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s 다이어리 #23.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질문이지만, 누군가 이 질문을 하고 있다면 말리고 싶은 우문이기도 하다. 가벼운 장난으로 아이들의 센스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라면 좀 더 창의적인 질문을 권하고 싶다. 이유는 하나다. 굳이 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잘못된' 질문이다.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 중 누구 하나를 '더' 사랑하냐니. 이렇게 잔인하고 바보같은 질문이 또 어디에 있을까?
언제까지 이 다이어리를 쓰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딱 하나 피하고 싶은 브랜드가 하나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애플'이다. 특히나 비교를 위한 글이라면 더욱 그랬다. '아이폰이 좋아? 갤럭시가 좋아?'라는 질문은 이 땅의 앱등이와 삼엽충을 불러들이기 얼마나 좋은 질문인가. 하지만 이 질문은 답이 없을 뿐더러 답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플 유저들이 열광하는 지점은 사용자 친화적인 감성 품질과 최적화된 운영체제이다. 갤럭시를 위시한 안드로이드 유저들은 고성능의 기계를 원하지만 합리적인 가격대와 필요에 충실한 기능을 더 중요시 여긴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폰 모서리의 다이아몬드 커팅에 감동하는 유저들은 고민없이 애플을 찾을 것이고, 드넓은 선택의 폭에서 가장 효율적인 가격대를 고를 줄 안다면 안드로이드폰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결국 사용자의 '가치 선택'의 문제이다. 하지만 '가치'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선택의 이유가 '다를' 뿐이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다룬 만화를 소개했다가 수많은 피드백을 듣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댓글 하나하나를 읽으며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에 놀랍고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이 만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선택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면 '이유'를 말할 수 없는게 맞다. 그래서 사랑은 수없이 다양한 정의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이 세상의 모든 커플은 그들만의 사랑이 있다. 브랜드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모호함'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경험이란 필연적으로 '주관성'을 전제한다. 똑같은 상황을 겪는다 해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경험으로 그 상황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한 것은 각각의 사람이 가진 지식과 가치관과 살아온 삶의 컨텍스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경험에 대한 기억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주관적으로 변색된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원래 인간이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인간의 멋진 창조물이다. 그러나 그 사실이 갤럭시를 깍아내릴만한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 어디에도 삼성만큼 빠른 시간 내에 그렇게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을 만들 회사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선명한 스마트폰만 고집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심심하고 삭막할 것인가.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아이폰 3GS에서 옵티머스뷰2로 갈아타다 반납한 폰을 판매원이 시장에 내다판 아픈 기억을 가진 '호갱님'일 뿐이다. 굳이 끌리는 폰이 있다면 소니의 엑스페리아 Z1 컴팩트 정도? 아이폰의 감성 품질과 안드로이드의 확장성 사이에서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줏대 없는 영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