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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세 줄의 일기를 쓰는 이유

나는 매일 세 줄의 글을 쓴다.

첫 줄엔 전 날의 가장 안 좋은 기억을 쓰고

두 번째 줄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쓴다.

마지막 줄은 하루를 살아갈 각오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매주 토요일은 한 주간의 세 줄 일기를 리뷰하는 시간을 가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 가장 행복했던 만남, 가장 기뻤던 순간 중

10개를 뽑아 별도의 기록으로 남긴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를.

불과 일주일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놓치고 만 기억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매일 기록하고, 매주 기록하고

이렇게 쌓인 520개의 기억들은

나만의 글쓰기를 위한 훌륭한 글감들이 된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15년 이상 글 쓰는 일을 해오고 있지만

글쓰기가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가 있다.

글쓰기는 스킬의 싸움이 아니라 글감의 싸움이다.

좋은 재료는 서툰 요리사를 만나도 적당한 맛을 낸다.

하지만 철 지난 재료는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를 만나도

결코 살아날 수 없다.

혹 MSG라면 그 맛을 살릴 수 있을까?

훌륭한 작가들은 매일 글을 쓴다.

아울러 매일 글감을 쌓아올린다.

추운 겨울을 대비해 장작을 쌓아놓듯이.

그런데 글을 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무엇'을 써야할지는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본다.



글을 쓰는 수준은 글감의 수준이다.

무엇을 써야 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그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본다.

그리고 기록하고 기억하고 사색한다.

내가 쓴 '스몰 스텝'이란 책도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세상의 모든 것을 스몰 스텝으로 연결시켰다.

책을 읽어도 스몰 스텝, 운동을 해도 스몰 스텝,

필사를 해도 스몰 스텝, 사람을 만나도 스몰 스텝만 이야기했다.

그렇게 3년 이상을 떠들고 다녔더니 글감이 쏟아졌다.

그 경험들은 고스란히 브런치의 글감이 되어 주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출판사의 출간 의뢰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신이 지금 글을 쓰지 못하고 책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그럴만한 충분한 글감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루에 세 줄, 일기를 써보라.

매주 열 개의 글감을 빼놓지 말고 모아보라.

매일 세 줄의 글이면 1,000개의 글감이다.

매주 10개의 기록이면 520개의 글장작이다.

겨울을 대비해 장작을 패놓듯이.

만일 그런 준비를 해놓지 않았다면

가끔씩 창작욕이 불타오르는 그 날에도

그 열기를 지속할 장작이 없어 꺼져버리고 말 것이다.






* '쓰닮쓰담', 평범한 사람들이 작가로 다시 태어나는 글쓰기 오프 모임입니다 :)

(참여코드: 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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