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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름을 선물하다: Re:Bom by 이보람

쓰닮쓰담 1기 - 첫 번째 이야기, 나에 대하여

나에게 이름을 선물하다


세상에 한 존재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름 짓기이다. 이름에는 지은이의 소망과 바람이 나타나 있다. 내 이름은 이보람이다. 보람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을 하고 난 뒤 얻어지는 자부심을 말한다. 부모님께서는 보람 있는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선물로 주셨다. 그렇게 나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보람이란 이름으로 불려왔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체성을 이름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이고,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나의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질문했다.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많은 이름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 서서히 퍼즐이 맞춰졌고  ‘Re:Bom’ (리봄)’이라는 이름이 태어났다. 가슴이 벅찼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이름을 선물할 수 있었다.


리봄에는 세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첫째, Lee Bo Ram이란 영문 이름을 축약한 형태이다. 새로운 시작은 근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형태로 변화하고 성장하겠다는 의지이다. 


둘째, 다시 돌아본다는 뜻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외부로 향한 나의 관점을 내부로 향하여 나의 생각, 감정, 행동 등을 바라보는 성찰의 시간이다. 자기변명을 하지 않고 나 자신을 마주할 때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진실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과정은 나로부터 시작되지만 세상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셋째, 봄을 다시 맞이한다는 뜻이다. 지난날 매서운 겨울 바람에 움츠렸다면 다시 용기 내어 보자는 다짐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내게 주어진 오늘을 새롭게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시작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고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리봄, 낯선 이름이었다. 내가 바라는 모습과 현재 모습의 간격만큼 어색했다. 리봄처럼 살기 원하며 지내 온지 수년이 흘렀다. 어느새 나의 삶은 이름과 닮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당당히 부르고 싶고 불리고 싶은 이름 리봄. 앞으로의 삶은 내 이름이 품은 가치를 증명하고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네가 누구이든, 무엇을 하든,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있다면 그 마음은 우주의 마음에서 비롯되어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게 자네가 이 땅에서 맡은 임무이지."


날아 오르는 새가 되어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그 자신일 뿐 아니라 일회적이고, 아주 특별하다. 어떻게든 살아가면서 자연의 뜻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이로우며 충분히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데미안’에서 감명 깊게 읽은 문장이다. 우리는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오솔길을 걸어간다. 이 여정은 나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 것이고 삶의 목적과 이유를 발견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일상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길을 걷다 보면 따듯한 세계에 묻혀 그대로 살아가는 길과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기회를 쟁취하는 길, 두 갈림길에 서게 된다. 내게는 대학교 재입학이 인생의 분기점이었다. 결혼 후 기회가 닿아 재입학을 제안 받았지만 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첫째로 내가 가야 할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했고, 돈이 없었다. 결혼 후 시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고, 시어머님은 병세가 중했다. 심지어 가족들이 돌아가며 간병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 매일 나의 새벽을 깨운 감동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패션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은 나와 투쟁하는 시간이었다. 나를 보호하고 감싸고 있던 세계에 균열을 내는 몸부림이었다. 수 많은 밤을 지새우고, 바늘에 수 없이 손을 찔리면서도 옷을 만들었다. 능숙하지 못한 분야였다. 이미 한번 포기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다시 시작한 이상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1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패션쇼를 무사히 마치고 졸업할 수 있었다. 학교를 입학하고 10년만의 일이었다. 

지금은 내가 그 동안 하던 일을 매듭 짓고 패션 분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또한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나는 또 도전한다. 껍질을 깨는 투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계속 오솔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훗날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내가 선택한 이 길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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