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닮쓰담 1기 - 첫 번째 이야기, 나에 대하여
사랑하면서도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 따위를 고려하고 그 연후를 계산하고 하는 진정하지 못한 태도는 그들이 배격하는 바다. 일단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다. 변명이나 보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답변이다.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무언가 '많은' 사람은 '나'를 궁금해한다.
무언가 '많은' '나'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가만 살펴 보자니 뭐 이리도 우스운 꼴일까 싶다. 아쉬운 것과 바라는 것, 그리워하는 것과 욕망하는 것. 반대로 모자라는 인내, 이성적 행동, 감정의 진폭을 조절하지 못하고 마는 내면의 깨질 듯한 투명함. 솔직하다 못해 누군가에게 '죄' 같다 생각하면 결국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그대로 침몰하고 마는 약한 그릇. '그'가 자주 내게 말했던 욕심 많은 사람.. 그리고 잘 '빠지는' 사람
여하튼 요즘은 그냥 그렇다.
잠시 다른 말로 빠지자면 (거봐라, 여기서도 드러난다. 너무 '빠져버리면' 안 되는 것들까지도...) '그냥'이라는 부사 하나로 '그냥 그런' 상황들이나 모습들을 단박에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아. 하나가 또 빠졌다. (이런 빠짐은, 인간미로 치자)
묘사' 하려 하는 사람... 바라보고 다가오는 타인들의 세계를 나의 것으로 '투사' 하고 마는 사람.
그래서 위험한 사람이 '나' 다. '투사'라는 것이 본디 어떤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이나 생각을 내가 아닌 타인의 세계로 옮겨 놓는 정신 과정 아니던가. 다시 말하자면 '나'의 흥미와 욕망들을 곧잘 '너' 에게 속한 것 마냥... 실제 '그' 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믿고 마는 어린 석음의 극치를 달리는... 사람
읽고 쓰는 삶을 유지하며 바라는 '그리움' 들에 기어코 닿으려고 하는 나는.
이런 모자라고 서툴고 여전히 삐뚫은 마음들을 모두 지닌 채 '오늘'을 살려 하는 사람이겠다... 어쩌면 이 정도로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어떤 역할극을 해내는 연극 무대 위의 '나'를 대변하는 명사들을 줄줄이 나열하며 굳이 '나'를 표현하고 싶지는 않은 오늘 이어서, 다만 좀 더 '나'를 깊숙한 마음으로 들여다볼 뿐이다.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나는 나로 살고 있는지.
공허한 질문 끝에 남는 건 언제나 이런 마음이다. '진정한 나'는 어디 있습니까. 누구이고 무엇입니까. 내가 알고 있는 내가 과연 내가 맞습니까, 맞고 틀린 건 무엇입니까, 옳고 그른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이 나라는 개인을 위함입니까 아니면 '우리' 라 불리는 다수의 타인을 향한 것입니까 라고.. (진짜 엉뚱하기도 하다. 이 엉뚱함이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면, 그래 이 또한 즐겨 보려는 사람.. 이기도 할 테다.)
그 '나'라는 사람이 요즘 빠져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삶에서 추구해야 하는 최고의 가치로 '사랑'을 택한 탓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누군가 그랬다. '사랑의 행위에서도 지적인, 너무도 지적인 것이 현대인'이라고. 그렇다면 때로 나는 그 '현대인' 이기를 거부하려 하니 고통스러운 걸지도 모르겠다.
돌보고 키우고 보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의 두 사랑들에게 사랑을 주는 시간이 때로 고돼서 시간과 여건이 되면 언제든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은 사람. 아니 여건이 충분히 않아도 때로 단박에 뛰쳐나갈 수도 있는 사람, 서툰 감정을 그대로 숨김없이 표현해 버리고 마니 결국 '그'를 할퀴고 말미에 상처를 남겨, 서로의 마음에 잿빛 감정을 기어코 남겨버리는 사람. 그럼에도... '사랑해. 보고 싶어. '라는 말을 뻔뻔스럽게 잘도 해내는 바보...
결국 '일단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라고.
'변명이나 보류가 있을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대로 기어코 살려하는 사람이기에. 무례하게 짝이 없을지 모르겠으나 어떤 '안 되는 이유' 들의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일단 결국 무작정 가 버리고 마는 사람... 그러하기 때문에, 행복보다 상처를, 고통스러움을 주고받기를 견디면서도 철저히 아파하는 사람이지 싶다.
'나'라는 사람이 가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도 때때로 그 '충실함'을 벗어던지고자 하지만.
결국 절대 벗어날 수도, 벗어나고 싶지도 않은 유일한 것은 '나를 찾으려는 욕망'과 나와 너를 사랑하는 마음' 그 사이에서 나와 너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여린 힘과 약한 내면 덕분에 곧잘 상처 받고 상처 입히고 말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으려 해서 고통스러움을 삶에서 버무리고 마는 사람..
그런 '나'의 아침이 오늘도 시작됐다.
여름은 노출을 허락하는 예의 바른 계절이니만큼, 이 시간을 즐겨야 한다는, 숫자로 메겨진 나이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은 엉뚱한 생각 덕에 한번 웃고 마는 나는. 흰색 물방울무늬가 조금은 촌스러운 듯한 하늘색 민소매 미니 원피스와 하얀색 카디건을 걸치고 버스를 탔다.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으며, 앉아서 갈 수 있는 버스에 무사히 착석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가방에 들어 있는 언제나 읽다 만 책 한 권을 펼치며, 동시에 시집에 눈길을 주는 나는 오늘은 천안에 사는 그리운 벗에게 보낼 편지와 시집을 우편으로 보낼 생각에 괜스레 들떠 있다. 동시에 주말에 아이들과 '잘' 지내볼 용기를 다시 만들며 다만 어떤 알 수 없는 묘한 감정들을 숨긴 채 말없이 눈을 감은 채 음악을 듣는다.
내가 보는 모든 신호가 당신을 향한다면
감정을 감추는 데 지쳤다고.
이 모든 신호가, 이 감정은 진짜라고 말한다고.
그러하니 나는 오늘 '진정한 사람'의 '진정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겠다고.
음악을 듣다 내게 묻는다. 진정한 사람입니까 라고.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물기 어린 눈에 눈물이 곧잘 고여버리고 마는 상황을 조금은 덜 연출해 보려는 어떤 용기를 내본다. '나'를 생각하며...