스런 손님들이 무차별로 주자하는 것은 허락되지만 말이다.


오픈 후 한참 뒤에야 이 곳이 이태리를 비롯한 외국산 가구며, 그릇이며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들이 전시, 판매되는 곳이란 걸 알았다. 뛰어다니며 소리 지르는 아이들이 싫을 법도 하다. 엄선?된 손님들이 여유롭게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나름의 성공적인 차별화 전략인지 모른다. 건물 뒷편에는 무섭게 팔리는 가구의 포장 박스들이 잔뜩 쌓여있는 모습도 자주 보았다. 아마도 이 금지 조치가 풀리는 일은 당분간은 없을 법 하다.


그럴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신의 브랜드가 이런 식의 차별?을 통해 차별화하는 것을 무어라 비난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다. 볼 수는 있어도 살 수는 없는 가난한 서민의 열등감을 애써 드러낼 필요도 없다. 다만 이런 생각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차별화된 제품, 지속 가능한 경영에 더해 ‘공존’이라는 가치를 가진 브랜드에 대한 작은 기대 같은 것 말이다. 좀 더 시적인 표현이 허락된다면 ‘사람 냄새’ 정도랄까?


그것이 어떤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만든 이의 정서와 철학이 담기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소비자들은 시간은 걸릴지언정 이런 제품들과 서비스를 결국 알아본다. 그리고 그것이 그 브랜드를 더욱 오래도록 사랑받게 만든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좀 더 열린 문과 환한 창으로, 그토록 아름다운 이태리산 가구와 그릇을 구경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10년 간 이 동네에서 함께 살아온 그들의 친구로서 이런 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값비싼 제품의 향기가 아닌 사람 냄새를 서로 맡을 수 있도록. 그 가구들도, 그릇들도 결국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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