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s 다이어리 #20.
어느 해부터인가 ‘콜라’의 존재가 내 인생에서 미미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유난히 건강을 챙겨서라거나, 유치하다는 이유로 마시지 않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지금도 피자나 치킨과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면 콜라의 도움?은 가히 절대적이다.
다만 ‘콜라’ 하나만을 원하는 일은 없어졌다는 말이다. 아주 가끔씩 그 ‘상쾌함’을 알리는 두껑의 ‘파열음’이 그리울 때도 한 모금 이상을 마시면 탄산의 첫 충격 이후 이어지는 달달함이 이내 식상해졌다. 한 캔을 모두 비운 일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가능하면 다른 무엇과 섞어 마시지 않는 커피에 비하면 내게 콜라는 농구공을 던지는 오른손을 거드는 ‘왼손’의 존재감과 비슷하달까? (물론 이건 아주 개인적인 경험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출근길에 들른 지하철 편의점에 이 빨간 병을 발견했고,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시려는 ‘사용욕구’보다는 희귀한 아이템을 놓치기 싫은 ‘수집욕구’가 발현한 것이리라. 그 날 이 작고 예쁜 알루미늄 콜라병은 여러 직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무려 13년 간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세계 최고 브랜드의 왕좌를 지켜온 그들의 끊이지 않는 리미트 버전, 나와 직원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이 브랜드 파워의 아우라쯤 될 것이다.
그런데 혹 생각해본 적 있는가? 이 콜라가 지난 100여 년간 무려 70억 달러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동안, 콜라 자체의 기술적인 진보는 거의 전무했다는 사실을. 맛의 개선을 위한 그들의 노력은 ‘뉴코크’라는 전대미문의 마케팅 실패 사례를 만들었을 뿐 코카 열매와 설탕, 탄산 등이 들어간 콜라의 원료는 이후 크게 달라진 적이 거의 없다. 무차별적이고 압도적인 마케팅이 우리의 뇌에 ‘상쾌함은 곧 콜라’라는 믿음을 자리잡게 한 결과다. 그런데 내가 느낀 식상함처럼, 그 왕좌가 이제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올해, 코카콜라의 왕좌에 애플이 대신 올라섰다.)
서두가 장황했던 이 글의 목적은 사실 다음 문장에 있다. 인터브랜드가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물어왔다면, 나는 ‘당신만의 브랜드’를 묻고 싶다는 것이다. 인지도와 충성도로 결정되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 아닌, 당신에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거나 당신을 닮은 그런 브랜드, 크기와 상관없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는 유니크한 브랜드, 그 브랜드 하나로 사람과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지는 그런 브랜드.
이 시대의 최고의 브랜드는 그 질문의 다양함 만큼이나 다양한 답을 갖고 있지 않을까? 오늘날, 골목마다 넘쳐나는 작고 개성 넘치는 카페와 빵집들처럼.
p.s. 콜라의 세뇌에 관한 이야기는 사견이 아니다. 정재승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참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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