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s 다이어리 #12.
퇴근길은 바쁘다.
몸만 바쁜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바쁘다. 꼭 야근에 대한 압박이나 칼퇴에 대한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퇴근길 아내나 아이들의 부탁 때문일 수도, 간만의 데이트에 대한 기대일 수도, 그도저도 아니면 하루일을 무사히? 마친 데 대한 뿌듯함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직장인의 퇴근길은 몹시 바쁘다.
자, 이제 오늘 업무는 마무리됐고, 책상도 대충 정리했고, 꼭 필요한 것은 가방과 주머니에 챙겨넣었다. 이제 당신만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면 된다. 노트북 당신. 아, 그런데 노트북님이 조바심 나는 퇴근길에 태클을 건다. 굳이 퇴근길에 업데이트를 해야 한단다. 심지어 이런 경고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컴퓨터를 끄거나 전원에서 분리하지 마십시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뜨는 윈도우즈 메시지에 가방을 풀고, 한숨을 쉰다. 그냥 가도 알아서 마무리하겠지만, 노트북을 켜둔 채 두고 가기엔 괜스레 찜찜하다. 그냥 나만 그런가 싶어 페북에 올렸던 어느 날, 수많은 페친들이 공감의 '좋아요'를 눌러댄다. 몇 번 그렇게 업데이트 수발을 들었고, 때로는 그 참에 내리 야근을 하기도 했었다. 뭐, 그럴 수도 있다. 친절하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데에야.
지난 주말, 모 전자 회사의 디지털 매장을 방문했었다. 새로 나온 휘어진 스마트폰을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정문에서 영혼없는 인사를 받고 매장을 둘러보는데 자꾸만 그 여직원이 따라다닌다. 굳이 그러실 필요까진 없는데, 내가 못미더워 그러냐고 묻고 싶지만 그 직원은 꿋꿋이 내 뒤를 따라다닌다. 굳이 궁금하진 않은데, 웬만한 정보는 다 알아보고 왔는데, 그냥 한 번 보고 가면 되는데. 괜히 불편한 마음에 매장을 한 바퀴 돌아 그대로 나왔다. 뒤통수에 대고 그 분이 다시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친절하게 서비스를 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을.
디테일한 서비스는 언제나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수식어가 앞에 붙어야 한다. '사람이 원하는' 혹은 '사람을 이해하는'이라는 수식어 말이다. 기계적인 필요가 아닌, 매뉴얼에 따른 규칙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대화라고 생각할 때만 가능한 그런 서비스 말이다. 누군가 용무를 마치기 일어서는 이를 붙잡고 자신이 못다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만나고 싶은 친구의 친구가 따라다닌다고 생각해보라.
그냥 그렇다는 거다.
조금 까칠한 소비자가 느끼는 사소한 불편, 그냥 한 번 들어달라는거다.
그런데 혹 아는가?
이런 사소한 마음까지 읽는 브랜드들이 더욱 오래,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곤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